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입법 예고

온라인 플랫폼, 입점 업체에 갑질하면 법 위반액 두 배 과징금

인터넷입력 :2020/09/28 18:54    수정: 2020/09/29 12:22

공정거래위원회가 배달의 민족이나 쿠팡·네이버·구글 등 대형 온라인플랫폼의 갑질을 감시하는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을 28일 입법 예고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디지털 공정경제 대책의 첫 번째 청사진으로 플랫폼과 입점업체 관계에서 공정거래와 상생협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을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안'을 발표하고 있다.

법 적용대상은 온라인플랫폼을 통해 정보제공, 소비자로부터 청약접수 등의 방식으로 계약관계에 있는 입점업체와 소비자 간 상품·용역 거래 개시를 알선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여야 한다.

대표적으로 오픈마켓, 배달앱, 앱마켓, 숙박앱, 승차중개앱, 가격비교사이트, 부동산·중고차 등 정보제공서비스, 검색광고서비스 등이다.

이 가운데 수수료 수입(매출액)이나 중개서비스를 통해 판매가 이뤄진 상품·용역 판매가액 합계액(중개 거래 금액)이 일정 규모 이상인 곳에 적용된다. 전년도 매출액 100억원 이내, 중개 거래 금액 1000억원 이내 범위에서 대통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상인 사업자에게만 적용된다.

배달의 민족이나 쿠팡, 앱 마켓 ‘플레이 스토어’를 운영하는 구글은 이 법의 적용 대상이 된다. 다만 개별 업체로부터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들여 판매하는 업체는 포함되지 않는다.

“넷플릭스가 규제 대상이 되느냐”는 기자단 질문에 조 위원장은 “특정 업체가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지를 직접 언급하기는 어렵다”면서 “거래를 (입점 업체와 소비자 사이에서) 알선하는지, 일정 규모 이상의 거래 관계가 형성돼 있는지, 해당 온라인 플랫폼을 한국 소비자와 입점 업체가 이용하는지를 보고 규제 대상을 정한다”고 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신봉삼 공정위 사무처장은 “동영상을 자사 명의로 직접 구매해 소비자에게 공급한다면 이 법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면서 “SNS라고 해도 그 네트워크를 통해 광고주와 계약하고 상품 정보를 제공하며 소비자와의 거래를 중개한다면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의 적용 대상이 된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은 계약 상대방인 입점업체에 거래조건을 투명하게 공개해 분쟁이 사전예방되도록 플랫폼 사업자에게 계약서 작성 및 교부의무를 부여하고 주요 항목은 계약서에 의무적으로 명시(필수기재사항)하도록 했다.

필수기재사항에는 통상적인 주요 거래조건 외에 플랫폼 중개거래에서 입점업체 이해관계에 직결되는 사항으로 입점업체 보호와 분쟁예방을 위해 특별히 요구되는 항목을 포함했다.

쿠팡을 찾은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오른쪽)이 현황 설명을 들으며 이동하고 있다.

계약서에 담아야 하는 주요 사항은 ▲재화 등의 정보가 온라인플랫폼에서 노출되는 방식과 노출순서 결정 기준(수수료가 노출 방식과 순서에 미치는 영향 포함) ▲입점업체의 다른 온라인 플랫폼 이용 등을 제한하는지 여부 ▲판매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에 대한 분담 기준 ▲계약기간, 계약 갱신 및 내용변경 절차, 계약해지 사유 및 절차 ▲판매상품의 반품, 환불, 교환 등의 절차 및 기준 ▲온라인 플랫폼 중개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다른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거나 특정 상품 또는 용역을 구매해야 하는 경우 그 내용 등이다.

플랫폼 사업자가 계약 내용을 변경하거나 서비스를 제한·중지·해지할 때는 사전통지해야 한다. 계약 내용변경은 최소 15일 이전에, 서비스 일부 제한·중지는 최소 7일 이전, 종료(계약해지)는 최소 30일 이전에 사전통지해야 한다. 또 이 같은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계약해지는 효력을 부인해 실질적인 이행을 담보하도록 했다.

신봉삼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이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안'을 설명하고 있다.

기존 공정거래법상 거래상지위 남용행위 금지조항을 플랫폼 산업 특성에 맞게 구체화해서 적용한다.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거래상지위의 인정기준을 플랫폼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제시할 수 있는 근거를 도입했다.

입점 업체에 상품·용역 구매를 강제하거나 금전·재화·용역, 그 밖의 경제상 이익을 제공하도록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또 부당하게 입점업체에 거래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를 전가하는 행위와 부당하게 입점업체에 불이익이 되도록 거래조건을 설정 또는 변경하거나 그 이행과정에서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금지했다. 입점 업체의 경영 활동에 간섭하는 행위도 금지했다.

플랫폼사업자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와 경쟁제한성 불공정거래행위, 일정 규모 이하 플랫폼사업자의 거래상지위남용행위는 기존 공정거래법을 적용한다.

입점업체의 분쟁조정 신청, 신고, 서면실태조사에 따른 자료제출, 조사협조 등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행위도 금지했다.

조 위원장은 “신산업인 플랫폼 분야의 혁신이 저해되지 않으면서도 실효성 있는 법집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균형감 있는 규율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며 “과징금 부과를 강화하되 형벌 도입은 최소화하고 동의의결제도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플랫폼사업자의 거래상지위 남용행위에 대해 과징금 부과기준을 강화했다. 과징금 한도는 법위반 금액의 2배, 정액과징금 한도는 10억원으로 정했다.

금지 행위 가운데 가벌성이 높은 보복조치 행위, 시정명령 불이행 등에 대해서만 형벌을 부과한다.

플랫폼 입점업체는 소송을 통한 피해구제가 어려운 소상공인이 많다는 점에서 신속하고 효과적인 피해구제를 위해 동의의결제를 도입했다.

신 사무처장은 “역동적인 플랫폼 산업 특성상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서도 동의의결을 통해 법적 불안정성을 조기에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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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사무처장은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 간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질서가 정립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플랫폼 사업자의 혁신이 지속되면서도 입점 업체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건전한 생태계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했다.

공정위는 입법 예고 기간 이해 관계자 등 의견을 폭넓게 받은 뒤 규제·법제 심사, 차관 회의·국무 회의 등을 거쳐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