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이어 체코·폴란드까지…'팀코리아' 원전 수주戰 개막

"인증받은 기술력으로 승부"…정부도 적극 지원 나서

디지털경제입력 :2020/08/21 11:36    수정: 2020/08/22 09:27

한국수력원자력 등 국내 원전업계가 높은 기술력을 등에 업고 해외 원전사업 수주 총력전에 나섰다. 수출 1호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사업을 성공적으로 수주한 데 이어, 체코와 폴란드 등 굵직한 신흥 시장에 진입해 원전 수출국으로서의 존재감과 입지를 다질 계획이다.

국내에선 안전한 원전 생태계 운영에 힘쓰고, 해외에선 신규 원전 수주에 전략적으로 접근해 우호적인 수주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게 정부와 업계의 목표다. 장기적으론 대형원전 사업 위주의 수출전략에서 원전 운영·정비, 해체 등 후행주기를 포함한 전(全)주기를 공략한다.

21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이 회사는 한국전력기술·한전연료·두산중공업·대우건설 등과 원전 입찰전담조직인 '팀코리아(Team Korea)'를 구성해 체코 두코바니 원전사업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 수주가 성사되면 한국전력공사가 지난 2009년 수주한 UAE 바라카원전에 이어 또 해외에서 대규모 상업원전 사업을 이어가게 된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진=한국수력원자력

누구보다 발빠르게…팀코리아, 원전 영토 확장 나섰다

체코는 중부지역 두코바니에 1천∼1천200메가와트(MW)급 원전 1기 건설을 추진 중이다. 사업비는 8조원 규모 이상으로 추산된다. 입찰 시기는 연말로 예정됐다. 우리나라 외에도 중국·프랑스·일본·러시아 등이 수주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한수원은 발빠르게 전담조직을 통해 입찰서 작성과 질의 대응 등의 업무에 나섰다. 한수원 관계자는 "체코 정부가 입찰안내서를 발급하면, 6개월간 입찰서 작성과 제출 과정을 거친 후 공급사에 대한 평가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입찰 예정 노형인 'APR1000'의 기술적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입증받기 위해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도 추진한다. 업계는 신형경수로의 경쟁력이 앞으로 다가올 수주전에서 진가를 발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업계는 1992년부터 2천300억원을 투입해 '한국 신형원전'으로도 불리는 APR1400을 개발했다. 이는 주력 모델이었던 'OPR1000'을 개량·개발한 원전이다. 'APR'은 '개선된 원전(Advanced Power Reactor)'이라는 영문의 첫 글자에서 각각 따왔고, '1400'은 발전 용량이 1천400메가와트(MW)급이라는 뜻이다. 국내에서도 신고리 3~6호기와 신한울 1~4호기에 적용된 기술이다.

신고리 5호기 원자로

한국형 원전, '수출 강국' 도약 돕는다

APR1400은 지난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최종 설계인증도 따냈다. 이제 이 원전을 미국 내에서 건설하고 운영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지만, 미국 외 노형이 설계인증을 받은 것은 APR1400이 최초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재 NRC 설계인증을 취득한 노형은 'AP1000', 'ESBWR' 등 미국 노형 뿐으로, 이마저도 ESBWR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과 구조가 동일해 발주 가능성이 막혔다. 원전 강국인 중국, 일본, 프랑스도 NRC 설계 인증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아직 심사의 벽을 넘지 못했다.

즉, APR1400 설계인증을 시작으로 공인받은 국내 원전 기술력이 향후 수출 경쟁력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NRC가 타국이 개발한 원전에 설계 인증을 내준 것은 한국의 APR 1400이 처음"이라며 "이는 다시 말해 미국을 시작으로 원전 수출길이 본격적으로 열리게 됐고, 원전 수출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앞서 수출에 성공한 바라카원전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점도 수주전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한전에 따르면 바라카 원전 1호기는 지난 19일 현지 송전망으로 계통연결에 성공해 전기를 처음으로 송전했다. UAE는 이번 계통연결을 통해 역사상 처음으로 원전을 통해 생산한 전기를 사용하게 됐다. 원전 4기가 모두 가동되면 UAE 전체 전력의 25%를 생산할 전망이다. 이들 역시 APR1400 원전이다.

폴란드 국기. 사진=Pixabay

8兆 체코원전 지나면 '22兆' 폴란드원전 수주전

국내에서 신규 원전 건설 추진이 사실상 '올 스톱'된 상황이기 때문에 체코 외에도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는 국가가 많다는 점도 팀코리아에 호재다. 가장 큰 건은 폴란드 사업이다. 폴란드는 2022년 신규 원전 입찰을 진행, 2043년까지 총 6기의 신규 원전을 건설할 계획이다. 투입되는 예산만 약 156억 유로(약 22조원)다. 폴란드도 원전에 APR1400과 같은 가압경수로를 사용한다. 한수원이 또 한 번 유리한 고지에 오른 셈이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국내에선 안전한 원전 운영에 힘쓰고, 해외에서는 전략적 수주활동을 통해 세계적으로 우호적인 원전수주 여건을 조성해나가고 있다"며 "우리 기업들과 함께 세계로 진출해 원전산업 발전에 힘을 보태고, 세계 최고의 원자력발전 기술을 보유한 종합에너지기업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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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수주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특히 자원산업을 총괄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원전사업 당국 관계자들과 만나 국내 원전업계의 기술력을 홍보하고 나섰다. 앞서 정승일 차관은 지난해 12월 폴란드를 방문해 국내 원전기업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성윤모 장관도 지난 19일과 20일 이틀에 걸쳐 체코 산업부 장관과 원전 특사에게 국내 업계의 사업참여 의지를 적극 표명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체코와 우리나라는 원전 설계, 기자재·부품 제작, 시공, 핵연료 분야 등에서 양측이 다수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만큼, 협업기반은 이미 마련됐다고 본다"며 "앞으로 한수원을 중심으로 관련 기업들이 참여하는 팀코리아의 활동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