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배당성향 상향 예고…삼성家 상속세 지원?

"작년의 37%보다 높은 성향으로 배당…삼성전자 배당금도 활용"

금융입력 :2020/11/12 18:21    수정: 2020/11/13 07:13

삼성생명이 올해 배당 성향을 상향하겠다고 예고했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유족이 천문학적인 상속세를 감당해야 하는 만큼, 배당금을 늘려 이를 지원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호석 삼성생명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2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확정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작년(37%)보다 높은 성향으로 배당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현금배당 중심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견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전에 발표한 것처럼 삼성생명은 회사의 이익과 체력, 자본건전성을 감안해 배당성향을 정상이익의 30~50% 수준에서 향후 3년간 점진적으로 상향하는 정책을 수립했고, 그에 맞춰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 서초사옥. (사진=지디넷코리아)

다만 "4분기는 변액보증손익 평가 등으로 인해 손익 변동성이 불투명하다"면서 "구체적인 배당액을 공개하긴 어렵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유호석 CFO는 삼성전자가 배당을 늘린다고 가정했을 때 늘어난 배당수익을 배당 재원으로 활용할 것이냐는 질문엔 "늘어난 배당수익은 배당 재원에 포함될 것"이라고 답했다.

또 삼성전자가 특별배당을 실시하면 그 수익 역시 삼성생명의 배당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의엔 "구체적인 시기와 규모는 알 수 없지만 특별배당이 나오면 배당 재원에 포함된다"고도 언급했다.

2분기말 기준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1%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이 같은 행보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다. 이들이 올 2월 2019년 실적을 공개하면서 순차적으로 배당 성향을 높이겠다고 약속한 바 있어서다.

다만 일각에선 삼성생명이 이재용 부회장의 상속세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존재한다. 고 이건희 회장이 남긴 주식 가치가 18조원에 육박해 상속세만 10조원을 웃돌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실제 고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지분율 4.18%)와 삼성전자 우선주(0.08%), 삼성생명(20.76%), 삼성물산(2.86%), 삼성SDS(0.01%) 등 주식을 보유했으며, 그 평가액은 18조2천억원에 이른다.

이에 업계에선 이재용 부회장 등 유족이 이를 상속받을 경우 약 10조원의 상속세를 내야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증여액이 30억원을 넘어 상속세 최고세율(50%)을 적용받는 데다, 이 회장이 각 계열사 최대주주 또는 특수 관계인이라 평가액에 20% 할증이 붙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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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지배구조 개편 이슈도 있었던 만큼, 상속세를 줄이기보다 제대로 내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며 "삼성물산을 비롯해 삼성생명, 삼성SDS, 삼성전자 등을 시장에 매각하지 않고 배당 성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 바 있다.

삼성생명은 올 3분기까지 연결기준으로 누적 9천76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5조7천753억원으로 3.9%, 영업이익은 1조2천992억원으로 5.1% 각각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