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개발로 AI 시대 '초성능 컴퓨팅' 실현 앞당기겠다"

[ETRI 7대 AI 실행전략 분석]②AI반도체 및 AI컴퓨팅 기술경쟁력 강화

컴퓨팅입력 :2020/08/28 10:55    수정: 2020/08/28 18:09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함에 따라 데이터 고속처리 및 연산능력 수요가 점점 증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2017년 보고서에서 세계 데이터 총 규모가 연평균 61%씩 성장, 오는 2025년 175제타바이트(ZB)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테슬라 설립자인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비영리 AI 전문기업으로, GPT3(Generative Pre-Training 3)라는 획기적인 언어 AI모델을 발표해 세계 AI산업계서 주목받은 '오픈AI(OpenAI)'도 "AI 학습에 필요한 컴퓨팅 연산 자원이 3.4개월마다 2배씩 증가한다"고 예측한 바 있다. 

AI가 촉발한 지능화 혁명은 과거 정보화 혁명과 다르다. 데이터 처리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뿐 아니라 데이터 유형과 활용 방식에도 차이점이 적잖기 때문이다.

폰 노이만식 현 컴퓨팅 구조와 반도체 집적기술 한계 봉착

AI가 촉발한 데이터 소비 증가와 다변화는 필연적으로 AI에 적합한 고성능 컴퓨팅 기술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이를 처리하기 위한 현재의 반도체 기술과 컴퓨팅 구조는 곧 한계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먼저 무어의 법칙(Moore’s Law)으로 대변되는 반도체의 물리적 집적도 향상이 서서히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약 2년마다 반도체 집적도는 두 배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은 그간 반도체 산업의 정설이었으나, 반도체 공정이 고도화될수록 미세공정에서 발생하는 발열과 간섭 현상을 처리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ETRI가 추진하는 7대 AI실행전략의 두번째 추진과제들.

두 번째는 70년 넘게 컴퓨터 시스템의 토대가 된 폰 노이만(von-Neumann) 방식의 컴퓨터 구조가 최근 요구되는 데이터의 고속 병렬연산 수행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의 방식은 병렬처리에서 데이터 이동 간 병목현상을 유발, 컴퓨팅 성능 및 에너지 소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데이터 병렬처리 등 AI 데이터 처리 시 발생하는 성능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고성능 컴퓨팅 기술 향상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기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변혁적 방식의 컴퓨팅시스템 구조 및 신소재 개발과

새로운 계산모델도 요구된다.

이미 주요국과 세계적 업체들은 이런 방향으로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국내 상황은 아직 열악한 편이다. 지난 40년여간 국내 ICT 연구를 주도해 온 ETRI가 7대 AI실행전략의 두번째 전략으로 AI 정보처리 성능한계를 극복한 '초성능 컴퓨팅 실현'을 설정한 이유다.

ETRI는 국내 최초 4M DRAM 개발(1989년)과 행정 전산망용 주전산기 타이컴(TiCOM, 1991년) 개발을 통해 국내 반도체 및 컴퓨팅 산업을 태동시킨 바 있다. AI 시대를 선도할 다양한 연구개발 실적도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이오 특화형 슈퍼컴퓨팅 시스템 '마하(MAHA)' 독자 개발(2014년) ▲지능형 범용 AI 프로세서 '알데바란' 개발(2017년) ▲초절전·고집적 마이크로 서버 개발(2018년) ▲고성능 서버형 AI 프로세서 및 모바일 IoT 기기용 시각지능 AI 프로세서 개발(2020년) 등이다.

ETRI 연구진이 개발한 고성능 저전력 AI 반도체 NPU 칩 'AB9'.

자율학습이 가능한 두뇌모사형 프로세서 개발도 추진

ETRI는 이번 실행전략을 통해 그동안 반도체, 컴퓨팅시스템 분야에서 쌓아온 기술력을 고도화하고 통합해 현존하는 프로세서의 10만배 성능의 페타플롭스급 AI 프로세서 개발 등 AI 시대에 맞는 초성능 컴퓨팅 시스템 플랫폼을 개발할 방침이다. 

ETRI의 AI반도체 및 AI컴퓨팅 시스템 기술 경쟁력 강화는 투 트랙(고성능 AI 컴퓨팅 핵심 기술 개발, 변혁적 컴퓨팅 원천 기술 개발)으로 진행된다. 

ETRI는 고성능 AI 컴퓨팅 핵심기술 구현을 위해 ▲고성능·저전력 AI 프로세서 개발 ▲AI 처리에 최적화된 고성능 AI컴퓨팅 서버 시스템 개발에 나선다. 또 보다 장기적인 변혁적 컴퓨팅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자율학습이 가능한 두뇌모사형 프로세서(뉴로모픽 프로세서 및 컴퓨팅기술) ▲양자 소자 및 양자컴퓨팅 원천기술(큐빗 확장 및 고신뢰 연산 지원)개발에도 힘을 쏟는다.

ETRI가 개발하려는 'AI 프로세서'는 대규모 데이터 병렬처리 등 AI 데이터 처리에 최적화된 특화 프로세서 반도체다. ETRI는 우선 DNN(Deep Neural Network)과 같은 AI 알고리즘 처리를 위한 고성능 AI 전용 프로세서와 사물인터넷(IoT) 기기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초저전력 시각지능 특화 AI 프로세서 개발에 나선다.

