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풍연 메타빌드 "나는야 시인 CEO...국가 기간망 운영 자부심"

[방은주기자의 IT초대석] 서울문학 통해 등단....공항 등 2000여곳에 미들웨어 공급

인터뷰입력 :2020/07/28 10:25    수정: 2020/07/30 15:11

영원할 것 같았던/푸르른 날들로부터/까마득히 멀어져 온/나는 누구인가요?/갈애(渴愛)로 지은 견고한 집이/무상하기만 한데/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요?/진정 무엇을 찾음인가요?/잃고 얻은 것은 무엇인가요?/지금 이대로 누림 행복인가요?/문득 뒤돌아보니/숱한 흔들림으로 그려낸/빛바랜 수채화가/온통 드리워 채색됨이네요/화려했던 봄 여름 날은/희끗한 머리 수만큼 격정으로 스러져/황혼 빛의 저편으로 지고 있네요

서울문학이 2020년 여름호에 실은 어느 신인 시인의 당선작이다. 제목은 '세월'이다. '갈애' '숱한 흔들림으로 그려낸 빛바랜 수채화' 운운이 예사롭지 않다. 서울문학은 심사평에서 "철학적인 불교적 명제를 시의 틀 속에 무리없이 풀어놓은 솜씨가 대단하다"고 평했다.

시 '세월'을 쓴 사람은 미들웨어 기업 메타빌드의 조풍연 대표다. 소프트웨어(SW)기업 대표가 시인으로 등단한 것이다. 10여년전 김영태 전 LG EDS 대표가 6권의 역사 대하 소설을 낸 적은 있지만, 수많은 SW경영자 중 시인으로 등단한 건 조 대표가 처음이다.

"어릴때부터 시를 좋아했다"는 조 대표는 오는 31일 서울문학이 주최하는 시상식에서 상을 받고 '시인 CEO'로 활동한다. 공학 박사인 그는 대학때 릴케, 워즈워드, TS엘리어트를 즐겨 수강했고, 사회에 나와서도 천상병, 황금찬 시인 등과 교류했다면서 "언어를 갈고 닦는 시인이 돼 더 조심스럽다"며 인터뷰 운을 뗐다.

누군가 그랬다. 시인은 진(眞)과 선(善)과 미(美)가 완벽히 갖춰진 나라를 꿈꾸는 사람이라고. 거의 불가능한 꿈이다. 하여, 시인이란 불가능한 일을 가능케 하는 일에 목숨을 거는 사람이라고 또 누군가 말했다

메타빌드를 설립한 조 대표도 지난 22년간 미들웨어 전문기업을 이끌어 오며 '불가능한 일을 가능토록 하는 일'에 매진해왔다. 그가 홀로 세운 메타빌드는 척박한 SW환경을 헤집고 국내 대표적 미들웨어 기업으로 성장했다. 항공, 국방, 교통, 공공행정 등에 사용하는 미들웨어를 2000여 곳에 공급하며 국가 기간망 운영에 없어서는 안될 SW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조 대표는 "우리는 연결을 잘하는 회사다. 항공, 국방, 교통 등 모든 시스템을 연결한다"면서 "연결이 끊어지면 시스템이 마비된다. 국가 기간망을 운영한다는 자부심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에도 조예가 깊은 그는 다른 사진 작가와 공동으로 여러 차례 사진 전시회도 열었다. SW 및 ICT 관련 협회 및 기업들 모임인 SW·ICT총연합회(총연) 회장도 맡고 있다. 아래는 조 대표와의 일문일답

조풍연 메타빌드 대표가 특허 등 회사가 받은 인증을 배경으로 활짝 웃고 있다.

-메타빌드를 소개해달라

"데이터를 수집하고 연계하고 통합하고 유통시키는 회사다. 스트리밍 데이터든 업무 데이터든 디바이스 센서에서 일어나는 데이터 든 모든 데이터를 다 미들웨어로 수집하고 연계, 통합해 데이터가 물 흐르듯이 흐르게 한다. 4차산업혁명은 연결이다. 우리는 연결을 잘하는 회사다(웃음). 서로 다른 산업을 연결하고 중앙과 지자체를 연결하고 모든 걸 다 연결한다. 설립은 1998년 11월 23일이다."

