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은 이젠 삼성'...나답게 달라졌네

밀레니얼 세대 겨냥, 변신 주도...2분기 실적도 견인

홈&모바일입력 :2020/08/20 15:12    수정: 2020/08/20 15:23

삼성 가전이 달라졌다. 외모도 성격도 변했다. 핵심 잠재 고객으로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하면서 과감한 체질 개선에 나선 덕분으로 풀이된다. 

다행히 성적도 나쁘지 않다. 올 2분기 삼성전자 CE(소비자 가전) 부문은 매출 10조1천700억원, 영업이익 7천300억원을 달성했다. 전년동기 영업이익은 7천100억원이었고 직전 분기는 5천400억원이었다. TV 사업이 실적을 견인했지만, 코로나19에도 그랑데AI 건조기, 비스포크 냉장고 등 이른바 취향가전 인기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 이제는 가전을 나답게.…나다운 게 뭔데?

가전제품 구매에 있어 개성과 취향이 중요한 셀링(Selling) 포인트로 부각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이전에는 기능이나 가격 등 유형적 요소를 따졌다면 점점 감성적인 경험이나 개인의 취향 등 무형적 요소도 중요하게 꼽기 시작해서다.

이런 트렌드에 따라 삼성전자는 가전제품을 대상으로 ‘이제는 가전을 나답게’라는 통합 슬로건을 적용했다. 이 슬로건은 각종 매체 광고는 물론 온·오프라인 매장, 제품 카탈로그 등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삼성전자 가전 제품 통합 슬로건 적용 인쇄 광고 사례. (사진=삼성전자)

‘이제는 가전을 나답게’에는 소비자들이 삼성만의 차별화된 기술과 디자인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가전제품의 혁신을 이뤄나가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 삼성 가전, 예뻐졌다?

최근 삼성 가전은 삼성전자 로고가 없어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그만큼 예뻐졌다. 또 남달라졌다. 삼성전자는 ‘이제는 가전을 나답게’를 통해 가전제품 소재나 색상, 마감 등 디자인 쪽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비스포크 냉장고는 화이트·그레이와 같은 기본에 네이비·민트·핑크·코럴·옐로우 등 다채로운 색상이 도입됐다. 비스포크 냉장고는 식기세척기와 전자레인지 등 다양한 삼성 가전 제품군으로 해당 색상이 확대될 만큼 인기를 끌었다.

그랑데 AI 건조기 역시 색상이 강조됐다. 이 제품에는 새로운 색상인 차분한 베이지 계열의 '그레이지’가 도입됐다. 그레이지 색상은 그랑데 AI 건조기 판매량의 30%를 차지하며 전체 판매를 견인하고 있다.

협업을 통해 심미적 가치를 높이기도 한다. ‘마세라티’와 콜라보레이션하는 것으로 유명한 데카스텔리와 제작한 뉴 셰프컬렉션 냉장고 '마레 블루' 패널이 대표적이다. 반응도 좋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마레 블루 패널은 1차 판매 목표를 조기 달성했다. 

(시계 방향으로) 비스포크 냉장고, 그랑데 AI 건조기, 뉴 셰프컬렉션 냉장고 (사진=삼성전자)

한계도 지적된다. 소비자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프로젝트 프리즘 취지와 달리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대개 디자인 요소뿐이라는 점이다. 삼성이 제안하는 맞춤형 가전은 전반적으로 기술보다는 디자인에 무게를 둔다.

