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오프로드 잘 타는 ‘슈퍼 컴퓨터’, 랜드로버 디펜더

지상고 최대 145mm 상승, 퀄컴 칩 들어간 인포테인먼트 눈길

카테크입력 :2020/09/22 16:36    수정: 2020/09/26 03:06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랜드로버 올 뉴 디펜더 110(이하 디펜더)을 ‘슈퍼 컴퓨터’라 부른다. 오프로드를 잘 달리면서도, 내부는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잘 갖췄다.

21일 한화리조트 양평에서 디펜더 시승행사가 열렸다. 모든 행사는 방역수칙을 준수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지된 상태에서 진행됐고, 기자들은 차량에 탑승해 모든 설명을 들었다. 

디펜더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오프로드 주행을 좋아하는 운전자에게 최적화됐다. 앞뒤 오버행이 상당히 짧고 휠 아치도 반원 형태가 아닌 사각형 형태로 디자인됐다.

양평 유명산 정상에 오른 랜드로버 디펜더

전체적인 센터페시아 디자인은 투박하지만, 실용적이다. 10인치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 부분부터 조수석 대시보드 사이에 물건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이 공간 내부에 스마트폰 충전 등을 할 수 있는 USB 단자가 마련됐다. 센터페시아 아래쪽에만 USB 단자가 있어야 한다는 기존 고정관념을 깨뜨린 결정이다.

디펜더의 차체 길이는 5018mm, 폭 1996mm, 높이 1967mm며 휠베이스는 3022mm에 이른다. 특히 오프로드 주행 시 지상고를 최대 145mm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사진으로 보면 작은 SUV 같이 느껴지지만, 실제로 차량을 타거나 운전석에서 주행할 때 결코 작은 SUV가 아니다.

시승행사의 절반 이상은 양평 농다치고개와 유명산 일대 오프로드를 주행할 수 있는 체험 구간이었다. 특히 양평 농다치고개는 지난 10년간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지 않았을 정도로 오지 구간으로 알려진 곳이다.

국내서 판매되는 모든 디펜더 트림에는 배기량 1999cc I4 디젤 엔진이 탑재됐다. 최고출력은 240마력(4000RPM), 최대토크는 43.9kg.m(1400RPM)이다. 변속기는 자동 8단이다.

랜드로버 디펜더 오프로드 주행 모습
랜드로버 디펜더 차량들이 유명산 정상 일대를 주행하는 모습

디펜더 I4 엔진은 온로드와 오프로드 주행에 적합하다.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크게 힘이 부족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재규어랜드로버에 따르면 디펜더는 알루미늄 재질의 저마찰 엔진 설계를 통해 차체의 진동을 감소시켰다. 또 고압 연료 분사 기술을 적용한 커먼-레일 연료 분사 장치와 낮은 엔진 속도에서도 공기 흐름을 높여주는 가변식 스월 컨트롤도 들어가 있다. 온로드 주행시에도 최대한의 정숙성을 살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오프로드 체험 행사에서는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을 주로 써봤다. 머드(진흙), 샌드(모래), 암석 및 도강 모드 등을 쓸 수 있는 기회다.

랜드로버 디펜더 변속 기어 오른편에는 차량 지상고 등을 설정할 수 있는 버튼들이 마련됐다. 익숙해지기엔 시간이 필요한 구조다.

디펜더는 변속 기어 오른쪽에 차량 지상고를 설정할 수 있는 버튼과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 다이얼 등이 마련됐다. 지상고를 설정할 수 있는 버튼은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해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을 사용하는 방법은 까다롭다. 별도로 버튼을 누르고 다이얼을 돌려 작동시켜야 한다. 만약 별도 버튼을 누르지 않고 다이얼만 조작하면 에어컨 온도 또는 바람 세기 등만 조절할 수 있다. 운전자가 쉽게 버튼 조작 없이 다이얼 회전으로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을 쓸 수 있다면 어땠을까.

랜드로버 디펜더가 오프로드 코스를 지나가고 있다. (사진=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디펜더의 인테그럴 멀티링크 서스펜션은 다양한 오프로드 도로에서 최적화된 성능을 발휘했다. 시승코스의 절반 이상이 암석으로 채워진 경우가 많았는데, 핸들링에 큰 무리가 가지 않았다.

4코너 에어 서스펜션도 디펜더의 주력 무기 중 하나다. 지상고의 높이를 75mm까지 높여주는데 오프로드 상황이 극단적으로 판단될 경우 추가로 70mm를 연장해 오프로드 주행시 최대 145mm 지상고를 높일 수 있다.

오프로드 체험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도강 체험이 없었던 점이다.

디펜더는 최대 900mm까지 차량이 잠겨도 쉽게 도강을 할 수 있는 ‘웨이드 프로그램’이 있다. 차량 센서가 도강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느껴지면, 실내 공기 재순환을 위해 난방과 환기를 할 수 있다. 직접 이 능력을 테스트 해보고 싶었는데, 시승 당일 너무 맑은 날씨가 야속했다. 행사를 이끈 인스트럭터는 비가 많이 온 날 시승코스를 차량으로 다녀왔는데 한 때 물이 많이 고여 잠깐 도강 능력을 테스트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랜드로버 디펜더 실내 (사진=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속도 빠른 피비 프로 인포테인먼트, 순정 내비는 T맵

디펜더는 오프로드 주행에 탁월하지만, 기존 재규어랜드로버 차량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됐다. 속도가 빠르고 시인성도 좋다. 진작 이 시스템이 기존 차량에 탑재됐어야 했다.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이름은 ‘피비 프로(PIVI Pro)’다. 퀄컴의 최첨단 스냅드레곤 820Am 칩과 블랙베리 고급 QNX 운영 체제가 들어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피비 프로의 화면은 전체적으로 어둡지만, 보기 편하다. 손가락 터치와 스와이핑 속도도 기존 재규어랜드로버 차량에 비해 개선됐다. 마치 10인치 크기의 스마트폰 또는 태블릿을 고정해놓은 듯한 느낌이다.

랜드로버 디펜더에 장착된 순정 T맵 화면
랜드로버 디펜더 10인치 화면에 장착된 피비 프로 인포테인먼트
피비 프로 인포테인먼트 화면에 배치시킨 4륜구동 주행 정보

가장 반가운 것은 순정 내비게이션 사양이다. 스마트폰 유선 또는 무선 연결 없이 T맵 내비게이션을 순정으로 쓸 수 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차량 개발 초기 단계서부터 SK텔레콤과 공동 개발해 순정 T맵 내비게이션을 피비 프로 기본 시스템에 넣었다”고 밝혔다.

더 반가운 것은 소프트웨어 자체를 무선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는 OTA(Over-the-air)가 들어갔다는 점이다. 재규어랜드로버에서는 SOTA(Software-over-the-air)라고 부른다. 음악 감상 주에도 파워스티어링, 브레이크, 엔진 등 16개의 개별 모듈이 수시 업데이트 된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차량 내부에 최신 LTE 모뎀이 두 개나 들어간 것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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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재규어랜드로버는 왜 디펜더를 슈퍼 컴퓨터라고 부를까. 총 85개의 개별 ECU를 통해 최대 2만1천개의 네트워크 메시지를 동시 다발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디펜더 국내 판매가격은 5년 서비스 플랜 패키지 포함 및 개소세 인하 가격 기준으로 D240 S 8천590만원, D240 SE 9천560만원, D240 런치 에디션 9천18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