-메타빌드는 무슨 뜻인가

"지난 22년간 사명을 한번도 안 바꿨다. 메타는 초월을, 빌드는 짓다는 의미다. 메타는 1등, 핵심을 의미하기도 한다. 메타를 빌드하는, 메타를 만드는 회사라는 의미에서 메타빌드라 지었다. 그런데 이름 따라 가나 보다. 지난 22년간 계속해 빌드하고 있다(웃음). 융통성이 없고, 고지식한 면이 있지만 기술 축적은 확실히 돼 있다."

-창업 동기가 궁금하다

"대학 졸업하고 처음 들어간 곳이 작은 소프트웨어(SW) 회사다. 이후 100대 1이 넘는 경쟁을 뚫고 진로그룹에 들어갔다. 당시만해도 전자기업이 드물었고, 진로그룹이 꽤 큰 기업이였다. 진로에서 6년 근무하고 참치로 유명한 동원그룹에 스카우트됐다. 동원에서는 7년 있었다. 충남 서천의 시골(완골)에서 자랐는데, 어릴때부터 사업에 대한 꿈이 있었다. 회사 다닐때 사업 아이디어를 꾸준히 메모했는데 1000건이 넘는다."

-많고 많은 회사 중 B2B SW 회사를 창업했다

"당시 상장 회사를 보니 비즈니스(B2B) 쪽이 제일 많았다. 지금은 기술 기업이 스펙트럼이 넓다. 당시엔 비즈니스, 게임 등 10개 내외에 불과했다. 비즈니스 쪽으로 사업을 하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게 착오였다. 게임을 택했으면 인생이 달라졌을거다(웃음). 당시 서초동에 정보통신부가 운영하는 창업보육센터가 있었다. 여기서 창업을 했다."

-지난 22년간 부침이 많았을 것 같다

"여러번 망할 뻔 했다. 창업후 여러 차례 위기가 왔다. 특히 대기업과 분쟁할때 정말 힘들었다. 처음엔 내 편을 들던 사람도 결국은 다 돌아서더라. 대기업과 분쟁해 살아남은 업체는 우리밖에 없는 것 같다(웃음). 시골서 나고 지방서 공부했지만 순전히 내 의지로 서울에 왔다. 서울로 가 나를 팔자고, 나를 사게하자고 결심을 하고 지리를 잘 모르지만 무작정 서울에 왔다. 아는 데라곤 세운상가 밖에 없었다. 밤새 쓴 이력서를 세운상가 주변 기업 세 곳에 넣었고, 이중 SW기업에서 연락이 와 서울 생활이 시작됐다. 나는 내 길을 내가 개척했다."

-메타빌드 주력 제품은 무엇인가

"데이터를 수집·연계·통합·유통·품질관리해주는 미들웨어이자 플랫폼인 '메심(MESIM)'이다. 국내외 2000여 기관에 공급했다. 공항, 공공행정, 교육, 국방, 금융, 교통, 스마트시티, 의료, 빌딩, 제조, 통신 등 다양한 곳에서 사용한다. 우리 제품이 작동을 멈추면 국가 인프라도 멈춘다(웃음). 우리 제품은 데이터가 원활히 흘러가게 해주는 '데이터 해결사'다. 연계통합 미들웨어에서 세계 1등을 하자는게 우리 목표다."

-데이터 해결사라고?

"예전엔 복잡하게 프로그램을 다 짰다. 하지만 이젠 미들웨어가 다 해결해준다. 서비스지향아키텍처(SOA)나 웹서비스 기반 같은 기술이 적용된다. 데이터를 통합 하려면 여러 기술이 들어가야 하는데, 이들 기술이 쉽지 않다. 다양한 프로토콜을 알아야 하고, 기술 표준도 여러가지다. 어댑터와 모델러, 다양한 분석 도구 등 통합에 필요한 전반적 풀세트를 제공한다. 기술이 다양하고 어려운데 이상하게 돈은 많이 벌지 못한다(웃음). 돈이 되는 건 하이(high) 기술이 아니라 로(low) 기술이라고 하더라. 후발주자들이 따라오기 힘든 면은 있다. 제일 까다로운 사이트가 공항인데 국내 공항은 다 우리 제품을 쓴다. "

시인으로 등단한 조풍연 대표. 그의 작품이 실린 서울문학 2020년 여름호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외국 제품과 비교해 경쟁력은

"처음에 우리 제품을 안 쓰던 고객도 나중에는 결국 우리 제품을 쓴다. 문제가 생겼을 경우 외국제품은 딜러(공급사)들이 건들지를 못한다. 엔진을 모르기 때문이다. 외국 인력은 데려오려면 비용도 비싸다. 이런 로컬성이 국산 제품의 경쟁력이기도 하다. 공항, 교통, 제조 등 국가 기간산업에 다 우리 제품이 들어가 있다."

