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바이든 시대…트럼프 IT정책, 얼마나 건드릴까

망중립성·플랫폼 규제 등 쟁점 많아…틱톡 등 처리도 관심

홈&모바일입력 :2020/11/09 11:17    수정: 2020/11/09 20:42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비정상의 정상화.”

조 바이든이 개표 닷새 째인 7일(현지시간) 선거인단 270명을 넘어서면서 제46대 미국 대통령 당선이 사실상 확정됐다. 상대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승복하지 않고 있어 당선인 확정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세를 뒤집긴 힘들 전망이다. 

이에 따라 백악관 주인이 될 바이든이 어떤 정책을 펼칠 지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조 바이든이 내년 1월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트럼프 시대의 비정상을 정상 상태로 돌려놓는 일부터 착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위키피디아)

H-1B 규제 등 비정상 IT 정책 대거 원위치 될 듯 

IT업계도 조 바이든 당선으로 불편했던 많은 걸림돌들이 제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T 전문매체 프로토콜은 바이든 당선 확정과 함께 고숙련 전문직 비자 발급 완화를 비롯한 각종 정책들이 시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노동부와 국토안보부는 10월초 H-1B(전문직 취업비자) 등 고숙력 전문직에 대한 취업비자 발급 프로그램을 개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H-1B 프로그램 심사를 강화하는 행정명령을 발령한 데 따른 조치다.

이 문제는 대통령 행정명령 만으로 곧바로 수정할 수 있는 사안이다. 따라서 바이든은 대통령 당선과 동시에 H-1B 프로그램 심사 강화 조치를 무력화할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IT 기업들이 바이든 대통령 당선에 가장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것도 이 부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당선과 함께 오바마 시절 확립했던 망중립성 원칙을 무력화해버렸다. 또 광대역 망 접속 확대 정책도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 중 특히 관심을 끄는 건 망중립성 원칙 재확립 여부다.

트럼프는 대통령에 취임하자 마자 곧바로 연방통신위원회(FCC)를 통해 오바마 시절 확립한 망중립성 원칙을 폐기했다.

망중립성, FCC 통해 재개정 가능하지만 실행여부 불투명  

당시 트럼프는 아짓 파이 FCC 위원장을 통해 통신법 706조 타이틀2(유선서비스)로 분류돼 있던 유무선 인터넷 서비스사업자(ISP)를 타이틀1(정보서비스)으로 재분류했다.

FCC가 이런 정책을 펼 수 있었던 데는 2014년 연방항소법원 판결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버라이즌과 FCC가 맞붙었던 당시 소송의 쟁점 중 하나는 통신법 706조 해석 문제였다.

통신법 706조는 FCC가 지역 통신시장의 경쟁을 촉진하는 수단으로 공익, 편의, 가격 규제 등의 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FCC는 “통신법 706조가 FCC에게 '오픈 인터넷규칙' 제정 권한까지 부여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버라이즌은 통신법 706조는 일반적인 원칙을 서술해 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이 공방에서 연방항소법원은 FCC의 손을 들어줬다. 통신법 706조는 FCC에겐 ‘안전규정(fail-safe)’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게 법원 판단이었다. fail safe란 “기계가 고장나서 폭주할 우려가 있을 경우 재해를 막을 수 있는 안전기구”를 의미한다. 마땅한 다른 규정이 없을 경우 FCC가 규제 근거로 쓸 수 있다는 의미다.

(사진=씨넷)

따라서 최소한 법적으론 FCC가 오픈인터넷 규칙에 대한 제개정 권한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4년 만에 또 다시 망중립성 원칙을 뒤집을 것이냐는 점이다.

프로토콜에 따르면 바이든 역시 오바마 시절 확립한 망중립성 원칙에 대해선 공감하고 있다. 또 현재 민주당 출신 FCC 위원인 제시카 로젠워슬 역시 망중립성 강화에 대해 강력한 지지 입장이다.

게다가 FCC는 집권당이 3대 2로 수적 우위를 누리게 돼 있다. 대통령의 권한만으로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바이든이 4년 만에 또 다시 원 상태로 돌리겠냐는 점이다. 후보 시절부터 ‘친인터넷 성향’을 강하게 보였던 오바마와 달리 바이든은 망중립성에 대해 적극적인 발언을 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백악관에 들어가 바이든이 어떤 행보를 보일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광대역 통신망 확충은 의회 협조 필요 

또 다른 쟁점은 광대역 통신망 확충이다.

