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부문 인수를 통해 기업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시장 1위를 노린다. 해당 시장에서 경쟁력(2위)을 보유한 인텔로부터 사업을 양수받는 만큼 향후 시장 판도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20일 SK하이닉스는 이날 인텔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및 저장장치 사업 인수를 골자로 한 양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인수 대상은 ▲인텔의 낸드플래시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낸드 SSD) ▲낸드플래시 단품 ▲웨이퍼 비즈니스 ▲중국 다롄 공장 등이며, 인수 총액은 90억달러(약 10조2천627억원)에 달한다. 인텔이 차세대 메모리 시장 공략을 위해 집중하고 있는 옵테인(D램과 낸드플래시의 특성을 동시에 갖춘 메모리 반도체) 사업 부문은 인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SK하이닉스 측은 "2021년 말까지 주요 국가의 규제 승인을 얻기 위해 노력할 계획으로, 규제 승인을 받으면 우선 70억달러를 지급해 인텔의 낸드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사업(관련 지식재산 및 인력 등)과 중국 다롄 팹 자산을 SK하이닉스로 이전할 계획"이라며 "이후 인수 계약 완료가 예상되는 2025년 3월에 SK하이닉스는 20억달러를 지급하고, 인텔의 낸드플래시 웨이퍼 설계와 생산관련 지식재산, 연구·개발 인력 및 다롄 팹 운영 인력 등 잔여 자산을 인수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또 "인텔은 계약에 따라 최종 거래 종결 시점까지 다롄 팹 메모리 생산 시설에서 낸드플래시 웨이퍼를 생산하며, 낸드플래시 웨이퍼 설계와 생산관련 지식재산을 보유하게 된다"며 "이번 인수로 SK하이닉스는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급성장하고 있는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기업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등의 솔루션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선두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인텔은 글로벌 반도체 선도 기업으로, 업계 최고 수준의 낸드플래시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기술력과 쿼드러플 레벨 셀(QLC) 낸드플래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나아가 인텔의 NSG(Non-volatile Memory Solutions Group·비휘발성 메모리 솔루션) 부문 중 낸드 사업의 올해 상반기(2020년 6월 27일까지) 실적은 매출 28억달러, 영업이익 6억달러에 달했다.
SK하이닉스는 향후 인텔의 솔루션 기술 및 생산 능력을 접목해 기업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등 고부가가치 중심의 적층형(3D) 낸드플래시 솔루션 포트폴리오 구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인텔은 이번 거래를 통해 확보한 재원을 제품 경쟁력 강화와 인공지능(AI), 5G 네트워킹, 인텔리전트 엣지, 자율주행 기술 등 장기 성장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분야의 투자자금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인수와 관련해 기업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시장 1위 삼성전자를 추격하는 강자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글로벌 기업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 인텔은 각각 3.9%, 18.2%의 점유율로, 시장 6위와 2위를 기록한 바 있다. 이번 인수가 최종적으로 타결될 경우, SK하이닉스의 시장 점유율은 20%대로 치솟아 시장 1위(30.5%)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10%포인트 내로 좁힐 수 있게 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인텔이 기업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시장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고객저변 확대(인텔 낸드 사업 인수 효과)로 인한 SK하이닉스의 성과창출이 기대된다"며 "시장 점유율 확대, 기술 경쟁력 강화 등에서 긍정적인 요인이 있어 기업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시장에서 선도 기업으로 도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는 차지 트랩 플래시(CTF) 기반 96단 4D 낸드(SK하이닉스의 적층형 낸드플래시)와 128단 4D 낸드플래시를 각각 2018년과 2019년에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등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분야에서 그간 기술 경쟁력을 지속 강화해왔다. 이에 내부적으로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 부문 인수를 통해 기업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시장에서 특히 성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가 이번 인수와 함께 기업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시장 공략을 더욱 가속화하기 위한 별도의 연구시설 및 조직을 신설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SK하이닉스는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자회사를 설립을 통해 인텔의 중국 다롄 생산시설과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사업 부문(관련 지식재산 및 인력포함)을 이전받을 계획이라고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솔리드 드라이브 스테이트 관련 솔루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대만, 이태리, 벨라루스 등에 연구·개발법인을 운영하고 있다"며 "인텔 낸드 사업부문 인수 이후, 솔루션 경쟁력 강화에 보다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신규 연구·개발 조직신설도 기대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