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CJ가 물류와 콘텐츠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피를 섞었다. 양사의 서비스를 상호 보완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다. 각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들의 지분투자로 시장에도 긴장감이 돌고 있다. 네이버의 '기술'과 CJ그룹의 '인프라'가 만나 어떤 폭발적인 결과물이 나올지 주목된다.
네이버는 CJ ENM, 스튜디오드래곤과 각각 1천5백억원의 상호 지분을 교환키로 26일 공시했다. CJ대한통운과는 3천억원의 지분 교환을 진행한다. 이 두 회사는 상호 지분 투자로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고, 새로운 실험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각사가 가진 장점을 합쳐 해외 기업과 싸울 힘을 마련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 물류 약한 네이버, CJ대한통운 통해 우군 확보
네이버쇼핑은 백화점과 아울렛, 로드샵뿐만 아니라 전통시장, 마트 등을 모두 아우르는 쇼핑 플랫폼이다. 소상공인도 쉽게 자신만의 판매처를 만들 수 있는 스마트스토어 플랫폼도 제공 중이다. 그러나 물류 사업은 직접 하고 있지 않아 약점으로 꼽혔다. 때문에 네이버는 제품 보관부터 배송까지 책임지는 CJ대한통운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해오며 협력을 다져왔다.
이번 동맹으로 인해 네이버는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CJ대한통운의 물류에 접목해 디지털 물류 시스템을 고도화 나갈 계획을 밝혔다. 스마트 물류 체계를 구축해 주문부터 배송까지의 전 과정을 디지털화하고, 수요예측뿐만 아니라 물류 자동화, 재고배치 최적화, 자율주행, 물류 로봇 등도 시도해볼 수 있다.
CJ대한통운 입장에서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나 브랜드스토어 등 입점 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네이버는 CJ대한통운을 통해 빠른 배송 서비스를 보장받을 수 있다.
네이버와 CJ대한통운의 이같은 시도는 물류 인프라에 과감한 투자를 계속하고 있는 쿠팡에게도 위협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쿠팡은 2023년까지 대규모 물류센터 증설을 계속할 계획으로, 이미 당일 배송을 통해 빠른 배송 서비스를 소비자들에게 각인시켰기 때문에 네이버가 이를 뛰어넘기 힘들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CJ대한통운의 풀필먼트센터 하나로는 쿠팡의 물류센터를 당해낼 수는 없겠지만, 네이버의 기술과 CJ의 물류 인프라가 합쳐서 또 다른 시너지가 나올 수 있어 위협적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 넷플릭스만 바라볼 수 없어…CJ 콘텐츠, 또 다른 날개 찾았다
네이버와 CJ ENM, 스튜디오드래곤과의 협력은 국내 콘텐츠가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돋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미 CJ는 넷플릭스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글로벌에 선보이고 있지만, 플랫폼 하나만 바라볼 수 있을 수 없는 실정이다.
CJ는 네이버와의 협력을 통해 최근 CJ ENM에서 분사한 티빙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고, 네이버가 브이라이브를 통해 확보한 해외 사용자를 활용해 해외 시장을 공략할 수도 있다.
이날 네이버는 티빙 지분투자를 예고하며, 각각이 갖고 있는 멤버십 간 결합상품 출시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네이버와 CJ의 콘텐츠 동맹은 카카오를 견제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카카오 종합 콘텐츠 자회사인 카카오M은 다음웹툰이나 카카오페이지 등의 IP를 활용해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으며, 카카오톡과의 시너지로 전국민을 공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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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또한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웹툰과 웹소설 IP를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로 탄생시킬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웹툰의 성장 가능성을 본 네이버와 콘텐츠 제작 능력을 인정받은 CJ가 넷플릭스의 의존도를 줄일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 계획을 가질 수도 있다"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 두 회사의 협력은 필수"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