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도 스타벅스, 기네스 같은 글로벌 기업 나와야"

[창조혁신센터 좌담회] "가장 먼저 달려가는 창업기관 되겠다"

중기/벤처입력 :2020/08/25 14:20    수정: 2020/08/25 14:46

전국에 19곳 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CCEI, 이하 혁신센터)가 지역을 대표하는 창업기관으로 자리잡으면서 창업 기업 육성 등에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혁신센터는 누적 6413개 창업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도 1만7991개를 창출했다. 누적 투자액도 1조6878억원에 달한다. 

박근혜 정부때 만들어진 혁신센터는 "지난 정부 것이라도 좋은 건 살리겠다"는 문재인 대통령 뜻에 따라 기능을 계속 확충하며 지역 사회 혁신 창업 허브로 부각했다. 특히 2018년 혁신센터에 직접 투자 기능이 부과되면서 지역에 창업DNA를 심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각 혁신센터와 매칭된 대기업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이들 대기업은 자신의 노하우와 자원을 스타트업 및 창업가와 나누며 지역 경제 활성화의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일례로 전남센터 창업기업들은 GS 유통망에 힘입어 주목할만한 농수산 식품 판매 실적을 달성했다. 네이버는 강원센터 보육기업에 클라우드 기반 그룹웨어를 제공하는 한편 창업기업을 위한 e커머스 전용 교육장 구축에 필요한 재원과 인력을 지원하고 있다.

좌담회에 참석한 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장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혁신센터는 스타트업들에 기술개발에 필요한 장비도 제공, 호응을 받고 있다. 경북센터 창업기업은 신청만 하면 3D설계장비와 프린터, 디지털 현미경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전남센터에는 식품 스타트업들을 위한 대용량 동결건조기와 열풍건조기 등이 갖춰있다.

하지만 아직 혁신센터가 갈 길은 멀다. 지역을 넘어 국내, 세계에서 통하는 기업이 나와야하고 이를 위한 혁신센터 역량 강화와 정부 및 지자체의 아낌없는 지원도 요구된다. 이에 지디넷코리아는 혁신센터의 현재를 짚어보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좌담회를 혁신센터협의회(회장 박광진, 전북센터장)와 공동으로 20일 개최했다.

여수 라마다호텔에서 열린 이날 좌담회에는 박광진 협의회장이 사회를 보고 정영준 전남 혁신센터장, 한종호 강원 혁신센터장, 권영해 울산 혁신센터장, 전정환 제주 혁신센터장, 박철순 세종 혁신센터장, 이재일 대구 혁신센터장, 김정수 대전 혁신센터장, 윤석배 중기부 창업생태계조성과장 등이 참여했다.

전국에 창업 DNA...일자리 창출 등 5년간 주목할 만한 성과

먼저 참석자들은 지난 5년 동안의 혁신센터 성과를 공유했다. 혁신센터는 2014년 9월 대구를 시발로 잇달아 지역에서 문을 열었다. 현재 전국에 19곳이 있다. 전국 17개 광역시도에 하나씩 있고, 여기에 민간 혁신센터가 두 곳(포항, 나주) 더 있다.

이들 혁신센터는 2018년 직접 투자가 가능해지면서 지역을 대표하는 창업지원 기관으로 확실히 자리잡았다. 실제 2015~2017년 연평균 890개 기업이 혁신센터를 통해 창업했는데, 2018~2019년에는 이 숫자가 연평균 1872개로 늘었다. 신규채용 역시 2015~2017년 평균 1539명에서 2018~2019년 6687명으로 급증했다. 연평균 투자유치도 같은 기간 2180억에서 5169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정영준 전남혁신센터장은 농산품과 관광에 특화한 센터 현황을 설명했다. 이어 "GS홈쇼핑 도움을 받아 1600억 원의 농산품 판매를 했고, 매년 평균 창업 150건을 달성했다"면서 "특히 전남 혁신센터는 도내 32개 창업기관을 주도, 매년 대규모 창업 행사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은 자동차와 조선이 강하다. 권영해 울산 센터장은 미래산업의 싹을 키운다는 센터 비전하에 기술 창업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센터장은 조선, 해양 등 기존 산업에 IT를 접목해 경쟁력을 높이는데 매진하고 있다면서 "안전 산업 허브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안전산업은 울산으로 와라가 우리 슬로건"이라고 밝혔다.

