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환의 EV세상] "고치는 데 2주” 답답한 PHEV 완속 충전기

비회원도 편하게 충전할 수 있는 시스템 갖춰야

카테크입력 :2020/08/27 15:01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를 충전시킬 수 있는 완속충전기는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존재다. 속도는 급속충전기보다 훨씬 느리지만,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100% 완충 시킬 수 있다. 특히 순수 전기차뿐만 아니라 최근 증가 추세인 PHEV를 충전시킬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사용자도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제대로 된 완속충전기 관리는 여전히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최근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로부터 제공받은 ‘E클래스 300e 4MATIC’ PHEV 차량을 타고 서울 학여울역 SETEC 지상 주차장에 위치한 전기차 충전소를 찾았다. 이 곳은 환경부 전기차 공공 급속충전기 뿐만 아니라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가 운영하는 완속충전기 2기가 동시에 마련됐다.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가 구축한 완속충전기 앞에 정차된 벤츠 E클래스 300e 4MATIC 차량. 충전구는 차량 뒷편 오른쪽에 있다.

벤츠 E클래스 300e PHEV 차량은 차량 뒤편 오른쪽 범퍼에 5핀 완속충전구가 마련됐다. 이 때문에 후진 주차를 하고 곧바로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 해피차저 충전기를 사용해봤다.

기자는 아직 전기차를 소유하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해당 충전기와 호환가능한 회원번호나 회원카드는 없다. 대신 후불교통카드 기능이 있는 신용카드를 태그하면, 비회원 충전이 가능한 구조다.

비회원 충전을 위해 충전금액을 따로 설정하고, 개인용도로 쓰고 있는 신용카드를 오른편 카드 태그 공간에 놓아봤다. 하지만 충전기는 카드 자체를 인식하지 못했다. 차량을 다른 충전기 쪽으로 옮겨 똑같이 다시 시도해봤지만, 이번에는 통신문제가 생겼다.

상황을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 고객센터에 문의를 해보니 “직접 관계자가 방문해 점검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완속 충전을 시작하지도 못하고 다른 곳으로 차량을 옮겨야 했다.

후불교통카드 기능이 있는 신용카드를 오랫동안 인식시켰지만 반응 없는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 충전기

하루가 지나 학여울역 SETEC 공영주차장에 다시 찾았다. 카드를 태그해도 전날과 비슷한 상황이 계속됐다. 다시 한 번 상황 설명을 하니 “보통 고장 접수를 받고 수리까지 진행되는데 2주동안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고객센터 직원의 답변이 왔다.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는 만약 신용카드로 충전이 안 될 경우, 회원번호 입력으로 충전을 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회원 권한을 받으려면 실질적으로 차량의 소유주여야 한다. 시승 목적이나 카셰어링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면, 회원번호 입력만으로 충전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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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현재까지도 여러 정책을 발표하면서 전기차 급속충전기 수만 늘리겠다는 원론적인 발표만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완속충전기 관리 방안과 고장 재발 방지 방안 등의 현실적인 대책은 여전히 부실하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모빌리티 시대가 전환되면서 앞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도 소유가 아닌 공유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 누구나 쉽게 완속충전을 할 수 있도록 결제 시스템 자체를 변경하거나, 간편화하는 작업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