특히 프로세서 중심의 기존 컴퓨터 시스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메모리와 CPU를 하나의 칩으로 패키징 하는 신개념 AI 프로세서 개발도 추진한다.  또 ▲현존하는 프로세서의 10만 배 성능의 페타플롭스급 AI 프로세서 ▲연산량 감축을 통한 저전력 모바일 시각지능 AI 프로세서 ▲AI 기능 구현이 가능한 HBM(High Bandwidth Memory)을 활용한 PIM(Processing-In-Memory) 프로세서도 개발할 예정이다.

ETRI는 'AI 처리에 최적화한 고성능 컴퓨팅서버 시스템’ 개발을 위해 메모리 중심 컴퓨팅 기술도 집중 연구한다. 메모리 중심 컴퓨팅이란 프로세서 간 데이터 이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프로세서에 고착화된 컴퓨터 구조를 메모리 중심으로 재편하는 컴퓨팅 모델을 말한다.

ETRI 연구진은 이번 모델 개발을 통해 기존 컴퓨팅 구조가 갖는 병목현상과 이에 따른 컴퓨팅 성능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ETRI는 세계 최고 수준 성능 및 최대용량의 메모리 중심 컴퓨팅 기술을 확보한다는 목표 아래 ▲세계 최고 성능 및 최대 용량 메모리 중심 컴퓨팅 서버 기술 ▲차세대 휘발성 및 비휘발성 혼성 메모리 지원 시스템SW 기술 ▲저전력 및 고집적 AI 슈퍼컴퓨터 시스템 구현 기술 개발을 병행, 기술 완결성을 높일 방침이다.

ETRI는 고성능 AI컴퓨팅 핵심 기술 개발 시기를 못 박지 않았지만 2030년 이내에는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ETRI는 변혁적 컴퓨팅 원천 기술 개발 차원에서 두뇌 모사형 프로세서 개발이 목표인 '뉴로모픽 프로세서·컴퓨팅 원천기술' 개발도 추진한다 '뉴로모픽 반도체'는 기존 반도체 구조가 아닌 인간의 두뇌(뉴런-시냅스 구조)를 모방한 非폰노이만 방식 반도체다. 인공 뉴런 역할을 하는 코어를 사람의 뇌처럼 병렬로 구성했기 때문에 적은 전력만으로도 많은 양의 데이터 처리가 가능하고 연산 성능이 대폭 향상이 가능하다.

ETRI는 뉴로모픽 프로세서의 핵심 아키텍쳐 구현 및 지식재산(IP)을 확보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SW(OS, 프로그램, 응용지원) 원천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기존 딥러닝 알고리즘과 유사한 정확도는 물론 높은 전력 효율성을 달성, 제한된 전력 자원을 갖는 모바일 시스템의 연산 능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전망이다. ETRI는 ▲저 소모전력으로 인간과 유사한 인지학습이 가능한 뉴로모픽 프로세서 핵심기술 ▲뉴로모픽 시스템 SW(OS, 프로그램, 응용지원) 원천기술 확보도 추진한다. 

대전에 있는 ETRI 본원 전경.

기존 컴퓨팅과 작동 원리가 완전히 다른 양자소자 및 양자컴퓨팅 원천 기술 확보도

ETRI가 시행하는 '양자소자 및 컴퓨팅' 개발도 눈길을 끌고 있다. 기존 컴퓨팅과 작동원리가 완전히 다른 양자역학에 기반을 둔 컴퓨팅기술을 개발하는 '큰 일'이다. 빅데이터 분석, 머신러닝, 이미지 해석 영역에서 기존 컴퓨팅 방식으로 불가능한 난제 연산 처리에 혁신을 줄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다. 최근 제반 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소인수 분해, 데이터 검색 등 몇몇 특정 연산에 대해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월등히 빠른 연산 속도를 보일 만큼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ETRI는 양자 네트워크 광집적회로 소자와 반도체 집적회로 기반 양자 프로세서 소자 구현, 범용 컴퓨팅 오류 보정 및 자원 최적화 알고리즘 원천기술 확보로 국내 양자컴퓨팅 기술개발을 선도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양자 네트워크로 큐빗 확장성을 극복하는 광집적회로및 반도체 집적회로 양자 프로세서 소자 ▲범용 양자컴퓨팅 실현을 위한 양자 에뮬레이션 기반 50-큐빗 양자컴퓨팅 플랫폼 등을 개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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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강성원 ICT창의연구소장은 "AI 반도체와 고성능컴퓨팅 인프라는 미래 ICT 및 과학기술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이라며 "국가 차원에서 기반을 구축해 핵심기술 역량을 축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소장은 "국내 AI 인프라 기술 수준이 열세인 상황에서 반도체와 컴퓨팅 산업에 지대한 공헌을 해 온 ETRI가 내놓은 AI 실행전략의 무게감은 가볍지 않다"면서 "ETRI가 AI 반도체와 컴퓨팅 R&D 분야에서도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지원으로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