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RTX 3080 그래픽카드 왜 모자라나

"삼성전자 수율과 무관...암호화폐 채굴 수요 폭증이 문제"

홈&모바일입력 :2020/11/09 14:44    수정: 2020/11/10 08:56

지포스 RTX 3080 탑재 레퍼런스 그래픽카드. (사진=엔비디아)
지포스 RTX 3080 탑재 레퍼런스 그래픽카드. (사진=엔비디아)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80 탑재 그래픽카드가 국내 시장에서 심각한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일각에서는 칩을 수탁생산하는 삼성전자 파운드리(평택)의 수율(Yield) 문제가 품귀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시장 관계자들은 오히려 암호화폐 채굴 수요가 늘어나며 늘어난 그래픽카드 수요가 원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최근 이더리움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며 중국과 러시아 등지에서 지포스 RTX 3080 탑재 그래픽카드를 수천 장씩 쓸어가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이다.

■ RTX 3080 수급 문제, 삼성전자 탓?

지포스 RTX 3080 탑재 그래픽카드 품귀현상의 여러 원인 중 1순위로 꼽히는 것은 바로 해당 칩을 생산하는 삼성전자 평택 파운드리의 수율 문제다.

전작인 지포스 RTX 20 시리즈는 전량 대만 TSMC를 통해 생산됐다. 그러나 지포스 RTX 30 시리즈는 전량 삼성전자의 8나노(nm) 공정에서 생산된다. 이는 TSMC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산 여력에 여유가 있는 삼성전자를 통해 공급량을 늘리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선택이다.

삼성전자는 평택 소재 캠퍼스를 통해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 시리즈를 독점 생산한다. (사진=삼성전자)

일부에서는 지금까지 대규모 면적의 칩을 수탁생산한 적이 없는 삼성전자가 칩 면적 628제곱밀리미터(mm²), 283억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한 RTX 3080 칩을 생산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디지타임스 등 대만 언론은 이런 추측을 근거로 "엔비디아가 지포스 RTX 30 시리즈 칩 생산처를 삼성전자에서 대만 TSMC로 옮길 것"이라고 보도했다.

■ "지포스 그래픽카드 부족, 삼성전자와 무관"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국내 그래픽카드 유통사 핵심 관계자 A씨는 "지포스 RTX 3080 그래픽카드의 수급 문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무관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았지만 수율은 계속 향상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지포스 RTX 3070 등 다른 그래픽카드의 출시 일정을 연기하는 것은 수량 부족을 우려해 최대한 생산량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며 삼성전자 평택 파운드리의 수율 문제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그래픽카드 유통사 관계자들은 지포스 RTX 3080 그래픽카드 수급문제 원인으로 암호화폐 채굴 수요를 짚었다.

오히려 2019년 이후 한동안 주춤했던 암호화폐 채굴이 지포스 RTX 30 시리즈 출시와 맞물려 2017년 하반기 불거졌던 암호화폐 채굴 대란과 같은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 "이더리움 가격 상승과 맞물린 출시 시기가 문제"

11월 현재 채굴업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암호화폐는 바로 이더리움이다.

9일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이더리움 가격은 9월 초 480.56달러(약 53만 6천원)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뒤 9월 24일 322.33달러(약 36만원)로 하락했지만 현재 450달러(약 50만원)를 오가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최근 3개월간 이더리움 시세 추이. (자료=코인데스크)

이 관계자는 "과거 엔비디아 지포스 GTX 1660 8개를 동원해야 얻을 수 있던 연산량을 지포스 RTX 3080 한 장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되면서 채굴 업자들이 대거 장비 교체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생산되는 지포스 RTX 3080 그래픽카드 중 대부분은 중국이나 러시아 등지로 대량 흡수되고 있다"며 "주요 그래픽카드 제조사 시설이 있는 중국에서는 생산된 그래픽카드를 몇천 장씩 실어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 "암호화폐 채굴 수요 지나가길 바랄 뿐"

관련기사

여기에 물리적인 한계인 국내 시장 한계도 존재한다. 인접한 국가인 중국과 일본 대비 한국은 인구 면에서 열세에 있으며 조립PC 판매 수량도 상대적으로 적다. 이 때문에 국내 유통사가 받아오는 물량도 적어질 수 밖에 없다.

쿠팡 지포스 RTX 3080 판매 페이지 중 일부. (그림=웹사이트 캡처)

다른 유통사 관계자도 "지금은 암호화폐 채굴 수요로 촉발된 품귀현상이 어느 정도 해소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며 "출시 초기 소셜커머스나 오픈마켓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유통된 가격이 있기 때문에 품귀현상을 빌미로 쉽게 가격을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