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광고통이 헤어샵 대표로…"전국민 헤어 담당 되겠다"

원종석 하시스 대표 "일년에 두 배 성장 카카오헤어샵...잘될 수밖에 없어"

인터넷입력 :2020/08/16 12:50    수정: 2020/08/18 09:59

전화로 음식을 주문하거나 식당을 예약하는 게 당연한 시대가 있었다. 미용실 예약도 마찬가지다. 시술 가능한 시간을 전화해 물어보거나, 시간이 날 때 동네 단골 미용실에 가 무작정 기다리곤 했다.

지금은 변했다. 전화 보다는 카카오톡으로 소통하고, 음식 주문은 배달앱을 사용한다. 미용실 예약은 어떨까? '카카오헤어샵'이 온라인 예약 시장에 발을 내디디면서 이 시장도 점차 바뀌고 있다. 

카카오헤어샵을 운영하는 하시스는 미용실과 네일샵 관리 솔루션을 각각 헤어짱·뷰티짱 이름으로 서비스하는 회사다. 카카오는 O2O(Online to Offline) 영역에서 입지를 확대하고자 지난 2015년 하시스를 인수하고 2016년 7월부터 미용실 예약 서비스를 본격 시작했다.

당시 카카오 측은 앱이나 웹을 통해 서비스를 예약하는 소비자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용실 가격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고, 사용자 선택권을 높여 스스로 받고 싶은 미용 서비스와 디자이너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일 년에 두 배씩 성장하는 카카오헤어샵이 최근 출시 4주년을 맞아 제2 도약을 선언하고 원종석 신임 대표를 선임했다. 원 대표는 2006년 다음에 광고 팀장으로 입사해 2018년까지 카카오에서 광고를 담당하는 임원이었다.

그런 그가 2018년 하시스 부사장으로 취임했고, 2년 후에는 대표가 됐다. 

예약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카카오헤어샵이 어떤 전략을 갖고 시장을 선도해 나갈지 궁금해졌다. 원종석 신임 대표를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하시스 사무실에서 만나 들어봤다.

원종석 하시스 대표 (사진=지디넷코리아)

■ 입점 매장 수 6천개…매년 약 30% 증가

보통 대형 프렌차이즈 매장은 크고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하지만, 1인 미용실은 임대료 부담으로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자리 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눈에 띄지도 않는데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는 여간 쉽지 않다. 그런데 새로 시작하는 매장이라도 카카오헤어샵과 함께라면 문제없다고 한다. 차근차근 좋은 리뷰를 쌓다 보면 입지가 좋지 않아도 입소문을 타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카카오헤어샵에 입점해 있는 매장 수는 6천개 이상이다. 매년 20~30% 성장하는 수치다.

원종석 대표는 대형 프렌차이즈 매장들이 카카오헤어샵을 잘 이용해 매장을 확장하고 있는 모습도 인상 깊지만, 1인 샵들이 약진하는 걸 봤을 때 서비스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좋은 서비스로 새로운 고객과 단골을 확보하는 과정을 보고 성공 사례가 늘어나는 것을 봤을 때 보람을 느껴요. 일선에서 고생하는 디자이너들에게 명예를 드리고자 베스트 디자이너를 선정하고 있죠. 여기에 선정되면 고객에게 제공할 쿠폰도 만들어 드려요. 바이럴이 또 한 번 일어날 수 있어요."

카카오헤어샵의 비전 중에 하나는 시장의 가치를 지킨다는 것이다. 무조건 시술 가격을 싸게 하면 잘 될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주지 않는다. 품질 높은 시술과 고객 관리가 '성공의 키'라는 인식을 주는 것이 목적이다. 그래야 시장을 선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시술 가격 경쟁으로 시장을 해치고 싶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시장의 가치를 지켜주면서 함께 커가고 싶어요. 때문에 교육도 굉장히 공들여서 합니다. 내부에서 미용실 프랜차이즈를 운영해본 경험이 있는 직원이 정기 교육을 진행하고, 직원들이 방문교육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원 대표는 카카오헤어샵이 성장할 수 있는 비결을 ‘시장환경’이라고 답했다. 대표의 입에서 이토록 겸손한 대답이 나오다니. 좀 더 자세히 물었더니 ‘신뢰’라는 대답이 나왔다. 모바일로 주문하고 예약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에 시장의 흐름에 따라 미용실 예약도 모바일이 당연시됐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믿고 찾아갈 수 있는 앱이 되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광고로 만들어진 가짜 후기가 아닌 돈내산(내가 돈내고 내가 산)이라고 할 수 있는 적나라한 후기는 다른 사용자에게도 믿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나 점주 입장에서는 '노쇼'(예약을 했지만 취소 연락 없이 예약 장소에 나타나지 않는 손님)가 적은 것도 카카오헤어샵 이용을 선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현재 카카오헤어샵의 노쇼 비율은 0.76%이다. 

“카카오헤어샵을 처음 만들었을 때만 해도 미용실 운영에 있어서 노쇼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그런데 노쇼를 1% 미만으로 줄이니 점주들도 환영했어요. 미용실 업계에서는 저희 플랫폼으로 성공한 사례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직률이 높다고 할까요? 다른 미용실에 이직하거나 새로운 미용실을 차린다고 해도 이 앱을 꼭 써보겠다는 관리자들이 많아졌어요. 소형 1인샵이 늘어나는 것이 카카오헤어샵 입장에서는 좋은 시그널이죠.”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한 매장에서 정성스럽게 쌓은 리뷰가 다른 매장으로 이직할 때 사라지는 것이 마음 아픈 일일 수 있다. 때문에 카카오헤어샵은 리뷰를 가져갈 수 있는 서비스도 준비했다. 미용실 점주와 디자이너와의 합의가 있으면, 리뷰를 옮길 수도 있게 말이다.