프로토콜에 따르면 바이든은 광대역 인터넷 망 확충을 위해 20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IT업계 입장에선 바이든의 이 같은 투자 계획에 대해 큰 기대를 갖고 있다.

문제는 광대역 망 확충은 대통령 결심만으로 가능한 건 아니란 점이다. 의회 협조를 받아야만 하는 사안이다. 하원은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상원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현재까지 공화당이 50석, 민주당이 48석을 확보한 상태다. 

조지아 주에 걸린 두 석은 내년 1월 결선 투표를 통해 확정하게 된다. 민주당은 이 두 석을 모두 가져와야만 상원도 다수 의석을 차지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광대역 통신망 확충 작업은 코로나19 팬데믹 복구 계획에서 중요한 IT 관련 투자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만큼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상당한 공을 들일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내년 1월 조지아 주 상원 결선 투표에서 민주당이 두 석 모두 가져올 경우엔 이 계획을 좀 더 수월하게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명분을 앞세워 적극 추진할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예상된다.

'플랫폼 면책 보장' 통신품위법 230조 처리도 관심 

또 다른 IT 관련 쟁점은 통신품위법 230조다.

통신품위법 230조는 “양방향 컴퓨터 서비스 제공자나 이용자는 다른 콘텐츠 정보 제공자가 제공하는 어떠한 정보의 발행인이나 화자로 취급 되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원칙은 인터넷 사업자들에겐 사실상 ‘면책조항’이나 다름 없다. 소송당할 우려 없이 마음껏 플랫폼 사업을 영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통신품위법 230조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트럼프와 바이든 모두 이 조항에 대해선 폐지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이유는 간단했다. 플랫폼 사업자들이 (자신을 비롯한) 보수주의자의 목소리를 탄압한다는 것이었다.

반면 바이든의 입장은 좀 더 논리적이었다. 플랫폼 사업자들이 통신품위법 230조를 핑계로 허위조작 정보 유통을 막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젠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성을 좀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바이든의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통신품위법 230조 폐지 문제는 생각처럼 간단하지가 않다.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입장은 같지만, 속내는 완전히 상반되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공화당의 정치 공세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게다가 통신품위법 230조 문제는 다른 쟁점들에 비해선 우선 순위에서 크게 뒤질 가능성이 많다.

그런 만큼 바이든이 이 문제를 성급하게 들고 나올 가능성이 많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틱톡 등 중국기업 규제 및 IT 반독점 규제는 좀 더 지켜봐야  

IT 관련 또 다른 쟁점은 중국 업체 규제 문제다. 트럼프는 올 들어 틱톡을 중국업체 바이트댄스로부터 분리하기 위해 강한 압박을 계속해 왔다.

바이든은 트럼프와는 조금 다르다. 대통령이 되면 트럼프가 탈퇴했던 파리 기후협약에 재가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적 있는 바이든은 중국과의 협력도 필요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중국 쪽에 손을 내밀 수도 없다. 중국 IT 기업들이 미국에 위협이 되고 있는 상황을 외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문제 역시 바이든의 행보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바이든 IT 정책에서 가장 속내를 짐작하기 힘든 것은 ‘반독점 규제’ 문제다. 미국 하원은 최근 아마존,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4대 IT 기업의 경쟁 방해 행위를 집대성은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강하게 압박했다.

(사진=씨넷)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이들에 대한 압박 수위는 꽤 높았다. 법무부는 최근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조만간 페이스북도 제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공화당 못지 않게 민주당 쪽에서도 거대 IT 기업 규제 문제에 대해선 꽤 강경한 편이다. 바이든과 경선에서 맞붙었던 엘리자베스 워런, 버니 샌더스 등은 구글, 페이스북 같은 거대 플랫폼 사업자를 분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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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바이든은 이들에 비해선 조금 온건한 편이다. 게다가 거대 IT 기업 규제 문제는 협상 파트너인 공화당의 협조도 필요한 사안이다.

프로토콜은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거대 IT 기업 문제는 바이든 행정부가 어떤 행보를 보일 지 가장 불확실한 영역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