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리버리히어로, 요기요 버리고 배달의민족 품을까

[백기자의 e知톡] 딜리버리히어로 "요기요 매각 없다...공정위 설득 자신"

인터넷입력 :2020/11/16 15:40    수정: 2020/11/19 15:10

공정거래위원회가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기업결합을 승인해주는 대신, 요기요를 매각하는 조건을 걸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한 뒤 요기요와 합병시켜 한국과 아시아 시장에서 외연을 넓히려 했던 딜리버리히어로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일 수밖에 없습니다. 전국 수석인 새 자식(배달의민족)을 품으려면, 만년 2등이어도 수년 간 잘 키워놓은 친 자식(요기요)을 버리라는 요구와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 측은 공정위 전원회의 전까지 심사보고서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보완해, 공정위가 최종 의사 결정하기 전까지 이들을 설득한다는 방침입니다. 아시아 시장 공략에 있어 한국 시장이 그 어느 국가보다 중요한 만큼, ‘요기요 매각 카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딜리버리히어로는 공정위가 보낸 심사보고서 내용을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는데, 최종 결정이 내려지는 다음 달 9일 공정위 전원회의에 업계 이목이 집중될 전망입니다.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독일 딜리버리히어로는 지난 13일 홈페이지 IR 게시판에 공정위가 심사보고서에서 밝힌 배달의민족 요기요 기업결합 조건을 게재했습니다. 여기에는 공정위가 요기요를 매각하는 조건으로 두 회사의 기업결합을 승인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이에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와 우아한형제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업계는 이번 공정위 결정을 두고 사실상 두 회사의 기업결합을 불허한 것과 다름없다는 반응입니다. ‘O년 간 수수료 인상 금지’ 정도의 조건부 승인을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결정이기 때문입니다.

기업결합을 쉽게 승인하자니 90%에 달하는 시장 독과점 우려가 크고, 불허하자니 생존경쟁에 놓인 기업의 앞길을 가로막는 꼴이니 ‘요기요 매각 조건’이 공정위 입장에서 양쪽의 공격을 최대한 피할 수 있는 최선의 카드였던 셈입니다.

즉, 딜러버리히어로 측이 우아한형제들과의 인수합병을 통해 아시아 시장을 공략 계획을 밝혔던 만큼 이는 지켜주고, 높은 시장 점유율은 요기요 매각으로 낮추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얼핏 “어차피 딜리버리히어로가 애초에 우아한형제들의 인수합병 목적으로 ‘아시아 시장 공략’을 앞세웠으니 요기요 매각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아니야?”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더 큰 시장을 먹을 수 있는데, 한국 시장에서 조금 밑져도 결국 남는 장사 아니냐는 논리가 가능해 보입니다.

요기요 새 BI

하지만 딜리버리히어로 생각은 다릅니다. 한국 시장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요기요 매각과 같은 조건부 승인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입니다. 특히 공정위 전원회의는 공정위에 소속되지 않은 전문 위원(비상임위원)들도 참석하는 자리인 만큼, 그 전에 요기요 매각 조건을 수용할 수 없는 이유와 인수합병의 본 취지를 보완하면 이들을 설득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럼에도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기업결합 가능성은 짙은 미세먼지 만큼이나 뿌옇게 보입니다. 1년여 걸린 공정위의 심사 결론을 몇 주 만에 뒤집는 논리를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딜리버리히어로는 요기요 대신 배달의민족을 취하느냐, 아니면 이번 인수합병 계획을 아예 없던 일로 하느냐를 선택해야 하는 결단의 순간을 맞을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어느 쪽도 쉽지 않은 선택입니다.

관련기사

공정위 기업결합과 관계자는 “전원회의 때 심사보고서를 기반으로 상임위원과 비상임위원들이 논의를 하고, 기업들의 의견을 취합하는 과정을 거친다”면서 “그 후 양 위원들이 합의를 통해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기업결합 심사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과거 전원회의에서 심사보고서 내용이 뒤집힌 경우가 어느 정도 있었는지, 결론이 바뀔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