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BOE, 판다 품고 삼성·LG 추격 가속화

CEC 판다 인수 통해 8K 대형 LCD·OLED부터 QD까지 제품군 확대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0/09/28 16:05    수정: 2020/09/28 16:50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가 최근 CEC 판다(Panda) 인수로 미래 디스플레이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CEC 판다가 보유한 옥사이드(산화물 반도체) 기술을 이용해 고해상도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래 먹거리인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및 퀀텀닷(QD) 시장에 진입할 동력을 얻게 된 덕분이다.

28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BOE는 최근 인수한 CEC 판다의 옥사이드 기술을 활용해 조만간 8K TV에 사용되는 대형 LCD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행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BOE CI. (사진=BOE)

이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올해 LCD 사업의 철수 및 축소를 결정하고, 생산량 감축에 돌입하면서 BOE가 대형 LCD 사업에서 수익성을 높일 기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한 관계자는 "삼성과 LG가 LCD 사업의 철수 및 축소를 결정하고 OLED와 QD를 미래 먹거리로 내세웠지만, 당장은 가격 측면에서 당장 LCD 수준의 수익성을 확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BOE가 옥사이드 기반 고부가 대형 LCD로 수익성을 높이는 동시에 확보한 자원을 통해 대형 OLED나 QD 등의 미래 디스플레이 시장 진입을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BOE는 CEC 판다 인수로 글로벌 TV용 LCD 패널 시장에서 약 23.3% 달하는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기존 대비 4.8%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전체 LCD 패널(TV, 모니터, 노트북 등) 시장 점유율은 28%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CEC 판다의 8.6세대 공장은 BOE가 부족한 50~70인치 패널의 용량을 채울 수 있어 TV 시장에서 패널 공급 비즈니스를 더욱 보강할 수 있다"며 "모니터 역시 BOE가 보유한 IPS 패널 외 판다의 VA 패널 기술을 통해 고객사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할 수 있고, 노트북 패널도 판다가 IGZO(옥사이드 응용 기술)를 보유해 이점을 가질 수 있다"고 전했다.

올해 2분기 중소형 OLED 시장 추이. (자료=스톤파트너스)

이에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우려가 나온다. TV용 LCD 가격이 계속 상승하는 가운데 BOE가 대형을 제외한 중소형 OLED 시장에서도 이미 세계 2위의 점유율(20%대)을 차지할 정도로 경쟁력을 확보한 탓이다.

더욱이 BOE는 최근 쓰촨성에서 열린 '차세대 디스플레이 컨퍼런스' 행사에서 오는 2024년까기 플렉시블 OLED 시장 점유율을 40%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는 등 세계 1위 중소형 OLED 기업인 삼성디스플레이와의 격차를 좁히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 한 관계자는 "10.5세대 초대형 생산라인을 앞세워 세계 LCD 시장을 장악한 BOE는 이미 OLED도 삼성전자와 LG전자에 패널을 공급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며 "대형 OLED 역시 수년 전에 LG디스플레이와 비슷한 방식의 WOLED 기술을 확보, 마음만 먹으면 박리다매 전술로 시장 장악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더 큰 문제는 BOE가 삼성과 LG보다 앞서나가기 보다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통해 이미 형성된 시장에서 수익성을 높이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측면"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BOE의 이번 CEC 판다 인수가 중국 정부의 자국 디스플레이 산업구조 재편 과정에서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향후 BOE가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까지 장악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그간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을 육성하기보다 각기 다른 기술로 상반된 전략을 고수해온 가운데 BOE는 핵심인력 영입 및 연구개발 등을 통해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Micro LED)와 퀀텀닷 나노발광다이오드(QNED) 등의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에 대한 대비를 해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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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소식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BOE는 한국 기업들이 준비하는 다양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에 대한 선행 연구를 끝내고, 시장 진입 시기를 엿보고 있다"며 "BOE의 이번 CEC 판다 인수가 중국 디스플레이 사업구조를 재편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주도 하에 이뤄진 결정이라는 것도 위협적"이라고 전했다.

한편, BOE는 지난 23일(현지 시각) CEC 판다와 121억위안(약 2조779억원) 규모의 합병안에 합의하고, 난징과 청두에 위치한 8.5세대 및 8.6세대 LCD 생산라인을 인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