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1위 노리는 삼성, 美 투자 나설까

인텔, 이례적 외주생산 가능성 언급...증권가 "오스틴 공장 증설 필수"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0/07/27 18:38    수정: 2020/07/28 09:00

인텔이 이례적으로 외주생산 가능성을 언급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신규 투자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진다.

미국 상원 의회가 반도체 기업의 제조공장을 자국으로 유치하기 위한 법안 마련에 들어간 만큼 삼성전자가 미국 오스틴에 신규 파운드리 투자에 나서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인텔을 포함한 미국 고객사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27일 국내 증권 업계는 인텔이 7나노미터(1nm=10억분의 1미터) 공정 제품의 출시일정을 연기하고, 외부 파운드리 위탁 가능성을 언급함에 따라 삼성전자가 인텔을 신규 고객사로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보고서를 잇따라 내놓았다. 인텔이 7나노미터 파운드리 위탁을 의뢰할 기업으로 삼성전자가 가장 유력하다는 게 이유다.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항공 사진. (사진=삼성전자)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TSMC가 인텔의 경쟁사 AMD의 CPU(중앙처리장치)와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이미 양산하고 있어 TSMC가 인텔의 CPU를 양산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된다"며 "미중 무역분쟁 이후 미국의 반도체 설계사들은 TSMC의 파운드리 팹을 애용하고 있지만, TSMC가 애리조나 팹을 짓겠다고 결정하면서 정치중립적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결국 TSMC를 대체할 만한 파운드리로 삼성전자의 위상은 점점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삼성전자가 TSMC와의 격차를 좁히고 사업 기회를 확대하려면 오스틴 팹 증설이 필수적"이라며 "비메모리 파운드리 분야에서 신규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 적어도 3년이 걸린다. 삼성전자에 유리한 상황으로, 고객사 확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환경 변화가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반도체 업계 일각에서는 조만간 삼성전자가 미국 오스틴 공장에 대한 신규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는 인텔을 비롯해 퀄컴, 엔비디아, AMD 등 삼성전자의 주요 파운드리 고객사들이 모두 미국 기업들로, 미국 내 여론에 따라 자국 내 제조·생산을 고수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파운드리 시장 1위 TSMC가 앞서 미국 애리조나에 120억달러를 투자해 신규 파운드리 공장 준공을 발표한 것도 변수다. 삼성전자가 오스틴 공장 투자로 대응하지 않을 경우, TSMC가 이들 고객사의 물량을 뺏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1분기 기준)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 2위(18.8%)로, TSMC(51.5%)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인텔이 이례적으로 파운드리 외주생산을 언급한 것은 미국 정부의 자국 내 투자(생산시설 등) 확대 정책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며 "미국 내에서는 인텔을 포함해 퀄컴, 엔비디아, AMD 등이 미국 정부 정책에 따라 타국이 아닌 자국에서 제조·생산에 나서야한다는 여론이 많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밥 스완 인텔 최고경영자는 지난 4월 미국 국방부에 서신을 보내 "현재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감안해 미국 국내 생산을 강화하고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광범위한 반도체 공급을 위해 미국에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하는 게 미국과 인텔에게 최선의 이익"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미국 상원이 발의한 법안은 미국 및 해외 반도체 기업의 제조 공장을 미국 국내로 유치하기 위한 지원책인 'CHIPS' 법안과 미국 내 반도체 제조시설 확대에 예산을 투입하는 '파운드리' 법안 두 가지다.

CHIPS 법안은 공화당 존 콜닌 의원과 민주당 마크 워너 의원이 공동발의한 것으로 ▲반도체 연구에 70억달러 지원 ▲반도체 제조연구소 신설에 30억달러 지원 ▲미국 및 해외 반도체 기업의 제조공장 미국 유치에 100억달러 지원 ▲반도체 기기 및 제조시설 투자 지출 세금 공제(2024년까지 40%) 등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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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 법안은 공화당 톰 코튼 의원과 민주당 척 슈머 의원이 공동 발의한 것으로 ▲반도체 제조시설 및 첨단 R&D 시설 건설 등에 150억달러 지원 ▲R&D 시설에 100억달러 지원 ▲대통력 직속 과학기술위원회 설립 및 차세대 R&D에 예산 배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반도체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인텔의 이번 발표 뒤에는 미국 정부가 자국 내 반도체 제조시설 확충을 독려하기 위한 목적이 숨겨져 있는 것으로 같다"며 "7나노미터 출시 연기와 외주생산 위탁은 인텔 내부의 문제이나 TSMC와 삼성전자 양측에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파운드리 사업 강화를 위해서는 미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라는 일종의 압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