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인앱결제, MS '브라우저 끼워팔기'와 같다

국감서 지적…"PC OS에 브라우저 탑재→모바일 OS에 앱 결제 결합으로 전이"

방송/통신입력 :2020/10/08 17:36    수정: 2020/10/08 17:37

“구글이 30% 수수료의 결제 서비스를 끼워파는 행위는 과거 PC OS(운영체제) 독점사업자였던 마이크로소프트가 익스플로러 브라우저와 메신저를 끼워팔아 경쟁법을 위반했던 행위와 동일하다.”

법무법인 에스엔의 정종채 변호사는 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인앱결제 강제와 관련해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정종채 변호사는 구글이 모바일 플랫폼 지배력을 활용해 끼워팔기를 하고 있다는 주장을 분명히 했다.

시장 지배력 전이, 즉 특정 시장에서 획득한 시장의 영향력을 무기로 삼아 다른 영역의 시장에서도 경쟁 요소를 제거하는 반경쟁법 행위를 일삼는 행위라는 설명이다.

사진 = 미국 지디넷닷컴

■ PC에서 모바일로 바뀌었을 뿐, 똑같은 끼워팔기

정종채 변호사는 미국 하원의 경쟁법소위가 내놓은 디지털 시장 경쟁 조사 보고서를 소개하면서 구글의 행위를 비판했다.

미국 하원 소위 보고서에 따르면 구글과 애플은 모바일 플랫폼인 OS와 앱마켓 독점 사업자로 규정했다. OS, 앱마켓이라는 특정 시장의 독점 사업자가 결제 서비스를 자사 상품으로 끼워서 파는 행위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OS와 앱마켓의 지배력을 별도 시장인 결제 시스템에 전이시켰다는 게 미국 보고서의 핵심 내용이다.

정 변호사는 “MS 익스플로러 끼워팔기 반독점 사건의 국내 대리인으로 참여했다”면서 “당시에는 모바일 플랫폼이 아니라 PC OS 독점사업자가 익스플로러와 메신저를 끼워팔았다고 경쟁법적으로 문제가 됐던 사건”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이 사건의 합의로 종결됐는데 (구글 인앱결제 강제는) 이전과 동일하게 PC OS 시장에서 모바일로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고 시장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다른 시장을 독점적으로 장악하는 똑같은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 구글-애플 앱마켓은 별도 시장, 둘다 반독점

구글은 내년부터 앱마켓의 모든 디지털콘텐츠 거래 때 자사 결제 수단만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 정책에 따라 앱마켓의 모든 유료 거래에 대해선 30% 수수료를 부과하게 된다. 

애플은 이미 지난 2011년부터 이같은 방침을 고수해 왔다. 반면 구글은 게임에 대해서만 인앱결제를 의무 적용하다가 이번에 모든 디지털 콘텐츠로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안드로이드 점유율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구글의 정책 변화가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애플의 앱마켓 시장 점유율이 국내서 더 낮기 때문에 시장지배력 전이 문제가 아니라는 일각의 시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 변호사는 애플도 똑같은 반독점 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미국 하원 경쟁법소위에서는 구글의 독점력은 검색시스템, OS, 유튜브 등 여러 가지 서비스를 순환 독점으로 시장 지배력을 양산 확대 시키는 케이스로 봤다”면서 “애플은 기기(아이폰)에서 시작해 OS, 앱마켓으로 이어지는 다중 독점 형태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앱마켓은 단일시장이 아니라 개별 앱마켓은 구분되는 시장으로 봐야 한다”면서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구입하면 2년 동안 다른 OS를 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는) 별도 구분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또 “애플 콘텐츠 가격은 상대적으로 구글보다 항상 비쌌고, 이는 경쟁법으로 볼 때 별개 시장으로 볼 수 있는 이유”라면서 “미국 하원 보고서에서도 기업분할과 필수설비 문제로 애플의 독점을 지적하고 있는데, 애플의 폐쇄적인 구조에서 iOS API 자체를 필수설비 성격으로 봤고 이 때문에 독점규제법에 적용된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 에픽게임즈 사례, 앱마켓 독점 여부 인정 케이스

애플과 충돌을 빚고 있는 에픽게임즈의 소송 결과에서도 주목할 부분이 있다는 점을 소개했다.

정 변호사는 “애플이 에픽게임즈의 게임을 삭제하고 사용자 계정도 삭제하면서 가처분 제기 소송이 나왔다”면서 “북부캘리포니아지방법원에서 (포트나이트 앱 삭제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 미국 법리상 스스로 자초한 일은 가처분을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법원에선 에픽게임즈가 일부러 싸움을 걸었다고 본다는 것이다. 

이어, “게임 삭제 가처분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보기에 법원이 에픽게임즈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면서 “법원은 애플의 독점적 지위를 인정했고 30% 수수료는 반경쟁적 행위라고 판단했고, 애플이 디바이스-OS-앱마켓의 3단 층위에서 독점을 일삼는 폐쇄구조를 인정했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 국내 경쟁법 충분히 실효성 있다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와 관련해 21대 국회 개원 이후 6건 이상의 관련 법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보다 강력한 국내 규제를 적용해 국내 사업자와 이용자 피해를 막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해외 사업자가 국내법을 지키지 않을 것이란 우려를 내놓기도 한다.

정 변호사는 이에 대해 국내에서 오히려 국내 법 적용을 가능케 해서 다른 나라보다 먼저 해소해야 할 문제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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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변호사는 “공정거래법 2조2에 보면 해외 사업자의 일이라도 국내 시장에서 벌어진 일이면 국내법을 적용한다는 역외적용 조항이 있다”면서 “WTO 경쟁라운드에서도 유사한 내용이 현재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글과 애플은 분명 각국의 경쟁법을 따르겠다고 천명했기 때문에 당연히 국내 법이 적용된다”면서 “구글과 애플의 플랫폼은 미국 중심이기 때문에 강력한 규제 요인이 없고 유럽연합에서는 경쟁 플랫폼이 소멸해 오히려 규제 필요성이 떨어지는 반면 국내에는 토종 플랫폼이 남아있기 때문에 경쟁법을 적용하고 우선 조치하면 해외에서 따라올 수 있는 유인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