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꺾고 영업익 12兆 거둔 삼성전자…대박 비결은?

반도체 슈퍼호황 이후 영업익 최고치…폰·가전 호조에 화웨이 반사이익도

디지털경제입력 :2020/10/08 10:58    수정: 2020/10/10 09:24

삼성전자가 코로나19 장기화 여파 속에서도 3분기 영업이익 12조원을 돌파했다. 반도체 슈퍼 호황이 있었던 2018년 3분기(17조5천700억원) 이후 분기 역대 최고치다.

이번 깜짝 실적을 견인한 주역은 세트 부문이다. 스마트폰이 글로벌 시장 수요 회복세 속 판매 호조와 마케팅 비용 감소로 4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도 미·중 무역갈등 영향으로 반사이익을 거두면서 당초 우려 대비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7조7천800억원)보다 58.10% 증가한 12조3천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8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66조원으로 전년 동기(62조원) 대비 6.45% 증가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노태문 사장이 온라인 갤럭시 언팩 2020에서 갤럭시노트20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유튜브 갈무리)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부터 줄곧 10조원을 하회했지만, 7분기 만에 넘어섰다. 이 기간 호조 배경으로는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부품·세트 반사이익 영향 ▲비대면 일상에 따른 모바일·가전 판매 호조 ▲마케팅 등 비용 감소 ▲글로벌 시장 수요 회복세 ▲우려 대비 양호한 반도체 등이 주요하게 꼽힌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3분기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심화되면서 삼성 스마트폰 판매량이 2분기와 비교해 크게 증가, 중가 라인업 판매 호조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가전과 TV는 팬데믹 영향으로 집에서의 생활 비중이 확대되고 온라인 판매가 늘어나면서 올 하반기부터 꾸준히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왔다"고 말했다.

아울러 삼성전자 해외 일부 법인들에서 재택근무를 유지하고 있고, 인도 등에서도 오프라인 매장보다 온라인 판매 비중을 꾸준히 늘려가면서 비용 효율화가 지속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내실 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스마트폰 영업익만 4조원대 추정…하반기 가전 회복세도 지속

3분기에는 스마트폰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IT·모바일(IM) 부문 영업이익은 4조원 초중반대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2조9천200억원)과 전분기(1조9천500억원) 실적을 대폭 뛰어넘었다. 이 기간 삼성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출하량은 각각 8천만대와 1천만대에 육박할 전망이다. 8천200만대 가량을 기록했던 2017년 3분기 이후 최고치다.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화웨이 공백을 삼성전자가 채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도 무역 분쟁에 다른 삼성과 화웨이 격차가 꾸준히 벌어질 것으로 전망해왔다. 화웨이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시장 최대 경쟁사로 1위를 다투고 있다. 프리미엄 시장 강적인 애플 아이폰 출시도 연기됐다.

영국 D&AD 어워드를 수상한 삼성 갤럭시 A 시리즈 광고 영상 'AWESOME is for everyone' 장면

이 기간 삼성전자 갤럭시노트20과 갤럭시Z폴드2 등 스마트폰 신제품이 대거 출시되기도 했다. 프리미엄 모델 출시로 평균판매가격(ASP)은 상승했지만, 판매 호조를 가장 크게 견인한 라인업은 갤럭시A로 알려졌다. 미국과 인도의 제재로 중국 제조사들이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주로 내세우고 있는 가격대의 갤럭시A가 점유율을 꿰찬 것으로도 풀이된다.

코로나19로 확대된 비대면 일상에 따른 긍정적인 영향도 있었다. 인도 등 신흥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온라인 판매 비중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글로벌 마케팅 비용도 절감됐다. 비대면 수요 증가는 태블릿PC 호조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메리츠증권 김선우 연구원은 "갤럭시A 등 스마트폰, 태블릿 판매 호조와 변화한 판매환경 속 대규모 마케팅 비용 절감이 이뤄졌다"며 "다만 갤럭시노트20 판매량이 530만대 수준을 기록, 600만~650만대의 목표 판매량을 하회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전(CE) 부문은 1조원 초반대 영업이익이 전망된다. 비대면 일상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와 온라인 판매 확대, 비용 절감으로 생활가전과 TV 수익성이 모두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IBK투자증권은 TV 담당 VD 매출액은 전분기 대비 43.4%, 가전 매출액은 5.8% 증가한 것으로 추정했다.

■ 반도체, 우려 딛고 선방…화웨이 제재 반사이익도 짭짤

반도체 부문은 3분기 5조원 중반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반도체 부문은 서버 업체들이 상반기 비대면 일상 확산에 따라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재고를 축적하는 등 영향으로 하반기에는 다소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화웨이가 미국의 강화된 제재 조치가 시작된 지난달 중순까지 반도체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반사이익을 얻게 됐다. 여기에 삼성전자 스마트폰 호조로 주문이 증가한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D램과 낸드 가격 하락세 속에서도 프리미엄 비중이 늘어난 점도 반영됐다.

사진=뉴시스

디스플레이 부문은 스마트폰 출하량 증가에 따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가동률 상승과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 상승, 북미 고객사 신제품 출시 연기 등 요인이 겹치면서 5천억원대 영업이익이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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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투자증권 김운호 연구원은 "반도체 D램, 낸드 모두 2분기 대비 영업이익률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당초 전망보다는 소폭 개선된 수준"이라며 "화웨이 물량 증가에 따른 매출 증가가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 4분기에도 양호한 실적을 이어갈 전망이다. 이날 삼성전자 매출액과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63조6천억원과 9조5천억원 가량이다. 스마트폰은 경쟁사 신제품 출시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 반도체 가격 하락 지속, 플렉시블 OLED 판매량 증가에 따른 디스플레이 호조가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