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환의 EV세상] 비 맞으며 전기차 충전 언제까지?

폭염특보 발효되면 맨 손으로 충전기 만지기도 어려워

카테크입력 :2020/08/02 09:21

우리나라 실외 전기차 충전소가 장마 등 날씨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가림막 설치에 대한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정부는 단순하게 충전소 수만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반복해서 내놓고 있다.

국내에 설치된 실외 전기차 충전소 대다수는 가림막이 없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실외 충전소 중 97% 이상이 가림막이 없다"는 문제를 지디넷코리아를 통해 지적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전기차 오너들이 우산을 쓰면서 한 손으로 들기 어려운 전기차 충전기를 직접 꽃아야 하고, 아예 비를 맞으면서 충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물이 묻은 손으로 충전기를 사용하면, 감전 우려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환경부는 지난해 6월 국정감사에서 실외 전기차 충전소에 가림막 설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제도 개선을 하겠다”는 짧은 답변을 남겼지만, 1년 2개월이 지난 현재 해당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22일 촬영된 쉐보레 볼트 EV 급속 충전 모습. 충전 장소는 최근에 신설된 압구정 공영주차장 내다. 이 곳은 가림막이 없어 폭염이나 장마 등의 날씨 변화에 잘 대처할 수 없는 단점을 안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해 지디넷코리아를 통해 “가림막 설치 시 건축 허가 과정이 필요하다”며 “순차적으로 5기 이상의 충전기가 설치된 곳에 실 가림막 설치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의 이같은 계획에도 최근에 구축된 충전소들은 가림막 설치 없이 대중을 맞고 있다. 서울 강남구 최대 규모의 실외 충전소로 손꼽히는 압구정 현대백화점 공영주차장 내 환경부 공용 전기차 충전소에는 가림막 없이 총 8대의 DC콤보 전용 충전기가 설치됐다.

해당 장소는 주변 편의시설이 많다는 평가를 받지만, 폭염이나 호우 등의 날씨 변화에 취약하다는 단점을 지적받고 있다. 특히 폭염특보가 내려지면, 충전기가 뜨거워져 손에 화상을 입을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제가 계속되면서 전기차 오너들은 하루 빨리 법이 개정돼 전기차 오너들의 편한 충전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실내에도 급속충전기가 없지만, 사정 상 비가 와도 야외에서 충전해야 하는 전기차 오너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일부 전기차 오너들은 충전구 주변에 물 고임 현상 방지를 위해 우산을 걸어둔다는 사연도 하나 둘 씩 소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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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를 대비한 가림막 설치에 대한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지만, 정부는 이보다 충전소 수 확보에만 전념하고 있다. 

환경부 등 정부 부처가 최근에 내놓은 그린 뉴딜 대책등에 따르면, 단순히 충전소 수 확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오는 2025년까지 전국에 있는 전기차 충전 시설 수를 4만5천기까지 확보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계획이다. 여기에도 가림막 설치 등 충전 편의성에 관한 세부 정책은 찾아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