강원혁신센터는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홍수처럼 '노아DB(Noah's Data Base)'라는 보육기업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운영하고 있다. 한종호 강원 센터장은 "네이버와 함께 하는 e커머스 사업과 데이터 발굴 등 5+1 사업을 하고 있다"며 이들 사업을 소개했다.

제주혁신센터는 '새로운 연결을 통한 창조의 섬 제주'가 비전이다. 특히 전정환 제주혁신센터장은 다음카카오의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총괄한 경험을 가진 창업 전문가다. 제주 혁신센터는 로컬 크리에이터를 기르면서 상생플랫폼을 구축하고, 직접·후속투자 연계를 강화하고 있는데 전 센터장은 "처음부터 연결을 통한 크리에이티브 시티를 만드는 걸 미션으로 했다"면서 "2018년부터 현재까지 14개 기업이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고 말했다.

이재일 대구혁신센터장은 삼성전자 사내벤처 산실인 C-Lab(C-랩)과 스핀오프를 설계한 주인공이다.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장을 지냈다. 이 센터장은 "대구 혁신센터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졌다. 인프라가 좋다고 하는데, 뭔가 큰 변화가 있어야 겠다고 생각해 직원들에게 5가지 과제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구가 청년 창업이 전국 꼴찌라면서 "대구시에 대개조 작업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고, 삼성전자에 있을 때 경험한 집단지성을 반영해 대구 창업 포털을 오픈했다"면서 "대구는 모든 창업 인프라를 혁신센터에 몰아넣으려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철순 세종 혁신센터장은 "세종시가 창업 인프라가 미약하지만 보육기업이 300개 이상"이라며 "초기에는 스마트팜이 강했지만 스마트팜은 절대 경쟁력을 갖는게 어려워 스마트팜 기업이 줄고 있는 대신 세종시가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여서 스마트시티 기업들을 키우고 있다"고 들려줬다. 박 센터장은 스마트시티가 융복합이여서 버티컬에 특화한 기업이 나오기 힘들다면서 "바이오 쪽에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송 역 주변이 바이오가 강하고 인근에 고려대 세종 캠퍼스가 있는데 본교에도 없는 약학 대학이 세종 캠퍼스에 있기 때문이다.

윤석배 중기부 창업생태계조성과장은 "기본적으로 혁신센터는 창업 허브랑 특화 사업 등 두가지 일을 해야 한다"면서 "각 혁신센터가 하는 프로그램이 하나하나만 보면 훌륭하지만 더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려면 센터간 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 창업 활성화 위해 혁신센터 직원 역량 강화 등 필요

참석자들은 혁신센터의 핵심 역할 중 하나인 지역의 창업 활성화 현황과 지역 창업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 지에 대해서도 열띤 논의를 펼쳤다.

장영준 전남 센터장은 "도내 33개 기관이 참여해 창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도가 센터를 적극 지원해주고 있어 다른 곳보다 환경이 좋은 편이며, 이에 따라 좋은 성과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고 소개, 각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권영해 울산 센터장은 "먼저 혁신센터가 창업 허브가 돼야 한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면서 "허브가 되려면 두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정부와 지자체 지원이고 또 하나는 우리가 그만한 가치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울산은 울진 등 5개 기초자치를 두고 있는데 권 센터장은 "이들 5곳 기초단체가 우리한테 와 창업 관련 일을 도와달라고 한다"고 소개했다.

