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악몽 다시 없다"…기업들 선제 비상방역

정부 거리두기에 신속 대응…재택근무 확대·출장 제한

디지털경제입력 :2020/08/21 17:11    수정: 2020/08/21 17:37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팔라지면서 주요 기업들이 방역에 고삐를 죄고 있다. 특히 상반기 코로나19 악몽이 재현되지 않도록 수도권을 중심으로 방역을 강화, 경영 차질을 빚지 않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의 수도권 사업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도 점차 격상되면서 각 사별로 재택근무 확대, 출장·회의 제한 운영 등 내부 대응 수위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사진=픽사베이)

■ 반·디 사업장서도 확진자..."생산라인 폐쇄 가능성은 적어"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제조 사업장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삼성전자에서는 화성 반도체 사업장 협력사 직원 1명(14일)과 용인 기흥캠퍼스 LED기술동 연구원 1명(21일)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에서는 사무직 직원 1명(20일)이, LG디스플레이 파주사업장에서도 직원 1명(15일)이 확진됐다.

다만 공통적으로 생산라인 가동에는 문제가 없었다. 모두 공장 내에서 발생한 사례가 아니었다. 애초에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은 감염자가 발생할 확률이 지극히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클린룸 출입 시부터 소독을 거치고 방진복을 착용해야 하고, 내부에는 라인 외부보다 기압이 높은 양압을 유지해 공기가 밖으로 나간다. 바이러스가 라인 내부에 유입되거나 재순환할 가능성이 희박해 전파되기 쉽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러한 점을 감안해 지난 3월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에 대해 확진자가 생기더라도 셧다운 조치 없이 가동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질병관리본부(질본)의 판단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업체에는 확진자 발생 시 대체할 수 있는 인력과 비상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하는 가이드라인이 붙었다. 공장을 잠시 중단하더라도 기업과 경제에 손실이 큰 점도 이 같은 결정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장 내 확진자가 발생하더라도 공장이 문 닫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상황의 심각성에 따라 차이는 있을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부품 업계 관계자는 "부처에서 조사 끝에 공장 라인 내 전파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확진자가 발생할 때마다 질본의 상황 판단이 이뤄지고 업체들은 여기에 따르도록 돼 있어 사안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 웬만한 경우 폐쇄 가능성은 적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현장. (사진=삼성전자)

■ 수도권 중심 재택근무 확대, 회의·출장 제한적 허용

사무, 연구개발(R&D) 등 업무를 담당하는 기업 직원들 가운데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확대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확진자가 근무하는 전체 건물이 일시적으로 폐쇄되거나 밀접접촉자는 검사 결과와 관계없이 2주간 격리되는 등 일부 업무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한 이후 이번 주 초부터 강화된 방역 조치를 내부에 공지하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역 사업장별로 코로나19 검사소를 확대 운영할 방침이다. 화성에 이어 수원사업장에도 출장 검사소를 운영하고 구미·광주 지역도 검토 중이다. 20명 이상 규모의 회의를 금지하고, 회의 시 1.5m 이상 거리두기를 필수적으로 지키도록 했다. 국내 출장은 꼭 필요한 건에 대해 제한적으로 허용한다.

SK그룹은 계열사 특성에 맞춰 방역 조치를 강화했다. SK하이닉스는 올 초를 시작으로 유연근무제를 더욱 장려하고 있다. 방화벽을 이용해 같은 층이라도 공간을 분할하는 방식으로 방역을 강화했다.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은 오는 23일까지, SK E&S는 28일까지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SK가스는 3주 동안 일 단위로 30%씩 교대하며 재택근무한다.

LG그룹은 모든 사업장 내 외부 방문객 보안 게이트 출입을 제한하고 출장을 자제하도록 했다. 10인 이상 규모의 회의도 제한된다. LG전자는 임신·자녀 돌봄·기저질환 등 직원에 2주간 재택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까지는 해외 출장 복귀 직원만 재택근무를 할 수 있었지만 확대된 것이다.

SK C&C 의무실 간호사가 성남시 분당 본사 사옥(SK u-타워)에서 열감지 카메라를 통해 구성원과 방문객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오는 28일까지 각 조직의 인원을 절반으로 나눠 돌아가면서 재택근무 진행한다. 대상은 서울·경기·인천·부산 지역 근무자다. LG화학은 수도권 사업장에서 30일까지 '순환 재택근무제' 시행한다. LG디스플레이는 재택근무 비율을 필수직군 20%, 그 외 직군 50%로 확대한다. LG CNS도 필수 근무 인력 외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권장했다.

한화그룹은 주요 계열사들은 시차출근제, 순환 재택근무를 지속하는 가운데 임신부에는 재택근무를 권장하고 있다. 단체 행사·집합교육 취소와 더불어 회식 등 불필요한 모임과 국내·외 출장 등을 금지했다. 아울러 전 직원들의 체온을 매일 점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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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은 그룹 차원에서 전 계열사에 한 달 기준 50% 이상 재택근무를 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1차로 28일까지 시행하고 정부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조정할 방침이다. 출근·점심시간대 엘리베이터 사용 시간과 구내식당 사용 시간도 나눠서 운영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최근의 확산세가 이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일 때보다 더욱 큰 위기일 수 있다는 판단에 철저한 지침 준수를 재차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