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 가입방식 재고, 보험료 사업주 부담분 낮춰야"

특고 고용보험 자체는 대체로 동의…"정부안 보완해 도입해야"

디지털경제입력 :2020/10/12 12:00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에 대한 고용보험이 추진되는 가운데 해당 업계는 근로자와 성격이 다른 특고의 특성을 반영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2일 발표한 특고 관련업체 151개사 대상 ‘특고 고용보험 도입에 대한 업계의견’을 조사, “특고 고용보험 도입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특고는 근로자가 아니라 자영업자와 유사한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를 고려해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업계 입장을 전했다. 

앞서 정부는 ‘전국민 고용보험’ 추진의 일환으로 지난 9월 특고 고용보험 적용을 위해 관련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개정안의 주요내용은 ▲특고는 고용보험에 당연가입 ▲사업주와 특고가 고용보험료 공동부담 ▲사업주가 특고의 고용보험 가입을 관리 등이다. 특고는 보험설계사, 캐디, 학습지교사, 택배기사 등과 같이 근로자가 아니면서 자영업자처럼 사업주와 계약을 맺고 일하는 사람을 말한다.

(자료=대한상의)

정부안에 대해 업계는 특고의 특성을 감안해 ▲고용보험 가입은 Opt-out(신청할 경우 가입 예외) 또는 임의가입(신청할 경우에 가입) 방식으로 하고 ▲고용보험료는 사업주가 더 적게 부담하거나 특고가 전액 부담해야 하며 ▲고용보험 가입 관리는 특고가 스스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근로자와 똑같은 방식으로 입법될 경우 ▲저성과 특고가 일자리를 잃게 되고 ▲사업주와 특고 간 노사문제로 비화된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 업체 4곳 중 3곳 “특고 고용보험 자체에는 반대 않는다”

업계는 특고 고용보험 도입 자체에는 대체로 동의하는 편이었다. 근로자와 같은 방식인 ‘정부안에 찬성’(24.7%)하는 의견과 ‘정부안을 보완해 도입’(48.0%)하자는 의견을 합하면 72.7%의 응답기업이 특고 고용보험 도입에는 반대하지 않았다. 반면 현행 제도상으로도 특고가 자영업자로서 고용보험에 임의가입할 수 있으므로 ‘별도의 특고 고용보험에 반대’한다는 의견도 27.3%였다.

■ 가입방식 ‘Opt-out·임의가입’ 해야...90% 가입 반대

특고의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정부안에 대해서는 반대가 많았다. 응답기업 10곳 중 9곳은 특고가 원치 않을 경우 예외를 인정하는 ‘Opt-out(가입 예외) 방식’(64.2%) 또는 ‘임의가입 방식’(23.8%)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정부안인 ‘당연가입 방식’에 동의하는 기업은 10.6%에 그쳤다. 

업계가 ‘당연가입 방식’에 반대하는 이유는 특고의 실업 가능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단시일 내에 일을 그만두면 보험료만 내고 실업급여는 받지 못하는 등 여러 부작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특고의 비자발적 실업 가능성’에 대해 ‘낮다’는 응답이 84.1%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특고는 업무 부적응, 소득 부족 등 개인적 사유로 스스로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오히려 대다수 특고 직종에서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 회사가 계약을 종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자료=대한상의)

■ 고용보험료는 특고가 더 많이 부담하거나 전부 부담해야

고용보험료를 사업주와 특고가 절반씩 부담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반대의견이 더 많았다. 현재 근로자의 고용보험료는 기업과 근로자가 각각 급여의 0.8%(총 1.6%)를 분담하고 있고, 자영업자의 경우 2%를 전액 본인이 부담하고 있다.

업계는 특고가 자영업자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근로자 방식을 그대로 따르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고용보험료도 ‘특고가 모두 부담’(26.5%)하거나 ‘사업주가 일부 부담하더라도 특고보다는 적어야’(31.8%) 한다는 응답이 58.3%에 달했다. 사업주와 특고가 절반씩 부담하는 근로자 방식에 ‘동의’한다는 응답은 41.7%였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근로자는 회사에 종속돼 있지만 특고는 독립적․자율적으로 일을 하는데, 근로자와 똑같이 보험료를 절반씩 부담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며 “최소한 특고가 사업주보다는 더 많이 부담해 근로자와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부안, 특고 관리부담 가중·일자리 축소·노사문제로 비화 우려"

업계에서는 정부안대로 특고 고용보험이 입법될 경우 해당 산업의 생태계와 노동시장에 미칠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고 우려했다.

업계는 먼저 특고 고용보험 관리를 사업주에게 맡겨 ‘관리 부담이 늘어난다’고 밝혔다. 정부안에 의하면 특고 관련업체가 특고의 고용보험 가입․탈퇴를 신고하고 보험료를 원천징수해 납부해야 하므로 관리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응답기업 94.0%가 ‘관리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답했다. 특고가 자신의 소득에 따라 스스로 고용보험 가입․탈퇴를 관리하고 보험료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저성과 특고를 중심으로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란 전망도 많았다. ‘성과가 낮은 특고에 대한 계약해지 가능성’ 질문에 ‘가능성이 있다’라는 응답이 74.2%에 달했다<‘아주 높다’ 13.2%,  ‘다소 높다’ 30.5%, ‘일부 있다’ 30.5%, ‘거의 없다’ 25.8%>. 지금까지는 성과가 다소 낮은 특고라도 계약을 유지해 왔지만 고용보험이 의무화되면 새로 추가되는 비용과 부담까지 고려해 계약 체결이나 연장 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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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특고 고용보험 도입이 노사문제로 직결되지 않을까 우려가 컸다. 사업주가 특고 고용보험료를 분담할 경우 이를 빌미 삼아 특고가 근로자와 같은 대우를 요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노동계에서는 특고에 대한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인정을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 응답기업 72.8%가 ‘고용보험 적용이 노사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했다.

전인식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특고는 근로자와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주요국에서도 고용보험에 당연가입으로 하지 않는다. 꼭 필요한 사회안전망이라면 촘촘히 해야 하겠지만 현실과 동떨어지게 제도를 만들면 오히려 해당 산업과 일자리에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된다”며 “향후 국회 논의과정에서 특고 당사자와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합리적이면서 연착륙할 수 있는 제도를 설계해 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