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8 플랫폼 개발한 푸드테크 1세대...글로벌 액설러레이터가 꿈"

[방은주 기자의 IT초대석]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KFC에 키오스크 수천대 공급도

인터뷰입력 :2020/08/13 09:47    수정: 2020/08/13 09:48

"우리 플랫폼을 통해 거래되는 금액이 연간 1조3000억원입니다. 푸드테크 플랫폼 강자를 넘어 글로벌 액설러레이터가 돼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게 꿈입니다."

지난 7월 창립 17주년을 맞은 씨엔티테크(CNT Tech) 전화성 대표의 포부다. 전 대표는 피자나 치킨을 주문할 때 사용하는 1588 대표 전화 플랫폼을 만든 주인공이다. 푸드테크 플랫폼 1세대로 2003년 7월 씨엔티테크를 설립했다. 

씨엔티테크는 피자를 비롯해 치킨, 햄버거, 본죽 등 약 100개나 되는 외식 브랜드를 다룬다. 관련 매장 수도 전국에 4만개나 된다. 연간 거래액은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전 대표는 "피자를 좋아하고 SW코딩에 자신이 있어 피자 중개 서비스를 아이템으로 씨엔티테크를 설립했다"면서 "스타트업이 성공하려면 자기가 잘 하는 것, 혹은 나만의 확실한 경험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씨엔티테크는 현재 세 가지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전통적 캐시카우는 음식중개플랫폼이다. 여기서 나오는 연간 매출이 200억원 정도 된다. 이외에 엑셀러레이팅과 동남아를 대상으로 한 푸드 키오스크 사업을 하고 있다.

엑설러레이팅 사업은 2012년 시작했다. 그동안 100개 넘는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특히 해외서 알아주는 액설러레이터로 자리잡았다.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 씨엔티테크는 그가 두번째로 창업한 회시다.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키오스크 사업도 점차 성과를 내고 있다. 할아버지 치킨으로 유명한 KFC의 동남아 매장에 수천대를 공급했다. KFC 동남아 매장에 키오스크를 설치할 수 있는 권한을 얻은 건 씨엔티테크가 아시아 기업 중 유일하다. 올 1월에는 KFC의 글로벌 공급권도 따냈다. 이 역시 아시아 기업 중 처음이다. 글로벌 엑설러레이터로 성장해 국가 경제에 기여하고 싶다는 전화성 대표를 만나봤다.

-회사 이름 씨엔티테크(CNT TECH)는 무슨 뜻인가

"Creating New Transaction Technology의 약어다. 내 전공이 전산이다. 매우 전산학적인 이름이다(웃음). 새로운 거래를 창조한다는 의미에서 지었다. 한국보다 해외에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창업 동기가 궁금하다

"씨엔티테크는 두번째로 창업한 회사다. 첫번째 회사는 2000년에 설립했다. 아이템이 음성인식이였다. 군대를 가야해 창업 3년만인 2003년에 엑싯(Exit)을 하고 나왔다. 군대 가기전 1년 정도 시간이 남아 2003년 7월에 씨엔티테크를 세웠다. 대학교때 첫 알바가 피자집이였고 피자를 좋아하게 됐다. 코딩 알바 할때도 수시로 피자를 시켜먹었다. 그런데 피자 주문이 불편했다. 원 넘버나 대표 번호로 피자를 시켜 먹으면 편할 것 같아 1588 피자 중개 플랫폼을 만들었다."

-1588로 거래하는 브랜드와 음식은 몇 종류나 되나

"음식 종류로 보면 치킨, 피자, 족발, 햄버거, 보쌈, 본죽 등 6개다. 피자는 거의 모든 종류 피자가 다 해당 된다. 치킨도 마찬가지다. 거래하는 브랜드는 100개 정도, 매장 수는 전국에 4만개 정도 된다."

-씨엔티테크는 음식중개플랫폼 국내 1호다. 학창 시절에도 1호를 많이 기록했다고 들었다

"동국대(96학번)에서 컴퓨터를 전공했다. 전국 종합대학 학생 중 처음으로 3년(6학기)만에 졸업했다. 당시 조기 졸업 제도가 처음 생겼다. 이 기록이 지금도 깨지지 않았다고 들었다. 122학점을 5학기만에 끝마쳤다. 평균 평점이 4.2였다."

