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에픽 소송'서 애플과 차별화 성공할까

"앱스토어와 달리 개방적" 강조…본안 소송서 쟁점될 듯

홈&모바일입력 :2020/09/08 11:26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애플과 우린 다르다.”

구글이 애플과의 차별점 부각에 본격 나섰다. 비슷한 이유로 에픽 게임즈에 소송을 당하긴 했지만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기본 방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두 사건을 묶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구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7쪽 분량의 문건을 지난 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 오클랜드지원에 제출했다.

(사진=씨넷)

구글 "앱 배포-결제방식 모두 애플과 확연히 달라"

이날 문건에서 구글은 사건의 관련성이 관련성이 있으려면 크게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째. 해당 사건이 같은 당사자, 재산, 거래, 혹은 사건과 관련돼 있어야 한다.

둘째. 별도 심리할 경우 과도한 부담을 떠안거나 상반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애플 vs 에픽’과 ‘구글 vs 에픽’은 두가지 조건 모두 해당되지 않는다고 구글 측은 주장했다. 특히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스토어는 운영 방식 자체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사진=씨넷)

이번 문건에서 구글은 겉보기와 달리 앱스토어와 플레이 스토어는 상당히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단 애플 iOS 생태계에선 앱스토어를 통해서만 앱을 배포할 수 있다. 반면 여러 앱스토어를 이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앱을 다운받을 수도 있다.

구글은 월드가든(walled garden)이나 다름 없는 애플 앱스토어와 달리 안드로이드는 ‘오픈 생태계’를 지향한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런 근거를 토대로 구글은 사건 병합의 두 번째 조건도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앱스토어와 플레이 스토어는 운영 방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별도 심리하더라도 법원이 쓸데 없는 부담을 떠안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구글의 이 같은 주장을 하는 배경엔 ‘같은 사건에 대해 상반된 판결이 나올 우려’란 두 번째 조건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구글은 애플과 달리 다양한 앱 배포 방식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독점사업자의 경쟁방해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은연중에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에픽, 소장에선 '원플러스' 사례 들어 구글 압박 

법원이 애플과 구글 소송을 관련 사건으로 묶을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하지만 구글의 이번 주장은 에픽과의 소송에서도 중요한 반박 근거로 사용될 가능성이 많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구글 입장에선 애플과 차별성을 부각시킴으로써 ‘같은 소송, 다른 결과’를 얻어내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글 주장은 에픽의 소장과 비교하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소송에서 에픽은 애플과 구글이 모두 불법적으로 경쟁방해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대상으로 삼은 것도 앱 배포와 앱 관련 결제 등 두 가지로 같다.

에픽은 구글에 대해선 “안드로이드가 오픈 생태계가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해 왔지만 조직적으로 경쟁을 방해하면서 약속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앱내 결제 문제와 관련해선 원플러스 사례를 들었다.

에픽은 소장에서 “안드로이드 OS의 제약을 받지 않고 에픽 게임즈 앱을 인스톨하고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원플러스와 계약을 체결했다”면서 “하지만 구글은  플레이 스토어를 우회하고 게임을 업데이트하도록 한 부분이 우려된다면서 원플러스와 계약을 금지했다”고 강조했다.

결국 구글 역시 애플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이 에픽의 주장인 셈이다.

에픽, 8월 애플·구글 동시 소송…앱스토어 문제 쟁점화 

에픽은 지난 달 애플과 구글을 독점금지법 위반 혐의로 제소했다.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 앱 내에서 별도 앱내 결제를 홍보하자 두 회사가 일방적으로 게임을 삭제해버렸다는 것이 소송 이유였다.

에픽은 애플을 상대로 먼저 소송을 제기한 뒤 몇 시간 뒤 구글도 같은 이유로 제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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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소송의 쟁점은 앱 배포와 앱내 결제 제한 문제다. 에픽은 또 30% 수수료도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은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 오클랜드지원에서 열린다. 소송을 맡은 법원은 ‘모바일 플랫폼 독점’이란 공통 주제를 이유로 병합 가능성에 대해 문의하자 구글이 강한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