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월성1호기 경제성 저평가됐다"

조기폐쇄 타당성 여부 판단은 유보…백운규 전 장관 등 문책 요구

디지털경제입력 :2020/10/20 16:11    수정: 2020/10/20 16:13

경북 경주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폐쇄 결정 당시 한국수력원자력의 경제성 평가가 부적절했다는 감사 결론이 나왔다. 

다만, 당초 관건이었던 조기폐쇄 결정에 대한 타당성 여부 판단은 내리지 않아 '반쪽 감사'에 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감사원은 20일 오후 공개한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감사보고서를 통해 "경제성 평가 용역보고서에서 월성1호기의 즉시 가동중단 대비 계속가동의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감사보고서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지난해 10월 1일 감사원에 요청한 후 전일(19일) 감사위원회가 1년여 만에 의결한 것이다.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 타당성 점검 감사보고서. 자료=감사원

"원전 계속가동 경제성 불합리하게 산정"

보고서 내용은 크게 두 가지 내용으로 압축된다. 

월성1호기 조기폐쇄 당시의 결정이 과연 타당했는지 여부, 그리고 조기폐쇄 결정과 연관된 산업통상자원부·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들의 배임 여부다.

결론적으로, 감사원은 월성1호기 조기폐쇄의 주요 근거인 '경제성 평가'가 부적절하게 이뤄졌다고 봤다. 

감사원은 "경제성 평가 당시 적용된 한수원의 전망단가가 실제보다 낮게 추정됐음에도 평가 보고서엔 이를 그대로 적용, 이에 월성1호기를 계속 가동했을 때의 경제성이 낮게 산정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한수원이 원전 가동중단에 따라 감소하는 인건비·수선비를 과다 산정했고, 결과적으로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저평가됐다는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사진=한수원

한수원의 원전 경제성 평가 제도상 미비점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원전의 계속가동에 대한 경제성 평가 시 판매단가·이용률·인건비·수선비 등 입력변수를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경제성 평가결과에 많은 차이가 발생하게 되는데, 한수원 지침은 계속가동과 관련한 경제성 평가에선 적용 가능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목할 점은, 감사원이 이번 감사 결과에 대해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으로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는 점이다. 

감사는 경제성 평가의 적정성 여부 위주로 이뤄졌다. 이에 한수원이 고려한 안전성·지역수용성 등의 문제는 감사 범위에서 제외됐다. 또 정부의 탈(脫)원전 등 에너지전환 정책도 직무감찰규칙에 근거해 이번 감사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다.

월성 원전 1호기. 사진=뉴스1

백운규 前 산업부 장관에 인사통보…정재훈 한수원 사장엔 '엄중 주의'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가 결과적으로 부적절했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당시 조기폐쇄 지시와 결정에 관여한 산업부·한수원 관계자들에 대한 문책도 이뤄질 전망이다.

감사원은 우선, 월성1호기 가동중단 방침을 결정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에 대해 국가공무원법 제56조에 근거, 엄중한 인사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백 전 장관은 경제성 평가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한수원의 결정 시기에 맞춰 즉시 가동중단 방침을 결정했다. 이에 산업부 직원들이 즉시 가동중단을 이행할 수 밖에 없었고, 경제성 평가 과정에도 관여해 신뢰성을 훼손했다. 다만, 백 전 장관이 퇴직자임을 고려해 인사자료를 통보하는 선으로 감사원은 결정했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사진=산업부

정재훈 한수원 사장에 대해선 "경제성 평가를 실시하면서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하지 않았고, 직원들이 경제성 평가 과정에서 부적정한 의견을 제시하는 데도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했다"며 "이에 엄중 주의를 요구한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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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월성1호기 관련 자료 삭제에 관여해 감사를 방해한 산업부 공무원 2명에는 경징계 이상의 징계 처분을 내리라고 산업부 장관에게 통보했다.

한편, 월성1호기는 1982년 11월 가동을 시작해 2012년 설계 수명이 다했다. 그러던 중 2015년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계속운전 승인을 받아 2022년까지 가동될 예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주민주용성을 높이기 위해 1천억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됐다. 그러다 지난 2018년 조기폐쇄된 이후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2019년 12월 고리 1호기에 이어 두 번째 영구 정지 원전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