-교통과 스마트시티에서 성과를 올리고 있는데

"통신을 퍼블릭으로 쓰고 있는데, 우리가 프라이빗으로 제안했다. 국토부가 하는 스마트시티 통합플랫폼(통플)은 20여 지자체에 우리 제품이 들어가 있다. 통플보다 더 중요한게 교통이다. 스마트시티와 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화성에 있는 자율자동차 실증실험도시도 우리 제품을 사용해 실시간으로 관제한다. 마곡 자동차 실증도시와 판교도 우리가 했다."

-의료분야에도 진출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추진하는 10개 빅데이터 플랫폼 중 3개 플랫폼에 사업자로 들어가 있다. 이중 하나가 의료에 관한 거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어르신 요양을 자동으로 관리해주는 사업이다. 공공보다는 금융과 의료가 돈이 된다."

-공공사업시 어려움은 

"아무래도 인증과 낮은 가격이 문제다. 공공기관에 들어가려면 CC라는 보안 인증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인증 받는 기간이 너무 길다. 신기술을 개발해 인증을 신청했는데 1년 뒤에 인증이 나오면 무슨 의미가 있나. 너무 복잡한 것도 문제다. CC인증을 다루는 곳이 접근도 어렵다. 과기정통부 행정 안으로 들어왔으면 한다. 교통 분야는 최저가 외에 적격가 입찰도 있다. 저가 경쟁을 부추기는 것 같아 안타깝다."

-상반기 경영 실적 과 올해 목표는

"상반기에 200억원 정도했다. 올해 목표가 500억원인데, 400억원 미만을 할 것 같다. 그래도 작년대비 10% 이상 성장한 거다. 작년엔 우리만 250억 원 정도를 했다. 관계사까지 합치면 300억원 정도 된다. 매출보다 순익이 중요하다. 앞으로는 내실을 기하려 한다."

-수출도 하나

"연간 10억원 정도 한다. 중국과 동남아가 대상이다. 동남아에 100억원짜리 큰 딜이 있는데 코로나로 못가 안타깝다."

-상장 계획은

"2~3년후를 보고 있다. 아직 주관사는 정하지 않았다. 순익 관리를 더 잘해야 한다. 정부가 디지털 뉴딜을 시행하고 새로운 소프트웨어진흥법이 12월에 시행하는 등 시장 환경은 좋다."

-어떤 회사를 꿈꾸나. 5년후나 10년후 회사 비전은

"우리 회사 창립 이념이 매출 1조원 회사다. 내가 창립할때 생각한게 미국 SAS 같은 회사가 되는 거 였다. SAS는 매년 미국에서 일하기 좋은 회사 톱랭킹에 드는 회사다. 복지가 잘 돼 있다. 신입 사원 연봉 1억원도 내가 창립때부터 갖고 있던 꿈이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인도 네트워크처럼 국내 SW 기업인이 끈끈한 네트워크를 형성, 사회와 이웃에 좋은 영향력을 행사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미국 거부는 다 상용SW기업에서 나왔다. SI가 아니다."

-사진에도 조예가 깊은데

"사연이 있다. 2008년 쯤 류마티스라 불리는 자가면역증에 걸렸다. 이 병에 걸리기 전에는 푸시업을 한번에 300개씩 했는데 하나도 못하게 됐다. 관절이 아파 푸시업을 할 수가 없다. 손목이 아파 커피잔을 못들 정도였다. 3년을 고생하다 어느날 내 병을 내가 고치겠다며 양약을 다 끊었다. 대신 한의원 다니며 침을 맞았고 좋은 음식을 먹었다. 어느날 우연히 미국 테드(TED) 강의를 들었는데, 우리 몸안에 커뮤니티 시스템이 있는데 이 시스템이 끊어지면 자가면역증이 온다면서 요구르트를 많이 먹으라고 했다. 이후 음식을 가려 먹는다. 이렇게 아파하던 중, 모 CEO 과정에서 만난 분이 사진을 찍으로 같이 가자고 해 따라 갔다 사진에 푹 빠졌다. 사진이 처음부터 너무 재미있었다. 처음에는 카메라를 들지도 못했는데, 자꾸 들으니 손목에 힘도 생겼다. 사진을 찍을때는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좋은 사진 찍는 거에만 몰두한다. 2~3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좋은 전경과 좋은 구도를 만나면 횡재한 기분이다. 사진이 너무 재미있다. 7년 정도 찍었고, 공동으로 사진 전시회도 몇번 했다. 사진도 그렇고, 시도 그렇고, 처음에는 좋아서 했고, 자신감이 생기는데, 시간이 갈 수록 조심스러워진다."

