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소문에 몸살 앓는 인텔 '어벤져스 한정판' 프로세서, 왜?

일부 소비자들 "오버클록 성능 떨어진다" 주장.. 인텔 "사실무근"

홈&모바일입력 :2020/10/13 17:29    수정: 2020/10/13 17:37

인텔 '마블 어벤져스' 한정판 프로세서. (사진=인텔)
인텔 '마블 어벤져스' 한정판 프로세서. (사진=인텔)

지난 9월 말부터 인텔 코어 i9-10900K 프로세서를 온라인에서 구입한 소비자들이 기존 파란색 박스 안에 담긴 제품 대신 PC 게임 '마블 어벤져스' 디자인이 적용된 i9-10900KA 프로세서를 배송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i9-10900KA 프로세서의 오버클록 여유폭(마진)이 기존 출시된 패키지에 든 i9-10900K보다 떨어지며 유통업체들이 재고 처리를 위해 소비자를 속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인텔 측의 설명이다.

■ 인텔, 9월 초 '마블 어벤져스 한정판' 출시

인텔 '마블 어벤져스 한정판' 프로세서는 지난 9월 초 출시된 PC 게임 '마블 어벤져스' 출시를 기념해 게임에 등장하는 아이언맨과 헐크 등 캐릭터를 패키지에 적용했다.

한정판 제품은 코어 i9-10900KA, i9-10850KA, i7-10700KA, i5-10600KA 등 4종이다. 모델명 뒤에 'A'가 추가되었지만 기능이나 성능, 제원은 동일하다는 것이 인텔 측의 설명이다.

인텔 코어 i9-10900KA. 마블 어벤져스 캐릭터가 적용된 한정판이다. (사진=인텔)

또 모델명 뒤에 'K'가 붙는 제품은 적절한 냉각장치(수랭식/공랭식 냉각팬)로 프로세서 발열이 제어되는 상태에서 소비자들의 책임 아래 전압과 주파수 배율을 조정해 생산시 최고 주파수 이상으로 오버클록이 가능한 제품이다.

그러나 최근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는 물론 쿠팡 등 오픈마켓에서 "코어 i9-10900K를 주문했는데 i9-10900KA 프로세서를 받았다"는 증언이 목격된다.

■ "어벤져스 한정판, 오버클록 마진 떨어진다?"

일부 소비자들은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의 상품의견란 등을 통해 "어벤져스 한정판 패키지로 판매된 프로세서의 오버클록 마진(여유율)이 기존에 출시되었던 i9-10900K보다 현저히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 상품의견란 댓글 중 일부. (그림=웹사이트 캡처)

국내 시장에 공급된 한정판 프로세서의 가격이 기존 제품보다 다소 저렴한 것도 이런 성능 차이를 반영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들은 또 "판매 업체가 9월 중순 이후부터 재고로 쌓인 코어 i9-10900KA 프로세서를 소비자들에게 떠넘기기 식으로 판매하고 있으며 기존 패키지에 포장된 코어 i9-10900K 프로세서의 공급도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 인텔 "패키지만 다를 뿐 모두 동일한 제품"

인텔은 i9-10900K의 국내 재고 문제와 성능 문제 등에 대한 일련의 주장에 "전혀 근거가 없고 사실도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인텔은 "기존 출시된 코어 i9-10900K와 어벤져스 한정판의 코어 i9-10900KA는 제품 박스 도안과 내부 동봉된 내용물(일러스트 카드)만 다를 뿐 모두 동일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제품 뒤에 붙은 'A'는 각국 유통사가 제품 주문시 구분을 위한 장치라는 것이다.

데스크톱용 10세대 코어 프로세서 최상위 모델인 코어 i9-10900K. (사진=인텔)

실제로 i9-10900KA와 함께 출시된 i7-10700KA 등 제품을 개봉해서 CPU-Z 등 프로세서 정보 확인용 소프트웨어를 실행하면 'i7-10700K'라는 모델명이 표시되며 프로세서 표면에 적힌 모델명 역시 기존 출시된 10세대 코어 프로세서와 동일하다.

■ "현재 프로세서 국내 공급 상황도 문제 없다"

인텔은 일부 유통업체들의 i9-10900K 국내 수급 문제에 대해서도 "현재 i9-10900K의 공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내부적으로는 어벤져스 한정판과 기존 패키지에 든 프로세서의 재고에 대해 별도 구분을 두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예를 들어, 어벤져스 한정판(코어 i9-10900KA) 5개를 공급받은 판매처는 이 제품을 모두 소진하기 전까지 기존 파란색 패키지(블루박스)에 담긴 i9-10900K 프로세서를 추가로 공급받을 수 없다. 이는 일부 업체들이 패키지를 개봉해 벌크 형태로 유통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것이다.

만약 어벤져스 에디션 5개 중 2개를 판매한다면 기존 파란색 패키지(블루박스)에 들어간 제품 2개를 추가로 받아올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유통업체들은 어벤져스 한정판과 기존 '블루박스'에 든 제품을 별개 제품으로 취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코어 i9-10900K 프로세서의 공급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이다.

■ "가격 저렴한 이유는 디자인 선호도 떨어지기 때문"

어벤져스 한정판 프로세서 가격이 기존 파란색 패키지 대비 저렴한 이유에 대해 한 대형 PC 쇼핑몰 관계자는 "어벤져스 한정판 디자인의 선호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아진 것이며 그동안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물량이 한꺼번에 풀려 가격이 떨어진 탓도 있다"고 설명했다.

인텔이 고성능 프로세서를 한정판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에는 8086 프로세서 출시 20주년을 기념해 코어 i7-8086K 프로세서를 출시한 적이 있으며 지난 2019년에도 모든 코어가 5GHz로 작동하는 한정판 제품인 코어 i9-9900KS 프로세서를 출시한 적이 있다.

인텔 코어 i9-9900KS 프로세서. (사진=인텔)

그러나 마블과 제휴해 캐릭터 등 IP(지적재산권)까지 끌어다 쓴 제품에 오버클록 여유분(마진)이 떨어지는 프로세서를 일부러 골라 넣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무엇보다도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소송 천국'으로 불리는 미국에서 이런 행위가 적발된다면 마블은 자사 IP의 가치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인텔에 천문학적인 액수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 인텔코리아 "정확한 상품정보 안내 노력할 것"

결국 어벤져스 한정판과 기존 코어 프로세서의 성능, 혹은 오버클록 마진(여유율)에 차이가 있다는 일부 소비자들의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으며 사실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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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제품 유통 과정에서 두 제품이 동일하다는 것을 충분히 고지하지 않고 '어벤져스 한정판'을 발송한 일선 판매자들의 행태는 개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기존 제품과 전혀 차이가 없는 프로세서에 마블 캐릭터만 적용해 판매한 인텔에도 오해를 불러일으킨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인텔코리아 관계자는 "'어벤져스 한정판'을 포함한 모든 제품에 대해 판매자가 상품정보란 등에 정확한 정보를 기재하고 명확히 안내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