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바이든 누가 되든..韓 반도체 경쟁력엔 영향 없어

산업硏·현대경제硏 "美·中 무역분쟁은 지속...통상정책 일부 변화 기대"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0/11/04 16:46    수정: 2020/11/04 16:52

미국의 차기 대통령을 결정짓는 선거 개표가 진행 중인 가운데 국내 반도체 업계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모두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정책 기조를 보이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에 큰 영향을 끼쳐온 미·중 무역분쟁이 해소될 가능성은 낮지만, 신정부 출범과 함께 추진되는 정책 방향에 따라 새로운 대외 불확실성이 등장할 수 있는 탓이다.

우선 다수의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하거나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는 경우 모두 중국을 상대로 한 미국의 무역분쟁과 기술냉전 양상은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력은 트럼프 정부보다 앞서 오바마 정부부터 시작됐고, 이에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에도 이는 지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이유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뉴스1)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첨단 기술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은 이미 오바마 정부 시절부터 시작됐고,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에도 정책 기조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한 미국의 견제(기술냉전)도 지속 이어지면서 당분간 불확실한 대외 환경이 지속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산업연구원은 이와 관련 최근 보고서(미국 대선에 따른 통상정책 전망과 대응방안)에서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이 중국의 경제성장을 미국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 향후 중국과 발생하는 무역관련 이슈는 대(對)중국 첨단기술 유출방지를 목적으로 규제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또 두 후보가 미국 내 공급사슬의 국내화를 강조하면서 해외에 진출한 미국 기업의 국내 복귀를 촉구, 기업의 신규 해외 이전을 규제하는 대중견제 강화 및 공급사슬 국내화를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소폭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기술 패권을 위한 미·중 무역분쟁은 계속 이어지겠지만, 방식과 정도는 과거(트럼프 행정부)보다 유화적인 분위기로 변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주 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양 후보 중 누가 당선되도 한국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중 무역분쟁 지속)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다만,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에는 중국 화웨이에 대한 제재조치가 조금 완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자료=산업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은 앞서 보고서(미국 대선 결과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서 트럼프 대통령 재선보다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한국 경제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바이든 후보가 국제통상 질서를 존중하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처럼 직접적인 대중 제재에 나서기보다 동맹국과의 연합을 통한 대중 견제에 나서 글로벌 교역환경이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중국에 대한 고관세 정책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당장은 미국 신정부 출범에 따른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비대면 경제활동의 증가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수요를 견인하고 있는데다 화웨이 제재로 오포, 비보, 샤오미 등 중국 주요 스마트폰 업체들이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물밑 경쟁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내년부터 본격 확산되는 5G 서비스가 주요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투자로 이어지고,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메모리 반도체 중심→시스템 반도체 육성 등)을 견인할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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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산업연구원)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 여파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의 퇴출을 야기, 이로 인해 반도체 시장에서는 화웨이를 비롯한 중화 스마트폰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재고를 축적하는 수요 확대로 이어지는 등 긍정적인 요인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화웨이의 공백을 채우기 위한 오포, 비보, 샤오미 등의 치열한 경쟁은 당분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지속적인 수요 확대로 이어져 전반적으로 시장 환경을 개선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또 "그간 미·중 무역분쟁과 기술패권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한국 반도체 산업은 큰 위기에 직면(수출금지 등)하지 않았다"며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 시대가 도래하면서 구글, 아마존 등 미국의 대형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투자를 더욱 늘려 한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세는 지속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