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의 효율적인 활용과 농가 소득 확대, 탄소 절감 등 '일석삼조(一石三鳥)'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영농형 태양광'이 주목받고 있다.
농사와 태양광 발전을 병행하는 방법인데, 전체 농경지의 5%만 활용해도 석탄화력발전소 32기 용량 만큼의 잠재력도 있다. 이에 국내외 에너지업계가 연구·개발(R&D)에 공을 들이고 있다.
13일 한화큐셀과 한국에너지공단 등에 따르면 한국영농형태양광협회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추산한 국내 영농형 태양광 실증실험 사례는 약 16건이다. 실증사업은 발전공기업을 비롯해 식량과학원과 에너지녹색연구원, 농업법인 등에서 주로 맡고 있다.
발전(發電)하면서 농사 짓는다…영농형 태양광 '각광'
영농형태양광 발전은 육상 태양광과는 달리 상부에서 태양광 발전을 하면서 하부에서 농기계 등을 활용해 농사가 가능한 발전 방식이다. 또 영농수익과 함께 부가적으로 전력 판매수익도 얻을 수 있어 각광받는다.
농사와 태양광 발전이 병행할 수 있는 이유는 작물의 생육에 필요한 광합성량을 보전해 줄 수 있어서다. 작물의 생육의 최대 필요 광합성량의 임계치인 광포화점을 초과하는 빛은 작물의 광합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이를 태양광 발전에 이용한다. 가령, 벼는 광합성을 위해 조도 50키로럭스(klux)에서 하루 5시간 정도의 빛을 필요로 하는데, 이를 초과하면 빛은 더이상 광합성 하는 데 쓰이지 않는다.
영농형 태양광에선 이앙기·콤바인 등 경작 기계를 사용할 수 있는 공간도 확보 가능하다. 통상적으로 토지에서 3.5미터(m) 위에 설치하는데, 이를 통해 농기계가 태양광 하부를 자유롭게 지나다닐 수 있다. 육상 태양광 보다 모듈이 높게 설치되기 때문에 작은 모듈을 사용해 구조물의 하중을 줄여 안전성도 높인다.
현재는 남동발전과 동서발전 등 발전공기업들이 영농형 태양광 R&D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남동발전은 경남과학기술대학교와 함께 지난 2017년부터 현재까지 6곳에서 영농형 태양광 실증사업을 진행 중이다. 사업을 통해 축적한 데이터에 따르면 실증을 통해 수확한 농작물의 양은 일반 농지에 비해 최소 80% 이상 많았다. 또 토양에서 카드뮴과 수은 등 중금속 물질도 검출되지 않았고, 생산된 쌀에서도 잔류농약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는 이번 실증에서 태양광 모듈을 제공한 한화큐셀과 함께 지난 12일 경남 남해 관당마을의 영농형 태양광 시범단지에서 벼 추수 행사도 열었다. 남동발전의 농어촌상생협력기금으로 지어진 6곳의 시범단지 중 하나인 이 곳은 지난해 6월에 설치됐다. 용량은 100킬로와트(kW) 규모로, 발전소 수익금은 마을발전기금으로 사용된다.
동서발전도 지난해 6월부터 영남대학교 연구팀과 '메가와트(MW)급 태양광 발전 실증단지' 내에서 50kW 규모 친(親)영농형 태양광 시스템 실증을 운영해왔다. 이 회사가 실증단지 내에 지난해 11월 파종한 보리를 확인한 결과, 노지 경작 대비 117%의 높은 생산량과 100.5%의 낱알 견실도가 확인됐다. 수확물 영양성분 분석 결과도 조단백(12.3%), 조지방(1.4%) 등 4가지 영양성분 항목에서 노지경작 대비 우수했다.
업계 "규제 개선해 시설 늘려야"…해외서도 연구 '활발'
업계는 효율적인 국토 활용과 농가 상생 등 시장 잠재력을 지닌 영농형 태양광을 더 늘려야한다는 입장이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 국내 농경지는 약 160만헥타르(ha)인데, 이 중 5%에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하면 약 32기가와트(GW)의 발전소를 지을 수 있다"며 "이는 4인 기준 917만 가구가 연간 사용하는 가정용 전기 양으로, 내년부터 2025년까지 신규 태양광·풍력발전 설치 목표인 25GW의 130%에 해당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에선 관련 법 규제로 인해 영농형 태양광이 활성화할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농지법 시행령에 따르면 영농형 태양광의 타용도 일시사용허가 기간은 최장 8년으로 제한돼있다. 8년이 지나면 수명이 절반 이상 남은 발전소를 철거해야 한다. 이는 최소 20년 이상 운영이 가능한 발전소를 8년만 운영해 전기 생산 발전 단가(LCOE)를 높이는 비효율성을 초래한다.
일반적으로 태양광 발전소의 수명은 25년 이상이다. 공공부지에 설치하는 태양광 발전소의 경우 30년 동안 운영 가능하다. 이와 관련, 지난 6월 1일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은 영농형 태양광의 타용도 일시사용허가 기간을 최장 20년으로 늘리는 '농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는 현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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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관련 연구는 일본·중국·유럽 등 해외에서도 활발한 모습이다. 일본은 2013년 3월 농림수산성이 농용지구에 영농형 태양광 조건부 설치 허가하면서 산업이 확대됐다. 일본의 영농형 태양광 허가실적은 2018년 10월 기준 약 1천300건에 이른다. 이 중 대부분은 50kW에서 200kW 사이의 소규모 발전소다.
중국의 경우, 인터넷 통신 판매회사인 바오펭 그룹이 황하 동쪽 유역에 1GW 규모 영농형 태양광 사업단지를 조성하기도 했다. 유럽에선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농작물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모듈의 방향과 구조물 높이를 파악키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