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승소에 SK 항소...배터리 소송 어떻게 되나

10월 5일 美 ITC 결정에 주목…배상금액에도 '이견'

디지털경제입력 :2020/08/27 17:46    수정: 2020/08/28 09:19

LG화학이 배터리와 관련해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전에서 첫 승을 거뒀지만 SK이노베이션이 즉각 항소 방침을 밝혀 소송전이 더 길어질 전망이다.

이번 판결은 본전(本戰)이라 할 수 있는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건과는 별개의 소송이지만, SK 측의 국면전환 시도를 저지했을 뿐 아니라 특허침해 소송의 명분을 뺏기지 않았단 점에서 일단 LG화학이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으로 평가된다.

관건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영업비밀 침해소송 최종판결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다. 앞서 ITC는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예비결정을 내렸다. 

다만, 이번 소송에서도 항소하겠다고 밝힌 SK이노베이션 역시 순순히 물러나진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복잡하게 얽힌 소송전이 길어질 수도 있을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 연구원이 전기차용 배터리 셀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자료=지디넷코리아

LG-SK '배터리 소송전' 어디까지 왔나

서울중앙지법은 27일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관련 소 취하와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자사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LG화학에 대해 '더이상 관련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2014년의 합의를 무단으로 파기했다'며 제기한 소송이었다.

LG화학은 SK 측과 합의한 특허와 이번 소송의 특허를 별개로 봤다. 법원도 SK 측이 청구한 소송취하절차 이행과 간접강제 청구를 모두 각하하고 손해배상 청구도 기각하며 LG화학의 손을 들어줬다. 양사 합의 내용에 미국 특허 부제소(소송을 제기하지 않음) 의무가 포함됐다고 볼 수 없단 설명이다. 

그러나 SK 측이 항소하겠다고 밝히며 이 소송도 장기전에 들어가게 됐다.

양사는 이번 소송 외에도 현재 전기차배터리 특허 침해 소송 5건을 포함해 영업비밀 침해 소송, 명예훼손 손해배상과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 등을 벌이고 있다. 시작은 LG화학이 지난해 4월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건이었다. 그러나 이후 소송전은 지난날 양사가 법정에서 치열하게 다퉜던 특허 소송으로 확대됐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입사지원 서류에 자사 배터리 영업비밀이 상세하게 담겨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LG화학)

LG화학은 지난해 4월 29일 미국 ITC와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전기차배터리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했다. 이어 5월 8일엔 '산업기술의 유출방지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SK이노베이션과 인사담당 직원 등을 서울지방경찰청에 형사고소했다. 인력 빼가기로 인해 30년간 쌓아온 핵심기술이 유출됐다는 것.

SK이노베이션은 이에 대해 '근거없는 발목잡기'라며 국내에서 명예훼손 손배소로 맞섰다. 오히려 LG 측이 자사의 전기차배터리 특허를 침해했다며 LG화학과 LG전자를 제소했다. LG화학 역시 특허침해 맞소송에 나서면서 소송전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LG화학, SK이노베이션 영문 로고. 사진=각 사

10월 5일 ITC 영업비밀 침해 판결이 관건

그러던 중 양사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다루는 ITC가 SK 측에 '조기패소판결(Default Judgment)'을 내리면서 국면은 전환됐다. SK이노베이션이 소송과 관련한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고 주장한 LG화학의 손을 들어준 것. 이는 더 이상의 추가적인 사실심리나 증거조사를 하지 않고 LG화학의 손을 들어주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됐다.

SK이노는 곧 이의절차에 들어갔다. 그러나 ITC가 이미 조기패소 판결을 내린 상황이라, 추후 '변론(Hearing)' 등의 절차 없이 오는 10월 ITC위원회의 '최종결정(Final Determination)'만이 남게 됐다. 이후 ITC가 SK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해당 소송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지만, 이 역시 통상적인 절차다.

미국 조지아주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사진=SK이노베이션

ITC의 최종 결정에서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한다면, LG화학의 2차전지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혐의가 확정된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모듈·팩 등에 대한 미국 내 수입 금지 효력이 발생한다. SK이노베이션이 현지 조지아주에 구축 중인 배터리 공장도 부품 수급에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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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더 있다. 천문학적인 액수의 배상금이다. 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현재 배상금액을 두고 협상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정확한 액수가 알려지진 않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수천억원대를, LG화학은 수조원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소송과 관련해 합의는 가능하지만, 객관적인 근거를 토대로 주주와 투자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이 제시돼야 할 것"이라며 강경하게 나오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판결 직후 입장문에서 "배터리 산업과 양사의 발전을 위해 협력해 나갈 것을 희망한다"고만 언급했을 뿐, 합의와 관련해선 말을 아꼈다. 아직 배상액을 두고 양사가 이견을 보이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