-석사로 KAIST에 갈때도 1호 기록을 세웠다던데

"4년제 종합대학 졸업생 중 5학기만에 KAIST 석사에 붙은 게 내가 처음이다. 이 기록 역시 지금도 깨지지 않았다고 들었다.  이 기록 때문인지 당시 KAIST의 좋은 연구실에 들어갔다."

전화성 대표(오른쪽 두번째)가 직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KAIST 석사 창업 1호인가?

"정확히는 국비장학금을 받은 KAIST 석사 학생 중 창업 1호다. 원래 국비장학생은 창업을 할 수 없는데, 당시 잠깐 제도가 열렸다. 내 이름이 전화성이다보니 지도교수가 전화 관련 사업을 해보라 했다. 그래서 전화망 음성 인식을 테마로 첫 창업을 했다."

-첫번째 창업 회사 실적은 어땠나

"나쁘지 않았다. 병역 특례가 가능한 줄 알았는데 되지 않아 군대를 가기 위해 창업 회사를 나왔다. 큰 액수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보상을 받고 창업자 지분을 내놨다."

-전산 장교로 간 육군에서도 여러 기록을 세웠다던데

"육군본부 전산장교로 근무했다. 중대에서 손으로 쓰던 부대일지를 내가 전산화했다. 15일 걸려 나 혼자 개발했다. 이 일로 군 예산 60억 원을 아꼈다. 3년간 군에 있으면서 8개 프로그램을 혼자 개발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군 간부 들이 쓰는 프로그램도 내가 개발한 거다."

-대기업인 KT랑 붙어 이긴 기록이 있다

"2008년 무렵 KT가 음식중개 치킨 시장에 진출, 경쟁하게 됐다. 결국 우리가 이겼다. 어느 시장에 진출하려면 먼저 그 시장을 알아야 한다. 나는 치킨 시장에 진출할 때 치킨을 알기 위해 아예 치킨 집을 차려 6개월간 운영했다. 내가 직접 닭을 튀기고 배달을 했다. 이런 경험을 기반으로 치킨 중개 플랫폼을 만들었다. 이런 경험이 있으니 KT가 나를 이기지 못했다. "

-잘나가던 푸드 중개 외에 액설러레이터까지 하게 된 이유는

"KT를 물리치고 나니 음식중개플랫폼 시장에 경쟁자가 없었다. 이 시장을 우리가 거의 다 장악했다. 그때 내 나이가 24살이였다. 치열히 일할때는 몰랐는데 정상에 서고 보니 갑자기 공허함이 찾아왔다. 이때 발견한 게 스타트업 투자다. 스타트업 투자가 흥미로웠고 적성에 맞았다. 2012년부터 엑설러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공허함이 왔을 당시 엑설러레이터 말고 영화 감독으로도 데뷔,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키오스크 사업도 하고 있는데

"음식중개플랫폼으로 B2B 분야를 장악하고 나니 지속 성장을 위해 새로운 무언가를 해야 했다. 우리 주력인 B2B 외에 B2C로 나가려면 '배달의 민족'과 경쟁해야 했다. 당시 배달의 민족도 우리가 B2C 시장에 진출할까 긴장했다고 하더라(웃음). 고민 끝에 B2C 시장은 진출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면 우리에게 남은 건 두 가지 였다. 하나는 국내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해외로 나가는 것, 또 하나는 스타트업 투자였다. 두 가지를 다 하기로 했다. 시행 착오 끝에 해외 시장 공략은 플랫폼보다 키오스크가 더 낫다는 걸 깨달았다. 키오스크는 단순히 하드웨어가 아니다.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없으면 경쟁력이 없다."

-키오스크 사업 현황은 어떤가

"홍콩, 대만, 베트남, 필리핀 등 5개국에 약 4천대를 공급했다. 모두 KFC의 동남아 매장에 공급했다. 매장당 월 30만원을 받는 사스(SaaS) 방식이다. 씨엔티테크는 KFC의 아시아 국가 매장에 키오스크를 공급하는 아시아 유일 회사다. 2018년 7월 아시아 기업중 처음으로 KFC 아시아 벤더권을 따냈다."