■ "삼성이 이것까지 한다고?"...다양해진 라인업

삼성전자는 최근 소비자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제품 카테고리와 가전 라인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달 2일 열리는 가전 온라인 행사 '라이프 언스토퍼블’ 통해 와인·맥주 전용 큐브 냉장고, 신발관리기, 프로젝터 등 다양한 신제품을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특히, ‘와인큐브’, ‘비어큐브’, ‘뷰티큐브’ 등 큐브 형태의 소형 냉장고와 의류청정기 ‘에어드레서’ 기술을 적용한 신발관리기 ‘슈드레서(가칭)’ 출시가 유력시된다. 아울러 지난 7월31일 음식물처리기로 알려진 ‘더 제로’ 상표권을 출원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7월31일 음식물처리기로 알려진 ‘더 제로’ 상표권을 출원했다. (사진=특허청)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부사장)은 지난 11일 삼성 뉴스룸을 통해 “와인·맥주 전용 냉장고, 신발관리기 등 기존에는 미처 깨닫지 못한 '새로운 필요'를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 가전을 지속 시도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 "가전도 ‘사이드 메뉴’가 있었네"

삼성 가전엔 사이드 메뉴도 등장했다. 사이드 메뉴는 주로 메인 메뉴의 아쉬운 점을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한다. ‘청정스테이션’이나 식기세척기 전용 정수필터가 그렇다. 물론 다양한 소비자의 취향을 맞추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도 풀이된다.

올초 삼성전자는 청정스테이션을 출시했다. 청정스테이션은 청소기 먼지통을 비우는 과정에서도 미세먼지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삼성 제트 전용 먼지배출 시스템이다. 기존 삼성 제트 청소기를 구매한 소비자도 청정스테이션만 별도로 구매해 사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 모델이 삼성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서 SLG와 BAF인증을 받은 2020년형 프리미엄 무선 청소기 ‘삼성 제트’와 미세먼지 걱정 없이 먼지통을 간편하게 관리할 수 있는 ‘청정스테이션’ 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사이드 메뉴는 때로 메인 메뉴만큼 존재감이 커지기도 한다. 청정 스테이션 출시 이후 제트 청소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간 대비 3배 성장했다. 지난달 기준 제트와 청정스테이션 동시구매율이 90%에 육박했다.

식기세척기 사이드메뉴도 나왔다. 20일 삼성전자는 식기세척기 전용 정수필터도 출시했다. 이 제품은 급수 호스에 연결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정수필터로, 더 깨끗한 물로 식기를 세척하고자 하는 소비자 니즈에 따라 개발했다는 설명이다.

식기세척기 전용 정수필터 역시 청정스테이션과 비슷하게 삼성 식기세척기와 함께 쓰면 더 좋은 삼성 식기세척기 전용 옵션 상품이다. 2019년도 이후 출시된 삼성 식기세척기 모든 제품에 적용 가능하다.

■ 밀레니얼 세대에 맞춤가전이 온다

삼성 가전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삼성전자 CE 부문 김현석 대표(사장)는 지난해 IFA 현장에서 “밀레니얼 세대 부상이 사업 환경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며 “지금까지 기술에 초점을 맞춘 제품을 제조사 입장에서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해 왔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밀레니얼 세대가 새로운 소비 계층으로 등장한 것은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니다. 삼성전자 CE 부문에서도 이미 밀레니얼 세대는 큰손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에 따르면 CE 부문에서의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의존도는 72%다.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삼성의 태도는 광고를 통해 드러난다. 생활가전 광고의 경우 주로 4인 가족으로 구성된 모델이 등장한다. 반면 삼성전자 가전 광고는 20~30대 1인 가구로 추정되는 개성 강한 모델이 주인공이다. 

삼성전자 신혼가전 광고 갈무리 (사진=삼성전자 공식 유튜브 채널)

“고민은 우리가 할게요, 당신은 예쁘게만 사세요” 삼성전자 신혼가전 광고 메시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신혼가전 캠페인을 본격화했다. 덕분에 삼성전자의 올 상반기 혼수가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65%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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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밀레니얼 전략은 삼성전자의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을 준다. 

삼성전자는 좀 더 젊은 이미지로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게 된다. 밀레니얼 세대 이미지와의 결합을 통해 신선한 브랜드라는 인식과 태도를 형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