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ARM 인수...AI·그래픽칩 최강자 탄생

[이슈진단+] 각국 기업결합 심사·미중 무역분쟁·ARM 차이나 등 난제 산적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0/09/14 11:04    수정: 2020/09/14 17:43

엔비디아가 ARM을 400억 달러(약 37조 5천억원)에 인수한다고 13일(미국 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 (사진=엔비디아)
엔비디아가 ARM을 400억 달러(약 37조 5천억원)에 인수한다고 13일(미국 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 (사진=엔비디아)

컴퓨터 그래픽스 선도 기업 엔비디아가 저전력 반도체의 아키텍처와 명령어 등 설계도를 공급하는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 기업 ARM을 400억 달러(약 47조 3천억원)에 인수한다고 13일(미국 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 지금까지 진행된 반도체 M&A 사상 최대 규모다.

엔비디아는 AI(인공지능) 기술을 ARM 아키텍처에 적용해 자율주행, IoT(사물인터넷) 등 경쟁력을 더욱 발전시킨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만큼 각국 경쟁당국의 기업 결합 심사는 물론 미·중 무역분쟁, ARM 차이나 경영권 분쟁 등 까다로운 문제 역시 산적해 있다.

■ 엔비디아, AI 기술 ARM 아키텍처에 투입...영향력 확대

2016년 소프트뱅크가 ARM을 인수할 당시 손정의 회장은 "IoT는 기회이고, ARM의 미래 성장여력을 감안하면 저가에 인수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4년이 지난 2020년 엔비디아는 'AI'에 방점을 찍었다. 엔비디아 젠슨황 CEO 역시 "엔비디아의 AI·그래픽 기술이 ARM의 생태계와 결합해서 IP(지적재산권)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ARM 아키텍처에 텐서코어와 각종 명령어셋을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엔비디아)

이에 따라 엔비디아는 ARM 아키텍처에 AI 가속에 필요한 명령어셋과 텐서 코어 등 반도체 IP를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가 ARM 아키텍처의 보강에 나서면 이를 세계 반도체 제조사가 공급받는다. 독자적으로 AI 관련 연구·개발을 진행할 수 없었던 중소 업체도 비교적 손쉽게 AI 기술을 제품에 투입할 수 있게 된다.

NPU를 탑재한 삼성전자 '엑시노스990'. (사진=삼성전자)

각 회사가 경쟁적으로 개발해 온 NPU(신경망 처리 유닛) 역시, 엔비디아 기술 기반으로 통합될 가능성이 커졌다. NPU 개발에 공을 들여왔던 퀄컴이나 삼성전자 등의 영향력 약화도 예상된다.

■ 모바일 그래픽 시장에서 영향력 확대 예상

엔비디아는 그동안 PC 그래픽카드 기반으로 배양해 왔던 그래픽 관련 기술을 ARM 아키텍처에도 투입할 예정이다.

시장조사업체 존페디리서치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지난 8월 말 소비자용·전문가용 그래픽카드 시장에서 7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지만 모바일 시장에서 영향력은 미미하다.

ARM이 보유한 그래픽 IP인 말리. (사진=ARM)

반면 ARM이 가지고 있는 그래픽 IP인 말리(Mali)는 퀄컴 스냅드래곤에 탑재되는 아드레노(Adreno)나 애플 A시리즈에 비해 성능 면에서 뒤떨어진다. 또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경쟁사인 AMD와 그래픽 기술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그래픽 기술 투입이 본격화되면 그동안 독자적으로 모바일용 그래픽 기술을 개발해 왔던 애플·퀄컴과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 "ARM, 영국 안 떠난다..케임브리지 본사도 확장"

ARM 창립자와 영국 보수당 등은 엔비디아의 ARM 인수를 반대해 왔다.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할 경우 결과적으로 ARM 인력을 엔비디아로 합류시키고 영국 케임브리지의 ARM 본사 영향력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엔비디아는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ARM 본사는 케임브리지에 유지할 것이며 세계 수준의 AI 연구센터를 만들어 헬스케어, 생명과학, 자율주행차 등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ARM 본사를 여전히 영국에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ARM 케임브리지 본사. (사진=지디넷닷컴)

또 ARM이 개발해 왔던 반도체 IP 역시 여전히 영국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꾸준히 제기된 ARM 생태계 와해 우려에 엔비디아는 "ARM은 성공의 기반이 되었던 글로벌 고객 중립성을 유지하면서 오픈 라이선스 모델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각국 기업 결합 심사·미중 무역분쟁 등 난제 남아

엔비디아가 ARM 인수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ARM 소재지인 영국을 포함해 미국, 중국, EU(유럽연합) 등 각국 경쟁당국의 기업 결합 심사를 거쳐야 한다. 심사가 완전히 끝나는 데는 1년 6개월 가량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잠재적 경쟁사로 여겨지는 인텔이나 AMD, 또 NPU 등 투자를 강화하는 퀄컴이나 삼성전자 등 차별대우 금지, 일부 사업부 분리 매각 등 조건부 승인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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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분쟁과 ARM 차이나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ARM은 지금까지 '일본 회사가 소유한 영국계 반도체 기업'이라는 위치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최대 주주가 미국 회사로 바뀌었기 때문에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에도 영향을 받는다.

ARM 차이나 앨런 우 대표 해임을 두고 이사회와 직원 간 마찰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자이신)

지난 6월 말부터 계속되고 있는 ARM 차이나 내부 분쟁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ARM 차이나는 앨런 우 대표가 중국 현지 기업을 지원하는 펀드를 별도 조성한 데 대한 이해 상충으로 그의 해임을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앨런 우는 여전히 이사회의 해임 결정에 불복해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