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과 통신사가 작년 말부터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는 추세다. 지난해는 은행과 통신사 간 공동 요금제 개발과 요금 할인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올해는 데이터 활용과 신용평가모형 개발에 나서는 분위기다.
8월 5일 이종산업 간 데이터 결합이 가능한 '데이터3법' 시행을 앞두고 있는 데다, 다양한 비금융데이터로 무장한 빅테크(Big Tech) 들의 금융서비스 진출이 거세지고 있어 이 같은 경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형은행들과 통신사들은 신사업 발굴과 공동 마케팅 등을 위한 논의와 연맹을 진행 중이다. 29일 우리은행은 케이티(KT)와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신사업 발굴 및 마케팅, 양사 간 거래 확대 추진에 관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보다 앞선 6월 24일 신한은행은 SK텔레콤과 비슷한 내용의 업무협약을 맺었다. 작년에는 하나은행이 SK텔링크와 KB국민은행은 아예 독자적으로 가상이동통신망(MVNO) '리브엠(Liiv M)' 사업을 시작했다.
금융업 안팎 관계자들은 은행과 통신사의 제휴는 당연한 흐름이라고 보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 등은 네이버와 카카오가 보유한 비금융데이터를 결합해 다양한 타깃을 대상으로 대출 상품을 구상 중에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은행은 금융데이터만 갖고 있어 대출 타깃 확대나 여신 상품 변별력을 꾀하기 어렵다. 은행들도 비정형데이터 활용을 눈여겨 보곤 있지만, 활용 가능성은 크지 않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과 비금융데이터의 결합과 활용 등은 결국 신용평가모형을 위한 것"이라며 "신용평가모형은 대출과 연계가 되는데 신용평가모형이 애초에 없다가 생긴 빅테크에 비해, 은행은 고객을 대상으로 어떤 면에서 이런 신용등급을 받았고 그래서 대출 금액과 금리가 얼마라는 점을 설명해야 하니 비금융데이터 이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예를 들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데이터와 같은 비금융데이터 등을 통해 신용평가모형을 만들고 이를 통해 대출 금리를 산정했을 때 고객에게 얼마나 소구력을 가질 수 있냐는 것이다.
이미 은행들은 나이스(NICE)신용평가가 제공하는 통신3사 데이터 기반 통신사 신용등급(티스코어)을 활용해 상품을 내놓고 있다. 그렇지만 이 정보는 한정적이다. 통신 신용등급은 불량률과 리스크에 따라 등급이 결정돼 있어 고객 개별 맞춤 서비스 제공에는 이용이 어렵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통신 신용등급 외에도 6개월 내 연체 경험과 소액결제 여부 등 다양한 변수도 판매하고 있는데, 이는 은행에서 부수적 자료로만 활용되고 있다. 이에 은행들은 아예 통신사와 직접적으로 협약을 맺고 신용평가모형을 고도화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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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신한은행 측은 "SK텔레콤이 보유한 비금융데이터를 신한은행 기업대출 신용평가 모형에 결합해 활용할 것"이라며 "통신 신용등급과 별개의 것이며 현재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디지털 컨택트가 대세일 것으로 점쳐져, 클라우드와 같은 인프라 구축을 위해 은행들은 통신사와 손잡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