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넷플·네이버에도 서비스 접속지연 책임 물을 수 있게 돼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 예고…5개 CP에 안정성 의무 부여

방송/통신입력 :2020/09/08 13:36    수정: 2020/09/08 23:10

페이스북·넷플릭스·네이버 등 국내외 대형 콘텐츠사업자(CP)에게 접속 지연이나 저화질 영상 전송 등 이용자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 기존 인터넷제공사업자(ISP)에게만 부담됐던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 의무를 CP에게도 일정 부분 부담하게 한다는 점에서 국내 인터넷 생태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8일 부가통신사업자의 안정적 서비스 제공을 위한 의무 규정을 포함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이 시행령은 9일부터 다음달 19일까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이번 시행령이 주목받는 이유는 글로벌 CP와의 법적 분쟁 과정에서 드러난 ‘입법 공백’이 해소됐다는 점 때문이다. 지난해 임의적인 경로 변경을 통한 국내 이용자의 이익 저해를 둘러싼 방송통신위원회와 페이스북 간 소송 판결에서도 CP의 책임 여부는 중요한 판단 요소로 작용한 바 있다.

업계 전문가는 “과거에는 정부가 ISP 에게만 서비스 안정성에 대한 책임을 부여했지만, 이번 시행령을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CP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명문화 한 것”이라며 “정부의 달라진 시각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 첫 규제 대상은 넷플·페북·구글·네이버·카카오

정부·학계·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연구반은 ‘이용자 수와 트래픽 양’을 기준으로 규제 대상을 확정하는 법안의 내용에 따라 세부 기준을 확정했다. 지난해 말 3개월간의 이용자 및 트래픽을 분석해 일 평균 이용자 수 100만명 이상, 일 트래픽 양 국내 총 트래픽의 1% 이상을 기준으로 정했다.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사업자로 대상을 한정한 결과 ▲구글 ▲넷플릭스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 등 5개 CP가 최종 대상으로 확정됐다. 이용자 수와 트래픽 양이 달라지는 만큼 대상 CP는 늘거나 줄어들 수 있다.

업계 전문가는 “서비스 안정성 조처를 하게 된 목적이 ‘이용자 피해가 현저하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이므로, 일 평균 이용자 100만명 이상 전체 트래픽 1%이상 사업자라면 서비스 안정성 훼손시 이용자 피해가 현저하다고 볼 수 있는 수준이다”라며 “모든 CP가 서비스 안정성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현저한 이용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시행령으로 의무를 부여한 사업자를 규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대형 CP, 서버 다중화·최적 해상도에 책임…매년 자료 제출

이번에 기준을 충족한 5개 사업자는 시행령에 따라 이용자에게 ‘오류없이 정상적이며 중단 없이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 ▲서버 다중화를 위한 데이터센터 및 서버 구성의 다중화 ▲콘텐츠 전송량 최적화를 위한 최적 해상도 설정 및 인코딩 기술 개발 등이 포함된다.

또한 CP는 자율적인 판단하에 안정적인 트래픽 전달에 필요한 조치를 ISP 등 관련 사업자와 반드시 협의해야 한다. 이는 CP가 임의로 콘텐츠 화질 저하 및 경로 변경 등 조치를 시행, 이용자의 피해 발생케 할 수 있다는 우려를 줄이기 위함이다.

CP는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자체적인 가이드라인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 ▲데이터 센터를 보호하기 위한 서버 보안 관리 ▲네트워크 트래픽 모니터링 시스템 운영 ▲서비스 장애 시 대응 체계 구성 ▲ISP 약관과 품질 차이 발생 시 이용자에 고지 등 내용이 포함됐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국내 기업의 역차별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도 담겼다. 시행령에는 CP가 해당 조치를 이행했는지 점검하기 위해 매년 관련된 자료를 과기정통부에 제출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이 포함했다. 특히 글로벌 CP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도록 규정했다.

■ 판결 앞둔 페북·넷플 소송에 영향 줄까

업계의 관심은 이번 시행령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 CP와의 소송전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다. 지난해 시작된 방통위와 페이스북 간 소송은 오는 11일 2심 판결을 앞두고 있고, 국내 ISP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와 글로벌 CP인 넷플릭스도 법정 다툼을 진행 중이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시행령의 시행일이 오는 12월부터인 만큼, 페이스북·넷플릭스와의 소송전에 해당 법안이 인용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소송전이 상급심으로 이어질 경우,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행령이 대형 CP에 대한 정부의 달라진 시각을 명시했다는 점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는 “이번 시행령은 기본적으로 CP의 책임 영역을 인정한 내용으로, CP의 행위가 서비스의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확고히 한 것”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정부의 달라진 시각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남철 과기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이번 시행령에 페이스북 소송의 쟁점 중 하나인 트래픽 경로변경에 대한 내용이 담겼고,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분쟁 원인 중 하나인 계약에 대한 내용도 담겼다”며 “이 내용이 과거에는 없던 규정이므로, 향후 국내 ISP가 글로벌 CP와 협의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집행력 담보할 수 있는 하위 고시 필요”

업계에서는 이번 시행령이 이용자 보호 측면에서 긍정적인 의미가 있는 만큼, 집행력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내놓는다. 시행령에 포함된 모호한 내용을 명확히 하고, 글로벌 CP의 의무 이행을 담보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뜻이다.

업계 전문가는 시행령만으로는 이용자의 피해 발생 시 ISP와 대형 CP 간 책임이 명확하지 않다는 데 주목했다. CP 입장에서는 ISP의 네트워크 수용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없고, ISP 입장에서는 CP의 트래픽 량을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이용자 피해가 발생해도 책임 소재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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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시행령에 담긴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 및 자료 제출 의무만으로는 글로벌 CP를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이 확보됐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만큼, 규제 실효성을 담보하는 내용의 하위 고시가 마련돼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 전문가는 “이번 시행령에 체계적으로 담겨야 할 내용이 담긴 것은 맞지만, 모든 분쟁의 시작인 CP와 ISP 간 이해관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위 고시를 통해 각자의 협의를 통해 각자의 책임 소재가 명시돼야 한다”며 “글로벌 CP에 대한 규제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도 하위 고시를 통해 규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