-KFC의 글로벌 벤더권도 획득했다고 들었다

"올 1월에 땄다. 글로벌 벤더권 역시 아시아 기업 중 처음이다. 글로벌 공급권은 아시아를 넘어 미국, 유럽, 호주, 남미 등에 있는 KFC 매장에 키오스크를 공급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코로나19로 해외에 못가고 있지만 서두르지 않겠다. 아시아 시장을 먼저 장악하겠다. 올해 태국 KFC매장에도 우리 키오스크를 처음으로 설치할 예정이다. 키오스크 제작은 주로 대만에서 한다. OEM으로 공급 받는다. 키오스크 매출만 올해 20억원을 생각하고 있다."

-엑설러레이팅 사업 현황은 어떤가

"액설러레이팅은 2012년부터 했다. 올 상반기 20곳에 투자했고, 누적 107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107곳 중 8곳은 엑시트를 했고, 30개 스타트업은 후속(VC) 투자를 받았다. 후속 투자에는 보통 벤처키패털(VC)이 들어온다. 엑설러레이팅의 성공은 후속투자가 들어오는 거다."

전화성 대표가 2018년 열린 푸드테크콘서트에서 발표하고 있다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창업자 기질이 가장 중요하다. 기업가 정신이 투철해야 한다. 얼마만큼의 경험치를 갖고 있는 냐도 중요하다. 경험치를 보면 투자할만 한 회사 인지 알 수 있다. 아무리 힘들어도 참고 견디는 인내심도 중요시한다. 스타트업 면접볼때 일부러 창업자 인내심을 흔드는 질문을 2~3개 하곤 한다."

-창업자에게 꼭 물어보는 질문은

"대표님만의 '언페어드 어드밴티지(unfaired advantage)'가 뭐냐고 묻는다. 언페어드 어드밴티지는 일종의 차별성이다. 왜 대표님만이 이 사업을 해야 하는지, 또 대표님만이 가지고 있는 차별성은 무엇인지를 묻는다. 투자하지 않으려다 '언페어드 어드밴티지'를 보고 투자한 스타트업이 몇 곳 있다."

-상장 계획이 있나

"2022년쯤으로 생각하고 있다. 음식중개플랫폼으로 매출이 연간 200억원은 꾸준히 나온다. 여기에 사스(정액) 모델로 진행하는 키오스크 사업도 점차 좋아지고 있다. 엑설러레이팅 사업도 점점 효자로 변하고 있다. 현재 씨엔티테크 직원은 200명 정도다."

-5년후나 10년후 회사 비전이 궁금하다

"미국에 유명한 액셀러레이터 세 곳이 있다. 테크스타, 500, 와이컴비네이터다. 씨엔티테크도 이 정도 레벨의 액설러레이터가 됐으면 좋겠다. 사실 씨엔티테크는 한국보다 해외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동남아에서 열리는 스타트업 행사에 자주 초청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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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사업 중 가장 어려웠을 때는. 힘들때 위안을 받는 경구는

"첫 창업 회사를 물려주고 나왔을때다. 당시 정말 힘들었다. 힘들때마다 애송하는 성경 구절이 있다. 시편 23편이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로 시작한다. 스티브 잡스 말도 좋아한다. 행간을 잘 읽어야 하는데, 잡스는 시장조사를 하지 말고 직관을 믿으라 했다. 잡스가 말한 직관은 경험을 엄청 쌓은 후 얻어지는 직관이다. 잡스 직관도 그냥 기지 않았다. 30년 하드웨어 사업을 한 후 생긴 거다. 스타트업 투자도 직관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20년 4개월동안 사업을 했다. 이 경험이 있기에 100곳 넘는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었다. 물론 내 투자가 다 성공한 건 아니다. 경험에서 나오는 직관을 믿기 때문에 우리가 하는 투자는 톱다운 방식이 많다. 내 직관으로 괜찮다고 여겨지면 그때부터 실무가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