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T 부문 분리한다더니"..ARM, 돌연 계획 철회 왜?

소프트뱅크 산하 이전 대신 독립채산제로 유지 결정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0/08/26 17:44

ARM이 지난 7월 초 발표한 IoT 부문 분사를 백지화했다. (사진=지디넷닷컴)
ARM이 지난 7월 초 발표한 IoT 부문 분사를 백지화했다. (사진=지디넷닷컴)

"핵심 부문인 반도체 IP(지적재산권) 분야에 집중하겠다"며 지난 7월 초 IoT(사물인터넷) 부문 분리를 선언했던 ARM이 돌연 계획을 백지화했다. 여러 선택지를 고려한 뒤 소프트뱅크가 아닌 ARM 내에서 독립적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러나 이런 발표는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가시화된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이런 움직임이 ARM 매각을 둘러싼 소프트뱅크와 엔비디아의 협상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 소프트뱅크 인수 이후 팽창한 IoT 부문

IoT는 2016년 소프트뱅크가 ARM 인수에 나서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2016년 ARM 인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IoT는 기회이고 ARM의 미래 성장여력을 감안하면 저가에 인수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소프트뱅크의 ARM 인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IoT의 성장 가능성이었다. (사진=소프트뱅크)

이와 함께 IoT 사업부문을 위해 2천명 이상을 신규 고용하고 2018년에는 6억 달러(약 7천억원)를 들여 인수했다. 그러나 IoT 시장의 성장세가 가정용 AI 스피커와 카메라 등 일부 영역에서만 지속될 뿐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지는 못했다.

결국 ARM은 지난 달 초 IoT 사업 부문 중 'IoT 플랫폼'과 'IoT 트레져 데이터'를 소프트뱅크 그룹 산하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ARM은 "이전이 완료되면 ARM은 핵심 반도체 IP 사업에 집중해서 클라이언트, 인프라, 자동차 등에 대한 투자를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ARM 매각설 대두 이후 분사 결정에 주목

이사회 검토 등 작업을 거쳐 올해 9월까지 이전을 마무리하겠다던 ARM의 발표는 당시에는 예상만큼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한 사업부문을 분리해 운영 주체를 그룹 내 다른 회사로 이전하는 것은 사업 운영 과정에서 흔히 발생활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ARM의 발표 이후 소프트뱅크가 ARM 매각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상황이 달라졌다. 다수 분석가들은 IoT 사업 부문 이전이 ARM의 규모를 줄여 매각 과정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사전 작업인 것으로 판단했다.

튜더 브라운은 소프트뱅크의 사업 전략이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사진=ARM)

ARM 공동창립자이자 2012년까지 CEO를 역임했던 튜더 브라운은 영국 정치 전문 주간지 '뉴스테이츠맨'과 인터뷰에서 이런 소프트뱅크의 행보에 대해 "소프트뱅크는 단기에 수익을 거두기 어려운 분야에 너무 많은 돈을 쓰고서도 'ARM이 기대보다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다'고 불평한다"며 비난했다.

■ 서둘러 사업 이전 발표할 필요 있었나?

그러나 24일(미국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ARM은 IoT 사업 이전을 철회하기로 했다. ARM은 "여러 선택지를 고려한 결과 해당 사업 부문을 ARM 산하에 두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ARM은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 "상당한 노력을 거치면 IoT 플랫폼과 데이터 트레저가 ARM 산하에서 별도 사업부문으로 독립적으로 운영되어도 분사와 같은 수익 실현이 가능하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프트뱅크 산하 이전을 발표한 뒤 불과 2개월도 안되어 이를 번복한 것은 상당히 석연치 않다. ARM의 설명대로 여러 선택지 중 여전히 ARM 아래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방안이 있었다면 충분한 검토 없이 서둘러 이전 계획을 발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 소프트뱅크·엔비디아의 시각 불일치설 대두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ARM 매각을 원했던 소프트뱅크와 현재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히는 엔비디아의 시각이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소프트뱅크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IoT 부문을 일단 ARM에서 분리해 매각을 수월하게 하고 싶었지만 매각 협상 과정에서 엔비디아가 오히려 IoT 부문을 원했다는 것이 가설 중 하나다.

엔비디아는 2018년 ARM과 함께 IoT 관련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사진=엔비디아)

실제로 엔비디아는 2018년 모바일, 가전제품, IoT 기기에 딥러닝 추론 기능을 적용하기 위해 ARM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ARM의 IoT 부문이 분리된다면 ARM 인수 이후에도 시너지 효과를 얻기 힘들다.

■ ARM 매각 성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

한편 소프트뱅크와 엔비디아의 ARM 인수 협상 진행 상황은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다. 

이달 중순 영국의 이브닝 스탠더드 등을 통해 "인수가 올 여름 전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이후 진전된 내용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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