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노딜' 플랜B 윤곽…채권단·기안기금 투트랙

영구채 출자전환하고, 기안기금 2조원 투입할 듯

금융입력 :2020/07/30 16:37    수정: 2020/07/30 17:38

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 가능성에 대비한 정부와 산업은행의 '플랜B'가 차츰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영구채를 전환해 채권단을 최대주주로 끌어올리고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으로 유동성을 지원하는 방안을 구상하는 것으로 감지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아시아나항공 매각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면서 "무산될 경우에 대비해 채권단도 대안을 준비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어 "인수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을 땐 아시아나항공도 기안기금 지원 대상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차원에서 기안기금을 통한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하려는 제스처를 취하자 정부와 산업은행도 서둘러 대응 시나리오를 구체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아시아나항공을 채권단 관리 체제로 전환한 뒤 2조원의 기안기금을 투입해 체질 개선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해 산업은행은 금호그룹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이끌어내면서 일종의 안전장치를 확보했다. 매각 무산 시 아시아나항공을 금호 측에 돌려주는 게 아니라 채권단이 관리하면서 새 주인을 찾겠다는 게 골자다.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보유 지분을 임의로 처분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고, 8천억원 규모의 영구채도 출자전환하기로 했다.

특히 영구채 출자전환 시 채권단은 36.9%의 지분을 확보하며 금호산업(30.7%)을 제치고 아시아나항공의 최대 주주에 오르게 된다. 이후 대우조선해양과 대우건설, 현대상선의 사례처럼 수년간 고강도 구조조정을 거친 뒤 재매각을 추진할 것이란 분석이다. 장기적으로는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등 자회사의 분할 매각도 점쳐진다.

현재 HDC현대산업개발과 금호산업의 협상 전선엔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는 상태다.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요구를 놓고 양측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어서다.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정상화 대책 수립을 위해 반드시 실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금호산업 측은 이미 충분히 자료를 제공했다며 맞서는 상황이다. 이날도 나란히 입장문을 발표하며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4일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공문을 보내 다음달 중순부터 12주간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를 재실사하자고 요청한 바 있다. 인수 계약 기준이 되는 지난해 반기 재무제표 대비 부채와 차입금, 당기순손실이 크게 늘었고, 매수인 동의 없이 자금 차입과 영구전환사채 발행이 이뤄진 만큼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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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 무산 책임이 자신에게 없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2천500억원의 계약금 반환 소송에 대비하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다만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금호산업 측이 재실사 요구를 묵살한 채 전날 오전 계약해제와 위약금 몰취를 예고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면서 "진정성 있는 재실사 제안이 계약금 반환을 위한 명분 쌓기로 매도됐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