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쌍용차 투자 향방 예의주시…추가 지원엔 '신중'

부분 자본 잠식에 추가 수혈 불가피…산은 "지켜볼 것"

금융입력 :2020/09/16 17:13    수정: 2020/09/16 17:13

쌍용자동차의 투자 유치 작업이 속도를 내자 산업은행의 움직임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앞서 산업은행 측이 쌍용차에 적극적인 자구 노력을 촉구하며 소기의 성과를 거둔다면 지원 방안을 고민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어서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홀딩스는 조만간 쌍용차 지분 투자를 위한 제안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HAAH오토모티브는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거점을 둔 자동차 유통 스타트업이다. 회사 규모가 크지 않아 그 금액을 예단하긴 어렵지만, 일단 투자 계약이 성사되면 쌍용차는 자금을 수혈하는 동시에 북미 시장으로도 영역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산업은행의 행보다. 쌍용차가 우여곡절 끝에 신규 자금을 확보하더라도 전기차 개발 등 신사업을 차질 없이 수행하려면 추가적인 자금 확보가 요구돼서다.

실제 쌍용차는 올 2분기 1천171억원의 영업손실로 14분기 연속 적자를 냈고, 자본잠식률이 73.2%에 이르는 부분 자본 잠식에 빠진 상태다.

상반기 기준 단기 차입금도 3천69억원에 달한다. 특히 JP모건, BNP파리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외국계 금융기관 차입금이 절반 이상을 차지해 무리한 대출 회수가 이어지면 쌍용차의 유동성 위기는 더 커질 수 있다.

이에 외부 감사인 삼정KPMG는 반년간 쌍용차에 대한 감사의견을 거절했고,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이 회사를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HAAH 측이 투자에 앞서 산업은행을 찾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들은 앞서 은행 실무진과 비공개 면담을 갖고 앞으로의 계획을 공유하는 한편 추가 지원 의사를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산업은행 측은 아직 지원 여부를 결정하긴 이르다는 입장이다. 거래가 종결되지 않아 쌍용차에 어느 정도의 자금이 투입될지 알 수 없고, 대주주 차원의 책임 있는 조치가 이뤄졌다고 확신하기도 어렵다는 이유다. 그간 산업은행은 쌍용차 지원이 이뤄지려면 대주주를 비롯한 이해관계자가 고통분담에 동참하고, 회사 스스로도 경쟁력을 입증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다만 업계에선 쌍용차가 이번 투자 유치에 성공한다면 결국 산업은행도 도움의 손길을 뻗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협력사까지 약 1만명의 일자리가 걸려있는 데다, 쌍용차도 부산물류센터 등 비핵심자산을 처분하는 노력을 지속해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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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2조4천억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지원이 성사되자 일각에선 쌍용차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수년간 적자를 이어왔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코로나19의 피해가 아니라는 이유로 쌍용차를 무조건 배제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쌍용차의 동향에 대해선 연일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지원 여부에 대해선 아직 언급하기 이르다"면서 "우선 지금 추진하는 신규 투자 유치 작업이 원만하게 진행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