김정수 대전센터장은 혁신 센터의 예산 문제를 거론했다. 혁신센터 예산 편성 시 각 센터의 특성이나 집중할 사업에 걸맞는 자율사업이 많아지도록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김 센터장은 "혁신센터 역량은 직원들 역량에 달려있다고 봐야 한다"며 직원 역량을 강조했다.

이재일 대구센터장은 대구 시장이 지역내 창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라고 한다면서 "지역내 창업기관들에게 원팀이 돼야 한다고 늘 말한다"면서 "지금은 무조건 엮는 작업(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구경북의 낮은 청년 창업을 타개하기 위해 9월부터 지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매주 아이디어 피칭대회를 열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박광진 협의회장은 "지역의 창업관련 기관들을 연결하고 묶는데 혁신센터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동의하며 "앞으로 더 많은 역할을 하자"고 당부했다.

참석자들은 지역 경제와 산업을 살리기 위한 지역 특화 사업과 중기부가 시행하고 있는 로컬 크리에터 사업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로컬 크리에이터'는 지역의 자원과 특성을 기반으로 혁신적 아이디어를 접목해 창업,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중기부 사업이다. 올해 처음으로 재정을 투입해 하는 사업이다.

로컬크리에이터 사업 수행 기관인 강원 센터의 한종호 센터장은 로컬크리에이터가 사회적 기업과 혼동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로컬 사업은 창업 예비단계라 생각한다"면서 "스타벅스, 이케아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적 기업도 다 로컬기업이였다"며 로컬 기업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한 센터장은 "우리나라는 중앙정부가 기획해 지역에 내려보내는 톱다운에 익숙하다"며서 "지역에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또 지역에서 검증을 받아 전국 기업이 되고 글로벌 기업이 되는, 이의 첫 출발이 로컬크리에이터"라고 해석했다.

이어 그는 "지역은 재정 자립도가 낮아 국비 사업을 주로 수행하는데 국비는 특정분야로 한정된 경우가 많아 지역에서 뿌리를 내리는 산업을 찾기 힘들고 예산 문제로 지역기반 창업기업 육성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로컬 사업은 톱다운이 아니라 바텁업으로,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지역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는 것으로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장영준 전남 센터장은 "로컬크리에이터 사업이 중기부 코어 사업이라면 그에 맞는 사업 규모를 갖춰야 한다"면서 "현재 지원액이 너무 작다"고 아쉬워했다.

전정환 제주 센터장은 "제주는 작은 기업이 많아 스케일업이 과제다. 작지만 농수산과 ICT, 도시재생이 융합할 수 있다"면서 "국토부 사업이지만 도시재생지원센터랑 협업을 많이 하고 있는데 부서간 장벽을 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광진 협의회장은 강원도의 로컬크리에이터 사업을 보면서 "이런 창업기업도 있구나"하는 생각을 했다면서 로컬크리에이터 사업의 장점을 언급했다.

중기부 윤 과장은 로컬크리이에터 사업과 관련해 "지역 자원과 색을 가진 로컬크리에이터를 육성하도록 예산 등 다양한 관점에서 보완책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될 성 싶은 나무 더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참석자들은 지역 스타트업의 유니콘화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특히 김정수 대전 센터장은 "중기부가 아기유니콘, 예비유니콘 사업을 하고 있는데 센터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고민을 한다"면서 "스타트업이 직접 성장하는데 도움을 줘야 하고 될성 싶은 나무를 더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관련기사

전정환 제주센터장은 "혁신센터 역할은 직접적으로 유니콘을 만드는 것보다 창업생태계를 조성하고 창업기업을 스케일업하는 것"이라며 "각 혁신센터 창업기업들이 시리즈A까지 받도록 지원하면서 유니콘이 되도록 가교역할을 하는 것이 혁신센터의 역할과 목표라고 본다"고 말했다.

중기부 윤석배 과장은 "혁신센터는 창업에 관심 있는 지역 청년들이 제일 먼저 찾아가는 곳으로, 지역창업허브로서의 역할을 더 키워 갈 것이다"며 혁신센터의 '역할론'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