안면도 일몰 장면. 조풍연 대표가 2018년 찍은 사진이다.
조 대표가 2014년 촬영한 제주도 주상절리 일몰.

-직원 채용때 보는 건

"내가 면접을 안 한다. 본부장들이 보고 결정한다. 우리는 기술회사니 기술을 많이 본다. 미들웨어 회사니 기술을 모르면 생존을 못한다. 필기 시험을 본다."

-어려운 일을 많이 겪었는데 힘들때 위로가 된 말은

"자가면역증 말고 육체적으로 어려운 때가 또 있었다. 2002년에 갑자기 쓰러졌다. 집에서 스페인 월드컵을 보고 난 후 쓰러져 입원했다. 열이 40도가 넘었고, 아파서 숨을 못 쉬었다. 병원에 1개월간 있었다. 그때 죽음을 생각했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 책을 많이 읽었다. 반야심경 등 종교 책과 중용과 논어, 도교, 철학 책을 읽었다. 이때부터 참선도 했다. 24시간 중 1~2시간은 나와의 대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젊었을때 쿵후를 했다. 매화권, 당랑권 등 쿵후에 관한 책은 다 사서 봤다. 이 때문에 군대에서 특공 무술 교관 비슷한 걸 했다. 병사인데 병사를 가르치고 시범을 보였다. 격파도 내가 마지막에 했다. 과거와 미래보다 현재를 직시하며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다."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나 책은

"영화는 레버넌트(The Revenant)를 추천하고 싶다. Revenant는 죽음에서 돌아 온 사람이라는 뜻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로 2015년 개봉됐다. 아주 추운 지역에 사는 주인공이 곰의 습격을 받고 살아남아 아들의 복수를 한다는 내용이다. 시련과 역경,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으면 기적이 일어난다는 걸 보여주는 영화다. 주인공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다. 영화 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사나이(never give up guy)'라는 별칭을 얻었다.

-사훈이 지성감천(至誠感天)이다

"지성이와 감천이라는 설화가 있다. 지성이는 다리를 못 쓰고 감천이는 보지를 못한다. 둘이 협력해 결국 신체 장애를 해결한다는 설화다. 지성이와 감천이처럼 상호간 단점을 협력과 소통으로 극복, 목표를 달성했으면 해서 작년에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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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리더십을 갖고 있나

"중소기업은 자원, 조직 등이 한정돼 있다. 모두 현재에 몰입, 바쁘게 움직인다. 특별한 경영관리나 거창한 경영리더십을 적용하기 힘들다. 리더는 새로운 문제를 주고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라고 본다. 즉, 문제를 찾고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다. 우리 회사 올해 경영 이념이 '솔브&파인드(solve&finde)'다. 현재는 계속 변하니 푸는게 중요하다. 어디든 방법은 있기 마련이다. 신기술이나 좋은 아이디어가 있고, 아무리 잘 나가는 회사도 문제가 있다. 마치 두더지게임 같다. 하나를 치면 하나가 또 올라온다. 조직 문제든 품질 문제든 재원 문제든 기업은 각 규모마다 계속 문제가 생긴다. 이에 소통이 제일 중요하다. 조직의 핵심은 협업과 소통이다. 좋아하는 경영 격언은 몇개 있다. 행동을 이끌어 내는 힘은 강한 트리거다, 한 사람이 멀티 잡을 수행하고 덧셈이 아닌 곱셈으로 성과를 내야 한다, 간절한 꿈은 이뤄진다, 변화의 리더십은 미래를 예측하고 창조해내는 것이다 등이다."

조 대표 방에 걸린 사훈. 소통과 협력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지성감천으로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