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총장 신성철)는 바이오 및 뇌공학과와 생명과학과 공동연구팀이 암 치료를 위한 단백질 나노 튜브 전달체인 ‘TNT’를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항암제가 표적 단백질에 결합하는 원리를 역이용해 새로운 전달체를 선보였다. KAIST는 "항암제를 이용한 암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KAIST 김진주·이준철 박사과정 학생이 공동 제1 저자로, 또 전상용·최명철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IF=27.4) 8월 20일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논문명: Tubulin-based Nanotubes as Delivery Platform for Microtubule-Targeting Agents)
우리 몸속 세포가 분열할 때 염색체들은 세포 한가운데에 정렬해 두 개의 딸세포로 나눠지는데 이 염색체들을 끌어당기는 끈이 '미세소관(microtubule)'이다.
'미세소관'은 '튜불린(tubulin)' 단백질로 이루어진 긴 튜브 형태의 나노 구조물이다. 미세소관을 표적으로 하는 항암 약물인 ‘미세소관 표적 치료제(microtubule-targeting agents)’는 임상에서 다양한 암의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이들은 암세포 미세소관에 결합해 끈 역할을 방해, 암세포의 분열을 억제, 결국 사멸을 유도한다.
튜불린 단백질에는 이 약물이 강하게 결합하는 고유의 결합 자리(binding site)가 여럿 존재한다. 연구진은 이 점에 착안해 표적 물질인 튜불린 단백질을 약물 전달체로 사용한다는 아이디어를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 공동연구팀은 '튜불린 나노 튜브(Tubulin-based NanoTube)'의 약어로 'TNT'로 명명한 전달체를 개발, 항암 효능을 실험으로 확인했다. TNT라는 이름에는 암 치료를 위한 폭발물이라는 의미도 담았다.
미세소관 표적 치료제는 TNT에 자발적으로 탑재된다. 약물 입장에서는 세포 내 미세소관에 결합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항암제마다 적합한 전달체를 찾아야 했던 기존의 어려움을 해소해준다. 즉, TNT는 미세소관을 표적으로 하는 모든 약물을 탑재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만능 전달체’인 셈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먼저 튜불린 단백질에 블록 혼성 중합체인 'PEG-PLL(pegylated poly-L-lysine)'을 섞어 기본적인 TNT 구조를 만들었다. 여기서 튜불린은 빌딩 블록, PEG-PLL은 이들을 붙여주는 접착제다. 그 다음, 도세탁셀(docetaxel), 라우리말라이드(laulimalide), 그리고 모노메틸아우리스타틴 E(monomethyl auristatin E) 3종의 약물이 TNT에 탑재됨을 보였다. 이 약물들은 실제 유방암, 두경부암, 위암, 방광암 등의 화학요법에 활용되고 있는 항암제들이다.
연구팀은 또 탑재되는 약물 종류와 개수에 따라 TNT 구조가 변할 뿐 아니라 약물 전달체로서의 물리·화학적 특성도 달라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TNT가 탑재하려는 약물에 맞춰 자발적으로 형태를 변형하는 '적응형 전달체'임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특히 항암제가 탑재된 TNT가 엔도좀-리소좀 경로(endo-lysosomal pathway)로 암세포에 들어가 뛰어난 항암 및 혈관 형성 억제 효과를 보인다는 점을 세포 및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적응형 만능 약물 전달체'를 성공적으로 구현한 배경에는 연구진이 보유한 튜불린 분자 제어 기술력 때문이다. 연구진은 튜불린 단백질을 일종의 레고 블록으로 보았다. 블록의 형태를 변형하고 쌓아 올리는 방식을 제어, 튜브 형태의 구조체를 조립하는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포항 방사광 가속기의 소각 X-선 산란 장치를 이용해 TNT 구조를 나노미터(nm, 10억 분의 1미터) 이하의 정확도로 분석했다.
관련기사
- KAIST, 코로나19 해외유입 확진자 수 예측 기술 개발2020.08.19
- 커먼컴퓨터, KAIST 창업원에 AI 플랫폼 제공2020.08.14
- 삼성전자, 이르면 27일 사장단 인사…반도체 대대적 쇄신 가능성2024.11.26
- [이유IT슈] 중국發 스마트폰 시장 지각변동 본격화2024.11.26
공동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는 지금까지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약물 전달체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구팀은 "TNT는 현재까지 개발된, 또 향후 개발예정인 미세소관 표적 치료제까지 운송할 수 있는 범용적인 전달체"라며 "다양한 항암제들의 시너지 효과(synergy effect)를 기대할 수 있는 `플랫폼 전달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중견연구, 리더연구, 방사선기술,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한국원자력연구원, KUSTAR-KAIST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