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상품과 서비스가 더이상 금융사만의 전유물이 아닌 시대가 오고 있다. 오픈뱅킹·마이데이터로 정보통신기술(ICT)기업도 금융사의 경쟁자가 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로 전 영역서 디지털 컨택트(Digital Contact)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금융사와 핀테크 등의 디지털 시대의 오픈 파이낸스(Open Finance) 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서울 반포 자이에 아파트가 한 채 있고, 노후 플랜도 모두 마련된 A씨의 1천만원과, 서울에 갓 상경해 원룸을 살며 월급을 꼬박꼬박 모은 B씨의 1천만원은 다르다. 그렇지만 이 둘이 같은 증권사에서 투자자 성향을 진단받고 동일한 결과가 나온다면, 추천되는 종목과 투자 상품은 다르지 않을 확률이 높다. A씨와 B씨의 1천만원의 의미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로보어드바이저 자산관리 서비스 기업 '콴텍'은 이 같은 로보어드바이저의 해답이 맞는 것일까를 고민해온 회사다. 콴텍이 갖고 있는 핵심 솔루션 '큐 엔진(Q-Engine)'을 통해 개인에게 더 적합하고 알맞는 자산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 여의도 KT타워에 위치한 콴텍 사무실에서 이상근 대표와 만나, 콴텍의 현재와 미래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수익률 상위...다양한 채널에 서비스 공급
이상근 콴텍 대표는 모바일로 대표되는 온라인 채널만이 아닌 오프라인과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하이브리드 채널까지 다양한 채널에 서비스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대표는 "자산 관리는 프라이빗뱅커(PB)를 통한 오프라인이 채널 규모가 큰 시장이기 때문에 온라인만 타깃으로 하는 것은 시장이 작다는 점을 눈여겨 봤다"며 "오프라인의 경우 PB 채널과 무인 키오스크 '큐 오스크(Q-osk)'를 고려하고 있으며 온라인은 콴텍 서비스를 고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모바일 플랫폼 '머니포트' 등 세 가지 채널을 아우르려고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일단 PB 채널은 콴텍의 Q-Engine을 기반으로 한 툴을 제공해 PB들은 자산 관리 수요가 있는 고객들에게 맞춤형 분석과 사후 관리를 하게 하는 방식이다. 이는 현재 KB증권과 콴텍이 협의해 진행 중인 서비스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인공지능(AI)이 아무리 발전한다 하더라도 감성적으로 다가가는 사후 관리는 어렵다고 봤다"며 "카카오톡을 통해 대화를 나눌 때도 온점을 찍느냐, 쉼표를 쓰느냐에 따라 감정이 다 다른데 AI가 이를 모두 읽을 수 있겠느냐는 의문에서 나온 결과였다"고 설명했다. 콴텍의 Q-Engine 기반 솔루션 툴을 통해 PB들은 포트폴리오를 고객에게 제공하지만, PB의 역할은 사후 관리에 방점이 더 찍힌 구조다.
무인 키오스크는 자산 관리에 대한 수요가 있는 고객이 직접 자신의 자산 현황을 입력하면 이 키오스크가 설치된 금융사에서 고객 정보를 모은 뒤, 자산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상근 대표는 "콴텍은 온라인 혹은 오프라인만 해서 고객을 모으자는 것보다 모든 채널을 아우르는 융합형으로 가자는게 기본적인 콘셉트"라며 "KB증권과의 협업 모델 실시 이후 운용자산규모가 700억원 수준이 됐으며 올해까지 1천억 돌파를 앞두고 있을 만큼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현재 콴텍은 KB증권에 Q-Engine 솔루션 이용비를 연간으로 받고 있다. 이 같은 업무 제휴의 이유에 대해 이 대표는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의 성능을 테스트하는 테스트베드가 있는데 국내 주식은 물론이고 해외 주식의 수익률도 콴텍의 솔루션이 연환산 시 상위를 차지했다"고 부연했다.
맞춤형? 아직 금융사 서비스는 2차원에 불과
이상근 대표는 현재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맞춤형 자산 서비스가 파편화된 상태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로보어드바이자로 상품을 추천한다고 하면 고객 성향에 맞춰주는 것인데 맞춤이라고 보기엔 창피하다"며 "예를 들어 고객이 삼성전자 주식을 갖고 있고 헬스케어 펀드를 갖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증권사 로보어드바이저로 자산 관리를 받는다고 하면 이미 보유한 금융자산에 대해선 신경쓰지 않고 성향에 따른 상품을 추천해주는 식"이라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고객이 갖고 있는 자산이 각각 개별화되는 것인데 개별화가 아닌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콴텍 솔루션의 핵심은 어떤 채널을 통해 연결되더라도 고객이 가진 자산을 완전 분석하고 통합적으로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특히 현재 금융사의 자산 관리서비스는 이 처럼 개별화되다 보니 '2차원'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각각의 고객이 갖고 있는 돈은 동일한 액수더라도 목적은 다를 것인데 이를 보지 않는 2차원으로 금융사는 바라본다"며 "성향 분석은 사진을 찍는 2차원이고 자산 관리는 3차원이어야 한다. 이 과정에 솔루션이 기여를 할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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콴텍은 마이데이터(본인 신용정보 관리업)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금융투자상품은 물론이고 은행 대출과 카드 지출 내역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해 맞춤형 자산 관리 서비스로 나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다.
이상근 대표는 "이미 증권사 등을 통해 금융투자상품에 대해선 맞춤 분석을 해줬고, 노하우를 토대로 종합 관리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봤다"면서 "내년 2월 마이데이터 사업 심사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