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뉴딜 자금, 어떻게 쓸 것인가

[특별기획] 4차산업혁명 이제 시작이다②

방송/통신입력 :2020/08/19 10:47    수정: 2020/08/19 13:57

정부가 코로나19에 따른 위기극복 및 글로벌 경제 선도를 위한 ‘한국판 뉴딜’ 정책에 전례 없는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다. 2025년까지 160조원을 투입해 미래 성장을 위한 기반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판 뉴딜의 한 축인 ‘디지털 뉴딜’에는 2025년까지 44조8천억원이 투입된다. 디지털 뉴딜의 핵심이 5G·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기술 경쟁력 강화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전례 없는 대규모 자금이 ICT 업계에 흘러드는 셈이다.

한정된 분야에 막대한 투자가 몰리면서 업계 내부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수조원에 이르는 투자가 일부 기업이 아닌 국민 전체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자금 운용의 투명성과 효율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 조단위 IT 예산, 어디에 쓰이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디지털 뉴딜에 쓰일 44조8천억원의 예산을 각 사업 분야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수행기관에 배분, 집행할 예정이다. 특히 주요한 역할을 맡은 기관은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다.

NIA는 올해 추경을 통해 14개 사업 8천548억원의 예산을 집행한다. 2021년 13개 사업에 1조2천260억원, 2022년 9개 사업에 1조4천858억원의 예산을 집행할 예정이다.

올해 NIA에 배정된 8천548억원의 예산은 ▲5G를 비롯한 인프라(3천365억원) ▲클라우드 디지털 뉴딜(125억원) ▲빅데이터 플랫폼 및 네트워크 구축(385억원) ▲AI 학습용 데이터 인프라 조성(2천925억원) ▲공공데이터 뉴딜(1천160억7천만원) ▲지하공동구 스마트관리(70억5천600만원)▲전 국민 디지털 역량 강화(503억1천700만원) 등으로 배분된다.

정부의 디지털뉴딜 수행계획.

구체적으로 디지털 뉴딜 정책 구현의 고속도로 역할을 하는 5G 인프라 투자는 정부 업무망 고도화(100억원) 및 공공 선도적용 사업(400억원), 양자암호 인프라 구축(150억원), 공공와이파이 품질 고도화(198억원), 무선 인프라 확대(420억원) 등으로 나눠 이뤄진다.

공공부문의 디지털 혁신을 위해 지원하는 ‘공공 클라우드 플래그십 프로젝트’에는 100억원이, 약 18만대의 행정·공공부문 정보시스템을 민간·공공 클라우드센터로 이전하는 사업에는 25억원이 각각 투입된다. 공공·민간의 데이터를 구축·개방해 양질의 데이터 활용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에는 385억원, 지하 공동구 스마트 관리 사업에는 70억5천만원이 지원될 예정이다.

가장 큰 투자는 AI 분야에서 이뤄진다. NIA는 AI 학습용 데이터 인프라 조성에 올해에만 2천925억원을 투입한다. AI 데이터 구축에는 2025년까지 총 2조5천억원이 투자된다. 이 사업은 150종의 AI 학습데이터를 구축·개방해 AI 응용 서비스·제품 개발 활성화를 촉진,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이밖에도 공공데이터 품질 개선 및 구축 가공 등과 국민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사회 안전망 강화 투자를 위한 사업도 올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 실무부처 NIA, 어떤 역할 하나

NIA는 과제별로 공모나 경쟁 입찰 등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 배분된 예산을 집행한다. 예산 지원은 과제 내용에 따라 전액 지원이나 상호 출자 등 방식이 활용된다.

효율적인 투자가 이뤄지기 위해선 공정한 방식을 통해 적절한 사업자의 과제 수주가 전제돼야 한다. 이를 위해 NIA는 최소 8인 이상의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위원단을 활용한다. 

가령 NIA가 입찰이나 공모를 통해 과제에 참여할 사업자를 모집하면, 외부 평가단은 내부 기준에 따라 정량·정석적 평가를 진행한다. 평가단의 평가가 종료된 이후 최고 점수와 최소 점수를 제외한 점수의 평균을 통해 최적의 사업자를 도출하고, 내부 검증 절차를 한 번 더 거친 후 최종적으로 과제를 맡기는 방식이다.

NIA 관계자는 “과제마다 속성이 다르기 때문에 내부에서 보유하고 있는 전문가 풀을 임의 선택해 평가단을 꾸린다”며 “일반적인 조달사업은 보통 내·외부 전문가를 혼재해 평가단을 꾸리지만, 이번 디지털 뉴딜 관련 과제는 공정성이 특히 중요하기 때문에 평가단 전원을 외부 전문가로 선정한다”고 말했다.

(사진=픽사베이)

진행한 과제의 결과를 점검하는 평가에도 신중을 기한다. 규모가 작은 과제의 경우 NIA가 직접 평가에 나서고, 수천억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의 과제인 경우 외부에 컨설팅을 맡기거나 공인된 기관의 검증을 거친다. 외부 검증에 나서는 경우 내부 조직을 활용한 실체조사가 병행된다.

과제 평가는 조달청이나 공인기관의 기준을 준용해 이뤄진다. 평가에서도 효율성과 공공성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다. NIA 관계자는 “공공성을 의심받지 않기 위해 모든 기준을 공개하고 과제에 대한 평가할 계획”이라며 “통상적인 과제는 조달청의 기준을 내부 기준으로 설정하고, R&D 분야는 KSA의 평가 기준 준용해 편파성을 최대한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 위기를 기회로…실효성 있는 예산 집행 담보돼야

ICT 업계와 관련 학계에서는 막대한 예산이 쓰이는 디지털 뉴딜 정책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제조업 중심의 시대에서 지식정보 중심의 시대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앞서 정부 주도의 대규모 투자가 기술적·산업적 측면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수조원에 이르는 예산이 실효성 있는 결과로 이어가기 위한 실행 방안을 추가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수행기관 입장에서 기존에 경험해보지 못한 대규모 예산을 운용하게 된 만큼, 어느 때보다 투명하고 신중한 집행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사업의 목표가 명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과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단순한 수치만 제시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맞춰 세부 계획을 수립해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진 = 이미지투데이

이수영 카이스트 AI 연구소장은 디지털 뉴딜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인 ‘데이터 댐’ 사업을 예로 명확한 목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수영 소장은 “정부가 ‘데이터 댐’ 사업을 통해 단순히 데이터를 모으는 데 집중할 것이 아니라, 어떤 내용의 데이터를 어떻게 모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며 “실제 연구에 필요 없는 데이터만 모은다면, 최종 결과 역시 형편없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전문가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이 소장은 “데이터 수집을 통한 AI 기술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말 연구에 필요한 양질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이 전제돼야 한다”며 “실제로 데이터를 활용해 연구를 진행할 전문가를 평가자문단에 포함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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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과제를 수행할 사업자를 선정하는 역할을 맡는 평가자문단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나라의 경우 평가자문단 구성을 국내 전문가로 한정하는 경향이 있는데, AI·빅데이터와 같은 신생 분야의 국내 전문가는 소수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고민의 시작이다. 소수의 전문가 사이에서 이해관계자를 배제하다 보면, 결국 전문성보다는 공공성에 초점을 맞춘 평가단이 꾸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외국의 전문가를 평가자문단에 포함시키는 방안이 제시된다. 장병탁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글로벌 전문가를 포함하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해외 전문가를 포함하기 위한 세부적인 방안은 추가로 논의해야 하지만, 부족한 부분이 매울 세부 실행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