산업은행,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착수…거대 국적항공 탄생?

한진그룹, 항공업 재편 중책…주주·노조 반대는 걸림돌

금융입력 :2020/11/16 17:20    수정: 2020/11/16 17:20

"산업은행과 한진그룹이 양대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을 하나로 통합하는 국내 항공업 재편의 첫 걸음을 내딛게 됐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항공업의 국제 경쟁력 확보에 이바지하는 등 국민 경제적 측면의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추진한다고 16일 밝혔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업 전반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 산업 재편으로 미래에 대비하고, 채권단이 아닌 항공업 전문가에게 경영을 맡겨 아시아나항공을 회생시키겠다는 복안에서다.

그러나 한진그룹 주요 주주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반대하는 데다, 양사 노조도 대응에 착수한 것으로 감지돼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산업은행)

산업은행, 한진칼에 8천억 투입…아시아나 인수 지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작업은 산업은행으로부터 출발한다. 산업은행이 대한항공 모회사인 한진칼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면, 한진칼이 이를 활용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인수하는 게 이번 거래의 뼈대다.

먼저 산업은행은 한진칼과 총 8천억원 규모의 투자계약을 체결한 뒤, 한진칼이 제3자 배정으로부터 발행하는 신주 5천억원과 대한항공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교환사채 3천억원을 인수하기로 했다.

이후 한진칼은 대한항공의 유상증자(2조5천억원)에 참여하며, 대한항공이 다시 1조8천억원을 들여 아시아나항공의 신주(1조5천억원)와 영구채(3천억원) 등을 인수함으로써 아시아나의 최대 주주가 될 예정이다.

(사진=산업은행)

거래가 마무리되면 한진그룹은 한진칼→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완성하게 된다.

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국정항공사는 글로벌 항공업 내 톱10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전망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지난 20년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항공사 통폐합이 활발히 이뤄져 대부분이 '1국가 1국적항공사 체제'로 재편된 상황"이라며 "최근에도 일본과 미국, 중국 등에서 항공사간 통합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9년 IATA(국제항공운송협회) 여객·화물 운송 실적을 기준으로 대한항공은 19위, 아시아나항공은 29위"라면서 "양사 운송량을 단순 합산하면 세계 7위권으로 올라서게 된다"고 덧붙였다.

"국내 항공업 재편으로 경쟁력 제고…소비자 편익 커질 것"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시도는 구조재편 등 근본적 노력 없인 국내 국적항공사의 경영 정상화가 불확실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산업은행은 이번 거래를 계기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저비용항공사(LCC)의 재편을 유도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 정책자금 지출을 줄이는 효과까지도 기대하고 있다.

(사진=뉴스1)

허브공항인 인천공항 슬롯(항공기 이착륙 허용능력) 점유율 확대를 바탕으로 외형 성장을 이루고, 노선 합리화와 운영비용 절감, 이자비용 축소 등으로 수익성을 높일 수도 있다는 게 산업은행 측 견해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항공업 정상화 가능성이 불확실한 가운데 양대 항공사 체제를 유지하면 2021년말까지 양사에 4조8천억원의 정책자금 추가 투입이 불가피하다"며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대규모 출자전환과 추가 감자, 매각추진 시 채무 탕감 등으로 채권단의 막대한 손실이 예상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진칼에 대한 투자를 연내 조속히 시행하면 연말 아시아나항공의 자본확충과 유동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며 "시장자금의 조기조달을 통해 정책자금의 투입 규모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 LCC 재편과 관련해선 "한진 측에선 진에어와 부산·에어서울을 단계적으로 통합하고 기종 단순화와 소비자 효율 증대를 도모할 것"이라며 "국제·국내선 노선망 확대·통합과 심야 시간대 스케줄 개발 등 지방 공항 활성화·육성도 함께 추진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동시에 최대현 부행장은 거대 국적항공사의 탄생이 소비자에게 불이익을 안길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엔 선을 그었다. 현재 글로벌 항공시장의 경쟁이 치열해 운임 상승이나 서비스 품질 저하와 같은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진단이다.

최대현 부행장은 "오히려 노선과 스케줄이 다양해지고 마일리지가 통합되는 등 소비자 편익증대가 예상된다"며 "마일리지 통합의 경우 향후 사용가치 등을 검토한 뒤 통합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일축했다.

백기사 자처한 한진그룹, '윤리경영' 약속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으로 낙점된 것은 항공업을 영위하는 이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고, 통합 작업의 충실한 이행을 담보했기 때문이란 게 산업은행 측 전언이다.

최대현 부행장은 "지난 9월10일경 HDC현대산업개발과의 아시아나항공 매각 협상이 최종 결렬된 이후 한진그룹 앞 인수의사를 타진해 통합 작업을 추진하게 됐다"며 "5대 계열 그룹과 항공업을 영위하는 다른 그룹사에도 의견을 물었는데 모두 재무상 어려움과 산업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표시했다"고 귀띔했다.

무엇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한진칼 보유지분과 한진칼이 인수할 대한항공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고, 통합 추진과 경영성과 미흡 시 경영일선에서 퇴진하는 등 책임을 부담할 것"이라며 "산업은행은 경영평과위원회를 통해 성과를 매년 평가해 그 등급이 저조하면 해임 등 경영조치 등을 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업가치 제고와 경영투명성 확보를 위해 다른 주주와 의견을 나눌 것"이라며 "조현민 한진칼 전무,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등 계열주 일가는 윤리경영위원회의 권고조치에 적극 협조하고, 항공관련 계열사 경영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며 외부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한진그룹 주주와 노조의 반대가 걸림돌

다만 주요 이해관계자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점은 산업은행과 한진그룹의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 경영권을 놓고 조원태 회장과 대치 중인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가 반대 입장을 내비친 데 이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도 반발하고 있어서다.

특히 KCGI는 조원태 회장이 산업은행을 우호주주로 둠으로써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을 못마땅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CGI는 이날도 입장자료를 통해 "조원태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시도는 한진칼과 대한항공 일반주주와 임직원의 이해관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앞으로의 갈등을 예고했다.

노조도 마찬가지다. 합병으로 인해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데 우려하고 있다. 이들 역시 입장문을 통해 "이번 합병은 노동자의 의견이 배제된 일방적인 것"이라며 "노사정 협의체를 구성해 원점에서 재논의하라"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이와 관련 최대현 부행장은 "국내 항공산업의 구조 재편과 경쟁력 강화라는 거래의 취지를 감안했을 때 통합 작업을 절차대로 진행하는 데 장애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일축했다.

또 "양사 중복 인력은 관리직 등 간접 부문에서 1천명 정도로 추산되나, 연간 자연감소 등을 감안했을 때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면서 "한진그룹도 이를 확약했다"며 우회적으로 노조의 협조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