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오라클, 美 대법원서 '자바전쟁' 최종 승부

7일 구두변론 통해 공방…내년 6월 전 최종 판결 예상

컴퓨팅입력 :2020/10/08 10:54    수정: 2020/10/08 14:04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구글과 오라클 간의 ‘10년 자바전쟁’ 마지막 승부가 마침내 열렸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7일(현지시간) 구글과 오라클 간의 자바 저작권 소송 구두변론을 실시했다고 씨넷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번 소송에선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개발하면서 자바 API를 개발한 것이 저작권 침해인지 여부를 가리게 된다. 특히 구글의 행위가 저작권법상의 면책 조항인 ‘공정이용’에 해당되는지도 핵심쟁점이다.

미국 연방대법원. (사진=씨넷)

구글 "코드 극히 일부만 사용"…오라클 "저작권은 미국 혁신의 핵심" 

이날 구두변론에서 구글 측 토머스 골드스타인 변호사는 “안드로이드를 만들 때 소스코드 중 극히 일부만을 사용했다”면서 “자물쇠에 딱 들어맞는 열쇠 정도 수준이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구글 측은 안드로이드를 만들 때 가져다 쓴 자바 API를 ‘결합조직(connective tissue)’에 비유했다. 저작권으로 보호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란 주장이다.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구글 측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금고를 여는 행위는 원하는 돈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그런 행위를 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로버츠는 또 “그게 유일한 방법이라면 라이선스를 획득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을 이끄는 9명의 대법관들. 앞줄 가운데가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며 오른쪽이 최근 작고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다. (사진=미국 대법원)

오라클 측 조수아 로젠크랜츠 변호사는 “소프트웨어 산업이 성장한 것은 저작권 보호 덕분이었다”면서 “독창적인 코드를 작성할 유인을 없애버릴 경우엔 소프트웨어 산업을 죽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스테픈 브레이어 판사는 “소스코드 인터페이스가 쿼티(QWERTY) 키보드와 유사한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쿼티는 현재 키보드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활자 배열 방식이다.

오라클의 자바 API가 이런 배열순서와 성격이 유사하다면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지 않느냐는 취지의 질문이다.

이에 대해 오라클 측 로젠크랜츠 변호사는 “쿼티엔 어떤 표현도 들어있지 않다. 그건 순전히 기계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2010년 오라클 제소로 시작…10년째 엎치락 승부 

지난 2010년 시작된 두 회사간 자바 소송은 사상 유례 없는 반전을 거듭하면서 열띤 공방을 펼쳤다.

첫 포문은 오라클이 열었다. 2009년 자바를 만든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인수한 오라클은 이듬해 곧바로 구글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에서 오라클은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만들면서 자바 API 37개를 무단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API의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프로그램을 해 본 경험이 있던 윌리엄 앨섭 판사는 “(API는) 미리 규정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긴 명령어 위계구조”라면서 “따라서 저작권 보호대상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실리콘밸리 대다수 프로그래머들은 이 의견에 동의한다. 전자프론티어재단(EEF)을 비롯한 시민단체들도 마찬가지다.

그러자 오라클이 곧바로 항소했다. 항소법원은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자바 API도 저작권 보호 대상”이라고 판결한 것. 다만 항소법원은 한 가지 유예 조건을 붙였다. 자바 API 저작권 침해 행위가 공정이용에 해당되는지는 다시 논의해보라면서 사건을 1심법원으로 환송했다.

여기서 소송은 ▲저작권 침해 ▲공정이용 두 개로 나눠졌다.

항소법원 판결이 나온 저작권 침해 부분에 대해선 구글이 연방대법원에 상고신청을 했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은 상고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구글의 자바 저작권 침해는 최종 확정됐다.

관건은 구글이 자바 API를 이용한 것이 저작권법 상의 공정이용에 해당되는지 여부다. 공정이용이 인정될 경우 저작권을 침해하더라도 배상 의무를 지지 않는다.

여기서 구글은 또 다시 반전 드라마를 썼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마운틴뷰에 있는 구글 본사. (사진=씨넷)

파기환송심을 맡은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 샌프란시스코 지원은 2016년 5월 “구글의 자바 API 이용은 저작권법 상의 공정 이용에 해당된다”고 판결했다.

그런데 공정이용 건도 또 다시 항소법원에서 뒤집어졌다. 2018년 3월 항소법원은 “구글의 자바 API 이용은 공정이용으로 인정할 수 없다”면서 오라클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그러자 이번엔 구글이 연방대법원에 상고 신청을 했다. 연방대법원이 이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세기의 자바전쟁 마지막 승부가 펼쳐지게 됐다.

대법원 판결 따라 소프트웨어 산업에도 직접 영향 예상 

이번 소송 결과는 두 회사 뿐 아니라 IT 시장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판결에 따라선 소스코드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관행을 바꿀 가능성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기업이나 전자프론티어재단(EEF) 같은 시민단체들이 구글 쪽 입장을 지지하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들은 API까지 저작권의 대상으로 삼을 경우 개발자 커뮤니티가 직접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구글의 켄드 워커 글로벌 업무 담당 부사장은 씨넷과 인터뷰에서 “개발자들은 기업들이 저작권법을 악용해 호환성을 막을 것이란 우려 없이 플랫폼을 넘나드는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하길 원한다”면서 “법원의 결정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 법무부 송무차관의 지지를 받고 있는 오라클은 “강력한 저작권 보호는 미국 혁신의 주춧돌이다”면서 “대법원도 모든 소프트웨어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다는 우리 주장에 동의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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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대법원은 통상 10월에 회기를 시작해 이듬해 6월에 마무리한다. 이번 소송에 대한 판결도 내년 6월 이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연방대법원 상고심은 9인의 대법원 판사들이 모두 참여하게 된다. 승소하기 위해선 5명 이상 판사들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최근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별세하면서 연방대법관은 8명으로 줄었다. 따라서 최종 판결에서 4대 4로 의견이 갈릴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