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태양광 시장 계속 커지는데 국산 모듈 점유율은 하락세

반기 첫 2GW 돌파했지만 中 공세에 국산 모듈 점유율 12.4%p↓

디지털경제입력 :2020/09/10 16:55    수정: 2020/09/10 16:56

상반기 국내에 설치된 태양광이 반기 사상 최초로 2기가와트(GW)를 돌파했다.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연간 설치량도 최대 기록을 깰 것이 확실하지만, 어째 부품 업계는 갈수록 더 울상이다. 중국산 저가 태양광 모듈이 물량공세를 펼치면서 국산 모듈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어서다.

10일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국내 태양광 설치량은 2.09GW로, 전년 1.30GW에서 큰 폭으로 상승했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장려하는 친환경 에너지 정책이 성장을 이끌었다. 특히 올해 들어 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전환 정책의 성과가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그 과실의 상당부분이 중국 기업에 돌아가고 있다. 공단에 따르면 상반기 국산 태양광 모듈 점유율은 지난해 79.8%에서 67.4%로 12.4포인트 떨어졌다. 국산 모듈이 주춤하는 새 중국산 모듈이 입지를 넓히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북소재 태양광 모듈 생산기업인 솔라파크코리아 전시부스와 수상태양광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산업부

REC 가격 하락·현지 초과공급…中 태양광, 韓 시장 파고들었다

에너지공단은 국산 모듈 점유율이 하락한 요인을 크게 두 가지로 봤다.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격 하락과 중국 내 태양광 수요 감소 등이다. 

REC 가격은 지난 2017년 128.6원/kWh에서 올해 7월 42.8원/kWh로 급락했다. 이에 소비자들이 국산보다 값싼 중국산 모듈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중국 정부의 보조금 삭감과 코로나19 여파로 중국 내에서 태양광 초과공급이 발생해 해외 수출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중국 태양광 모듈 업계는 국내 시장에서 공격적인 시장 진출 전략을 구사 중이다. 지난 7월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모듈 수입액은 2억 달러(약 2천300억원) 수준이다. 일부 국내 업체가 증설을 위해 설비 가동을 중단한 것도 중국산 모듈 수입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그럼에도 정부는 국내 태양광 사업 경쟁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이날 에너지공단은 "우리나라는 중국을 제외하면 자국산 모듈 점유율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또 "국산 점유율은 전년 대비 하락했지만, 시장 확대로 인해 국산 모듈 설치량(판매량)은 전년 상반기 대비 40% 증가했다"며 "안정적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Pixabay

정부-업계 시각차…"국산 경쟁력 최고" vs "위태롭다"

이같은 평가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우선, 국내 태양광 산업이 타국에 비해 자국산 모듈 점유율이 높은 것은 맞다. 현재 국산 모듈 점유율은 70% 내외로, 지난해 말 기준 중국(90% 이상 추정)에 이어 2위 수준이다. 일본(17.6%)과 인도(7%), 미국(6%)과 비교하면 월등한 수준이다.

반면, 국산 모듈 판매량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에너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1GW였던 판매량이 올해 1.4GW로 약 40% 상승했다. 그러나 이는 시장 확대에 따라 판매량 절대치가 늘어난 것일 뿐이란 게 중론이다. 같은 기간 중국산도 그만큼 늘었을 게 분명하고, 이보다는 '비중'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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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태양광 모듈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는 그만큼 국산 부품 경쟁력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도 "중국의 물량 공세가 이어지면서 이 마저도 위태로운 상황인데 자화자찬을 하고 있으니 참 답답하다"고 꼬집었다.

모듈과 함께 태양광 생태계를 구성하는 폴리실리콘·잉곳 등 후방 산업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국내 최대 폴리실리콘 업체인 OCI는 중국산 수입으로 가격 경쟁력이 악화해 국내 사업에서 손을 뗐다. 2위인 한화솔루션도 연내 사업에서 철수한다. 잉곳과 웨이퍼를 만들었던 웅진에너지도 상장폐지 수순을 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