"소형샵도 늘어나지만, 공유주방처럼 공유미용실도 점차 확대되면서 디자이너에게 리뷰가 중요해졌습니다. 공유미용실을 이용하는 디자이너들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디자이너앱을 따로 준비했어요. 개별 디자이너들도 카카오헤어샵을 이용할 수 있게 말이죠."

카카오헤어샵

■ "전국민 사용하는 서비스 만들고 싶어"

카카오헤어샵은 미용실 예약뿐만 아니라 최신 유행하는 헤어스타일과 인기 있는 디자이너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서비스로 발전했다. 인스타그램에서 굳이 스타일 검색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인기 있는 헤어 스타일과 디자이너를 노출시켜줘 원하는 스타일을 보고 예약까지 한 번에 할 수 있게 했다.

원 대표는 본사인 카카오톡만큼은 아니더라도 전국민이 사용하는 서비스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가입자 450만명은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본사 만큼은 아니더라도 유명한 회사를 만들자고 한 것이 제가 하시스 대표로 취임하던 날 직원들에게 한 말입니다. 국내 미용실이 10만개 정도인데, 영세하신 분들이 많아요. 저희는 할인 경쟁을 시켜 이 시장을 키울 생각은 전혀 없어요. 고객들이 가치 있는 서비스를 누리면서 시장까지 확대하는 것이 저희의 바람입니다.”

카카오헤어샵은 ‘더 칠’이라는 네일 브랜드를 만들고 커머스 시장에도 도전하고 있다. 유명 네일 아트 디자이너들과 네일 스티커를 만들면서다. 석 달 정도 예약이 꽉 찬 네일 아티스트들과 협업해 그들에게 시술을 받고 싶어도 못 받는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방식이다. 전국에 유명한 네일 아티스트들을 선별해 일일이 찾아가 설득하는 작업도 있었다.

“디자인 비용과 판매에 대한 로열티를 제공하면서 네일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유명 모델은 쓰지 않지만, 성장하고 있죠. 커머스를 해보고 싶지만, 단순히 상품을 중계하는 것이 아닌, 플랫폼 사업자의 커머스를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셀프 헤어 케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맞품형 제품을 추천해주는 것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카카오헤어샵은 ㅋㅎㅁ(카카오헤어샵몰, 크흐몰)을 출시하고 커머스 시장에도 진출했다. 카카오헤어샵에서 상품을 직접적으로 노출하는 것보다는, 카카오톡 쇼핑하기에서 시장에서 정평이 난 상품들을 판매하면서 반응 등 사용자 데이터를 보려는 계획이다.

“크흐몰에 다양한 제품군을 투입시키면서 사용자 데이터와 접목시킬 예정입니다. 지금은 100원딜 등 한정판매를 하지만, 점차 판매를 확대할 거에요. 크흐몰이 카카오헤어샵의 커머스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카카오헤어샵의 미래는 어떨까. 헤어 예약 앱 특성상 한 사람의 데이터가 쉽게 쌓이지 않는 다는 것은 회사 측이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데이터가 쌓이는 양이 고도화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동안 카카오헤어샵의 역할이 최신 유행을 보여주고 디자이너를 소개해 주는 것이라면, 앞으로는 사용자가 누구인지 알고 알맞은 스타일을 추천해주는 방식으로 변해야 할 것입니다. 기술에 대한 부분이 점점 중요해져서 개발자를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있어요. 기술이 고도화 되면 사용자들이 더 찾을 것이고, 회사도 더 커질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 카카오 광고통에서 하시스 대표로..."두 배씩 성장하는 서비스 경험해보고파"

원 대표가 카카오에서 하시스로 전학(?)을 온 것은 지난 2018년이다. 당시 원 대표는 카카오에서 MC비즈팀 팀장(상무)를 맡고 있었는데, 하시스 창업자이자 전 대표의 권유로 하시스에 합류하게 됐다고 한다. 

“처음엔 하시스로 가는 게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갑작스러웠죠. 그런데 서비스 성장률과 실적을 보니 한 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카카오의 광고도 성장률이 높긴 하지만, 해가 바뀔때마다 두 배씩 성장하는 서비스와 함께하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궁금해졌어요. 큰 조직과 큰 사업을 중심으로 일해왔는데, 또 한 번의 도전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죠.”

원 대표는 2000년에 IT벤처회사에서 회사생활을 시작했다. 월급이 안 나와 이직을 했고, 드림위즈에서 다음, 그리고 카카오에서 쭉 광고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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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하반기 최소 5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실적이 매달 상승하고 있죠. 전 직원들이 한 달에 한 번 이와 관련 모여 커뮤니케이션을 합니다. 직원들이 적어도 헤어에 대해서 잘 아는 전문가가 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요. 때문에 ‘머리하는 날’을 만들고, 분기에 10만원 정도 헤어샵을 이용할 수 있는 쿠폰도 증정하는 등 헤어 관련 복지에도 신경을 씁니다.”

원 대표는 실력 있는 직원들과 서비스 품질 좋은 회사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시장까지 확대하는 동시, 뷰티에 호의적인 시장도 만들고 싶다는 꿈. 카카오헤어샵의 제2 도약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