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때문에"…흔들리는 네이버 보험

보험사 이탈에 車보험 서비스 출시 불투명

금융입력 :2020/08/06 17:17    수정: 2020/08/06 18:11

네이버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보험 사업이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자동차보험 견적 비교검색 서비스 준비 과정에서 불거진 판매 수수료 논란이 보험사와의 자존심 대결 양상으로 치닫으면서다.

사업에 합류하려던 3개 보험사 중 두 곳이 이탈하려는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네이버의 자동차보험 비교 서비스는 출시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DB손해보험과 KB손해보험은 최근 네이버파이낸셜과 진행하던 자동차보험 서비스 제휴 논의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네이버 측에 지급해야 할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다는 판단에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그간 네이버파이낸셜은 자회사 NF보험서비스를 통해 선보일 자동차보험 비교 서비스를 위해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 3개사와 논의를 이어왔다. 그러나 이 가운데 네이버 측이 신규 계약 성사 수수료로 11%를 요구할 것이란 소식에 각 보험사가 장고에 돌입했고, 결국 한 곳씩 등을 돌리면서 이들의 대화는 사실상 중단되고 말았다.

네이버파이낸셜 측은 억울해하는 눈치다. 기술적 협의 단계라 서비스 윤곽도 잡히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수수료나 광고비를 언급했겠냐는 게 이 회사의 주장이다.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자동차보험 시장 진출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으며 수수료 역시 확정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여기까진 협상에 참여했던 손해보험사의 입장과 다르지 않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수수료와 같은 세부 사항은 아직 협의하지 않았다”면서 “카카오가 11%를 중개수수료로 받다보니 네이버도 비슷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 것 같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수수료가 협상 중단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다. 가뜩이나 손해율이 높아 적자에 시달리는 마당에 높은 수수료까지 내주면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보험사는 우려하고 있다. 실제 논란이 된 수수료율 11%는 보험설계사가 상담하는 전화마케팅(TM)의 5~10%보다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각 보험사는 수수료가 들지 않는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을 운영 중이기도 하다.

동시에 보험사는 제휴를 계기로 막강한 플랫폼을 지닌 네이버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점도 고민하는 것으로 감지된다. 지금은 자동차보험으로 출발하지만 추후 네이버가 상품 영역을 넓혀 시장을 잠식하면 보험업계는 협상력을 잃고 끌려 다닐 수밖에 없어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의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제휴가 당장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지나치게 높은 수수료는 결국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협상에 뛰어들었던 각 보험사도 이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보험 상품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중개하는 쪽이 무조건 사업을 주도하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라며 "네이버 측도 지나치게 욕심을 부린 게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번 해프닝이 손해보험협회가 상품 비교 플랫폼 ‘보험다모아’를 네이버에 탑재하려던 2017년을 떠올리게 한다는 시선도 있다. 당시 협회는 네이버 검색에 플랫폼을 연동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무산됐다. 구체적인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 때도 수수료를 놓고 이견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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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파이낸셜 관계자는 "수수료율을 제시하지 않았고, 서비스 일정도 미정이라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면서 "앞으로 보험사와 어떤 방향으로 대화를 풀어나갈지도 결정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기술 제휴를 논의해온 기존 채널을 통해 보험사와의 협상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