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명 안되는 SK스토아가 어린이집 만든 이유

윤석암 대표 "직원 행복이 곧 회사 행복"

유통입력 :2020/07/30 11:08    수정: 2020/07/30 13:19

SK스토아는 개국 3년차인 새내기 T커머스 회사라고 할 수 있다. SK브로드밴드 안에서 B쇼핑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지만, 사업을 본격 시작한 것은 2017년 12월이다.

당시 약 70명 직원으로 시작한 이 회사는 공격적인 인력 충원에 나섰다. 한때 홈쇼핑 업계에서는 SK스토아를 '인재 블랙홀'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회사는 팀을 꾸려가면서 인재를 끌어왔다. 출범 당시 내걸었던 '국내 넘버원 커머스 플랫폼'으로 커나가기 위해 계획을 차근차근 실행해왔다.

그 결과 SK스토아는 빠른 시간 내 성장했다. 지난해 1분기, 처음으로 T커머스 경쟁사 중 매출 1위를 기록했다. 또 지난해 흑자 전환에도 성공하며 매출과 영업이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SK스토아의 빠른 성장 비결은 뭘까. 그동안 SK그룹이 외쳐온 '행복 경영'의 결과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명이 채 되지도 않은 회사가 어린이집을 만드는 것도 그 일환이 아닐까. SK스토아를 이끄는 윤석암 대표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SK스토아 윤석암 대표

■ "어린이집 만드니 직원도 회사도 행복"

최근 서울 마포구 사옥에서 만난 윤석암 대표는 이같은 성장이 행복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결과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기자가 '행복 어린이집' 개소 얘기를 꺼내자 자부심 가득 찬 목소리로 "직원 만족도가 정말 높다"며 어린이집을 만들게 된 계기를 풀어놓았다.

SK브로드밴드 미디어부문장이었던 윤 대표는 그동안 어린이들을 위한 콘텐츠 개발에 힘써왔다. Btv 키즈 콘텐츠인 '살아있는 동화' 프로그램도 윤 대표의 작품이다. 그는 당시 회사 사옥 4층에 있었던 어린이집을 유심히 보면서 생각했다. '회사가 커가면서 좋은 인력들을 데리고 와야 할텐데, 업 특성상 '어린이집'이 꼭 필요하겠다'고.

"처음 어린이집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는 신입사원 공채들로 구성된 '주니어 보드' 운영이었어요. 아직 제대로 회사가 구축되기 전이었을 때, 다른 회사 문화나 복지를 조사해보자고 했죠. 한 달 정도 운영했는데, 어린이집에 대한 내용이 인상적이었어요. 직원들도 어린이집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눈이 반짝 거렸고요. '이거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윤 대표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직원들의 고충에 귀를 기울였다고 했다. 특히 홈쇼핑 업계에 여성 직원 비중이 큰데, 어린이집에 대한 요구가 높다는 얘기를 듣고 당장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SK스토아는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해야 하는 의무 이행사업장이 아니다. 여성 근로자 300인 이상이나 근로자 500인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이 해당되는데, 200명도 안 되는 회사가 어린이집을 만든다는 것은 비용 측면에서도 부담일 수 있다.

그러나 윤 대표는 이 모든 것이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말했다. 더 좋은 인재 여러명을 끌어오기 위해 어린이집 운영은 비용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는 어린이집 운영 업체 선정을 위한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자녀가 있는 직원들과 함께 어린이집 디자인과 친환경 마감재 등을 골랐다. 코딩교육이나 미술, 모래놀이 등 창의융합놀이는 물론 유아, 교직원, 부모을 위한 3차원 인성교육까지 SK스토아 어린이집만의 특화 프로그램들을 만들어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노는 것은 물론,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70여평 규모로 지어진 SK스토아 행복 어린이집은 만 1세부터 5세까지 총 35명의 아이들이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다. 초기에는 어린이 2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어린이집을 계획했으나 설문조사 결과, 직원들의 수요가 많아 2배 가까이 원아 수를 늘리고 수용 공간 또한 최대로 늘렸다.

"실제 집이 멀어서 이 회사로 이직을 고민한 직원이 어린이집을 만든다고 하자 이사까지 하며 옮겼어요. 마음놓고 아이를 봐줄 공간이 생기니 업무 몰입도도 향상되지 않을까 생각했죠. 인재 한명 한명이 소중했어요. 코로나19로 개소를 늦출까 고민했지만, 이럴 때일수록 직원들이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이 필요하다고 보고 3월에 개소하게 됐습니다."

SK스토아 윤석암 대표

■ "회사 규모 키우기 위해서 행복 경영 필수"

윤 대표는 인터뷰 내내 '행복 경영'에 대해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직원들이 회사에 머무르는 시간이 긴 만큼, 회사와 동떨어진 행복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다. 어린이집 또한 여성 비율이 높은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서 선제적으로 움직인 결과물이라고 했다.

"워라밸이라는 것은 일을 열심히 하면서 삶의 균형을 맞춰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행복은 어딘가 따로 있지 않잖아요. 회사와 동떨어진 행복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이것입니다."

SK스토아는 회사가 성장하기 전부터 일찍이 사회공헌을 강조하곤 했다. 회사 규모에 비해 쏟는 노력이 크다는 뜻이다. 협력업체가 잘 돼야 회사도 성장하는 만큼 수수료를 저렴하게 하거나 아카데미를 여는 등에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스토리가 있는 기업을 발굴하고, 일반 상품도 홈쇼핑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의 협력도 부지런히 하고 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회사를 키워나가기 위해 SV(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것은 필수예요. 협력업체와 더 많이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서로 상생할 부분이 있는지 논의하고 있습니다. 협력업체의 상품을 많이 판매하지 못하고, 재고가 남으면 회사도 마찬가지로 성장이 힘들어요. 홈쇼핑이 잘 되면 플랫폼도, 협력업체도 다 잘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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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표는 최근에 40여개의 협력업체들을 약 3주간 방문하며 감사 인사를 했다고 한다. 서로 상생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 더 규모를 키워야 겠다는 포부도 생겼다고.

"협력업체 분들의 사업 고충, 협력 방안에 대해 직접 들으니 앞으로의 방향이 명확해졌어요. SK스토아만의 스토리 있는 상품으로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계획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회사가 더 크게 성장해야 합니다. 회사의 성장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앞으로도 행복 경영에 힘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