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핵심 IT, 패키지 SW 쓸 때 됐다”

[인터뷰] 이은중 뱅크웨어글로벌 대표

컴퓨팅입력 :2020/11/04 16:33    수정: 2020/11/05 15:50

“국내 은행의 계정계 시스템은 그동안 요건정의, 설계, 자체개발 등의 방식으로 구축돼왔다. 모바일, 핀테크, 고객경험 등이 부상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서 이같은 방식은 혁신의 발목을 잡는다. 우리나라 금융권도 디지털 혁신을 가속하기 위해 고도의 전문성으로 개발된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써야 할 때다.”

코어뱅킹 솔루션 전문기업인 뱅크웨어글로벌의 이은중 대표는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은중 대표는 “은행 IT시스템이 채널계, 정보계, 계정계 등 크게 세 축으로 이뤄지지만, 결국 코어뱅킹을 중심으로 만들어지게 된다”며 “지급결제 같은 채널계, 빅데이터 분석 같은 정보계 등 주변부 중심으로 디지털 혁신이 진행돼왔지만, 이제는 계정계 시스템 혁신에 대한 전세계 금융사의 수요가 어느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중 뱅크웨어글로벌 대표

이은중 대표에 의하면, 새롭게 금융 IT환경을 구축중인 동남아시아권 은행의 50% 이상이 패키지 소프트웨어 기반의 코어뱅킹을 구축하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여신 업무뿐 아니라 다양한 금융 서비스 혁신을 함께 내놔야 하는 상황에서 솔루션 구매로 토대를 빠르게 구축함으로써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빅뱅 방식의 금융권 차세대 프로젝트는 낭비적”이라며 “잘 만든 소프트웨어를 쓰면 안정성과 품질을 확보하면서 비용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직접 시스템을 구축하던 전세계 은행들도 외부의 코어뱅킹 패키지를 쓰는 게 더 빠르니 그쪽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코어뱅킹 위에 새로운 혁신을 애드온하는 방식이 많아지고 있어 코어뱅킹 시장이 3~5배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되며 계정계 관련 스타트업도 다수 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보는 우리나라 은행 IT시스템의 문제는 경험의 재사용에 대한 부분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 금융권은 수많은 차세대 시스템 구축 사업을 진행하는데, 이는 전세계에서 유별난 경우다. 정상적이라면 수많은 차세대 프로젝트의 경험이 경쟁력 있는 금융 SW 패키지 기업이 등장을 촉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이 대표는 “외국 은행은 시스템 구축에 5년을 잡고 설계에만 2년을 투자하는데, 한국은 구축에 2년을 잡고 설계에 6개월만 고민했다”며 “고민해야 할 설계부분이 엄청 많지만 실제로 고민할 시간은 너무 짧아 목표 대비 달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년동안 우리나라 금융권에서 수많은 차세대 프로젝트가 있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금융 IT 솔루션의 글로벌 수출 시도도 많았지만, 성공 사례는 거의 없다”며 “우리나라 금융 소프트웨어의 경쟁력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방법론이지, 유지보수에 용이한 유연성 있는 설계나 새로운 요소를 계속 수용하면서 전체 시스템에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이터 설계 등 현실적 고민을 해결하는 측면은 빈약하다”고 덧붙였다.

은행의 디지털 전환 흐름 중 가장 핵심에 관련되는 부분은 신규 상품 개발이다. 은행은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 소비자의 수요에 맞추려 다양한 금융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요즘은 타 기관의 상품까지 판매하는 크로스채널 영업도 활발하며, 마이데이터 사업 기회도 열렸다.

이 대표는 “보험, 펀드 등 타사의 금융상품과 전 금융기관의 거래 내역, 계약 내역을 망라하는 마이데이터 등 이제 통합적 시각에서 고객의 데이터를 분석해야 한다”며 “가입조건, 이자, 수수료 등의 복잡한 계산이 빠르게 이뤄져야 신속하게 다양한 상품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 고객의 여러 금융기관 데이터를 모아 종합적으로 보려면 담을 그릇이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담아낼 거냐 하는 부분을 추상화해서 표현하는 부분이 더 필요한 IT요건이 됐다”며 “동남아의 경우 베트남의 모모란 메신저 업체는 베트남 10여곳에 다양한 외부 기관의 상품을 파는 플랫폼이 되고 있으며, 중국은 알리바바가 그런 통합 채널 사업을 많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뱅크웨어글로벌은 코어뱅킹 솔루션은 클라우드 버전으로 만들어 글로벌 시장에서 수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알리바바그룹의 마이뱅크, 필리핀 BPI방코 등이 대표 수출 사례다.

뱅크웨어글로벌 코어뱅킹 솔루션의 강점 중 하나는 ‘상품팩토리’다. 신규 상품 개발의 복잡한 과정을 빠르게 수행해 시장 수요에 재빠르게 대응하도록 도와준다. 10만여종의 신규 상품이 뱅크웨어글로벌의 ‘프로덕트팩토리’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뱅크웨어글로벌은 한국IBM의 금융권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인재들이 창업한 회사다. 올해 창업 10년째로 한국보다 글로벌 코어뱅킹 솔루션 시장에서 더 많이 주목받았다. 창업 후 5년 동안 IBM서 경험을 녹여 설계한 코어뱅킹 솔루션으로 금융기관 규모에 상관없이 완전한 패키지를 공급할 수 있다.

이 대표는 국내 금융기관도 IT 투자에 대한 인식을 전환해줄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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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4차산업혁명, 디지털뉴딜 등의 흐름 속에서 국가적으로 엄청난 투자에 나섰지만, 사실 응용업무쪽 소프트웨어는 소외됀 느낌을 받는다”며 “응용 소프트웨어는 산업별로 특화되고 중요성이 큰데, 매번 다시 개발한다는 건 부가가치 없는 걸 반복하는 것”이라고 SI 중심의 민간 및 공공 소프트웨어 시장의 기조를 비판했다.

그는 “소프트웨어를 재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재구매하게 하면 그 회사가 계속 돈을 벌게 되고,또다른 SW회사가 생기고 고용과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된다”며 “우리나라 금융기관과 정부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