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원 차기 손보협회장 내정...실손보험 등 과제 산적

보험금 청구 간소화 등 풀어야…"협상 능력 기대"

금융입력 :2020/11/03 16:42    수정: 2020/11/03 16:42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차기 손해보험협회장에 내정됐다. 손보업계의 바람대로 정부와 가교 역할을 할 관료 출신 인사가 협회장에 추대된 것인데, 달리 보면 그만큼 현안이 쌓여있다는 의미라 그의 마음이 결코 가볍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협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지난 2일 3차 회의에서 정지원 거래소 이사장을 협회장 후보로 결정했다.

손보협회는 다음주 총회에서 투표를 거쳐 정지원 이사장을 새 회장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물론 회원사 15곳 중 3분의 2인 10곳 이상이 참석한 가운데 과반의 찬성표를 얻어야 하지만 단수 후보인데다 시간적 여유도 부족해 이변은 없을 것으로 점쳐진다.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사진=뉴스1)

1962년생인 정지원 회장 내정자는 부산 대동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인물이다. 행정고시 27회(1986년)로 공직에 입문한 이래 재무부와 재정경제원을 거쳤고 금융감독위원회 은행감독과장과 감독정책과장,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과 상임위원, 한국증권금융 사장 등을 역임했다. 이어 지난 2017년 11년부터 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 활동하다 이달 3년의 임기를 마쳤다.

특히 정지원 내정자는 강영구 메리츠화재 사장 등 경쟁 후보에 비해 보험업 경력이 부족하긴 하나, 장기간 공직에 몸담으면서 정치권과 금융권 인맥을 쌓았다는 게 강점으로 평가받는다. 부산 출신 금융인 모임인 부금회의 일원인 것으로도 알려진 바 있다.

손보협회 회추위도 이 점을 주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지원 내정자가 손보업계 과제를 해결할 적임자라는 판단에 3차 회의에서 그에게 표를 몰아줬다는 전언이다. 그간 손보업계는 정부와 가까운 인물이 협회를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보험제도 개선 등과 관련해 업계의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손보업계는 이미 여러 현안에 직면해 있다. 금융위원회가 추진 중인 실손의료보험 개편, 11년째 공회전하는 실손 보험금 청구 간소화 작업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실손의료보험 개편은 비급여 진료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 적용하는 게 핵심인데, 그 실효성을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소비자에게 과잉진료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할 수는 있겠지만, 신규 계약자부터 적용되는 만큼 '상품 갈아타기'가 이뤄지지 않으면 보험사의 손해율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보험사로서는 보험료 인상으로 급한 불을 끌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또 실손 보험금 청구 간소화와 관련해선 국회가 연이어 법안을 발의하며 힘을 실어줬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청구 간소화 시스템이 보험사의 정보 수집과 보험금 지급 거부 수단으로 쓰일 것이라며 의료계가 반발하는 탓이다.

아울러 국정감사 중엔 자동차보험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제안도 있었다. 일부 경상환자의 과잉진료가 자동차보험료 상승을 부추기는 만큼 이를 예방할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진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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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업계에서는 조만간 신임 협회장으로서 공식 임기에 돌입할 정지원 내정자의 협상 능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을 지낸 김용덕 현 회장은 금융당국·정치권과 소통하며 자동차보험료 인상과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 등을 조율해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며 "신임 협회장 역시 정부와 업계의 소통을 바탕으로 보험업 발전을 이끌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