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반 정관 모니터링 서비스 등장

디라이트-코메이크 24일 시연회...시험서비스 후 상용화

컴퓨팅입력 :2020/07/26 09:54    수정: 2020/07/26 09:57

인공지능(AI) 기반 정관 모니터링 서비스가 처음 선보였다.

법무법인 디라이트(D'LIGHT, 대표변호사 조원희)와 인공지능 및 블록체인 기반 리걸테크 스타트업 코메이크(대표 조현민)는 24일 서울 드림플러스에서 국내 첫 인공지능 기반 정관 모니터링 서비스를 시연했다.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가운데 조현민 코메이크 대표가 직접 시연한 AI기반 정관 모니터링 서비스는 법률 관련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법무법인 및 법률 관계자의 정관 업무 효율성을 높여주기 위해 개발한 리걸테크 솔루션이다.

이용방법은 간단하다. 기존 회사의 정관을 코메이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붙여넣으면 된다. 표준 정관과 비교해 해당 기업의 정관이 가진 문제점을 알려준다.

즉, 표준 정관과 비교해 일치율 정도를 수치로 표시, 법적 필요 사항이 누락돼 있는 지, 잘못 기재돼 있는 부분이 있는지를 모니터링해 알려준다. 필요시 변호사 자문도 받을 수 있다.

모니터링 결과는 크게 두 분야로 제공한다. 하나는 표준 정관과의 일치율을 나타내주는 원문 분석 기능, 또 하나는 조항별 문제 사항을 진단해주는 상세 분석이다.

특히 표준정관과의 일치 여부는 점수로 수치화해 신호등처럼 빨강, 녹색, 노랑 등 세가지로 구분해 알려준다. 점수가 80점 이상이면 그린라이트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뜻이고, 60점 이하면 레드라이트로 개선 여지가 있다는 걸 의미한다. 60~80점은 옐로우 라이트로 검토가 필요한 수준이다.

정관은 주식회사 설립시 꼭 필요한 사항이다. 하지만 기업의 대부분은 변호사가 주는데로 사용하는 실정이다. 코메이크가 만든 AI기반 정관 모니터링 서비스는 1~3초에 10장의 정관을 추출, 표준정관과 비교, 정관의 이상 유무를 알려준다. 여기에 사용하는 AI 기술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만든 엔진(코버트)을 사용한다.

조현민 코메이크 대표는 "정관에 법적 필수 사항을 누락했는 지, 특이 사항 대상자로 주의가 필요한지 등을 모니터링해 알려준다"면서 "법무법인을 대상으로 먼저 8월말까지 시범서비스를 하고 이어 9월부터 일반(민간) 기업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상용 서비스는 연내 할 계획이다.

조현민 코메이크 대표가 웨비나에서 AI기반 정관 모니터링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코메이크는 관련 기술 특허 출원을 5건 신청했다. 연내 10개로 확대할 예정이다. 조 대표는 "계약의 다음 세대를 만들어 간다는게 우리 슬로건"이라며 "AI기반 정관 모니터링 서비스는 국내 처음이고 해외도 유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리걸테크 주제 웨비나도 함께 열려...이경전 교수 "AI가 판사 대체하지 않아"

이날 시연회와 함께 '인공지능과 리걸테크 동향 및 과제'를 주제로 온라인 세미나(웨비나)도 열렸다. 웨비나에는 이경전 교수가 '인공지능이 바꾸는 비즈니스 세계'를, 조원희 디라이트 대표변호사가 '인공지능을 활용한 리걸테크 현주소 및 법적 이슈'를, 임준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원이 '엑소브레인 딥러닝 사전학습 언어모델 기술'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이 교수는 에어컨이 인공지능을 만나 기능이 확장됐다면서 "AI가 제품과 세계를 확장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공지능이 사람과 친구가 되는 류의 영화는 거짓말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그는 "AI가 판사나 변호사를 대체하지 않는다"고 예상했다.

이 교수는 인공지능 정의를 "머신이 적절히 행동하게 하는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자기 목적에 맞게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알고리즘이 아무리 발전해도 실수할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어 완전 자율차에 대해 비관적이라고 밝힌 그는 "새로운 자동화 기술이 나오면 일자리가 늘어난다. 카메라가 그랬고 자동차가 그랬다. 역사가 이를 말해준다"며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줄일 것이라는 세간의 생각을 일축했다.

조원희 변호사 "리걸테크 분야 7개...시총 1조원 넘는 리걸테크 기업도 있어"

조원희 디라이트 대표변호사는 리걸테크 분야를 디스커버리, 법률실사, 계약관리, 예측기술,문서 자동화, 지식재산권 관리, 리걸 리서치 등 7개 분야로 나눈후 분야별 적용 사례를 설명했다. 특히 인공지능과 지재권, 형사 책임, 독과점, 개인정보, 지재권 등 인공지능 관련 법률 쟁점을 유형별로 소개, 시선을 받았다.

조 대표변호사는 "미국은 모든 판결문이 공개되는데 반해 한국은 공개가 안된다"고 아쉬움을 표하며 "리걸테크 기업 중 시가총액이 1조원 넘는 회사도 있다"고 설명했다.

조원희 디라이트 대표변호사가 웨비나에서 AI와 리걸테크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임준호 ETRI 책임연구원은 언어처리 분야 국가 AI 기술개발 프로젝트인 엑소브레인(Exobrain)과 ETRI가 만든 딥러닝 사전 학습 언어모델 '코버트(KorBERT)'를 소개했다. 형태소 분석 등 컴퓨터가 사람의 언어를 이해하는 방법을 설명한 그는 "사람의 텍스트를 분석하기 때문에, 사전학습 언어모델이 가장 고도화된 AI기술"이라고 밝혔다. 엑소브레인은 160만여개 어휘에 73만여개 관계에 해당하는 어휘 의미를 갖고 있다면서 "한국어 최대규모 어휘 의미망"이라고 설명했다.

ETRI는 엑소브레인 기술을 공개, 1371개 기관이 사용하고 있다. 하루 평균 사용량은 2만8000건에 달한다. 임 연구는 단어 의미는 주변 단어가 결정한다면서 "심볼인 단어를 실수 벡터로 표현해야 딥러닝(뉴럴넷 등) 적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임준호 ETRI 책임연구원이 웨비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연사들  발표 후 청강생들과 질의 응답 시간도 가졌다. 한국이 영국과 미국 보다 리걸테크 시장이 덜 발전한 이유를 묻는 청강생 질문에 조원희 대표변호사는 "시장 규모가 작고, 한글 특성상 언어처리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 디라이트가 자연어 처리를 이용한 계약서 모니터링 서비스도 개발하고 있는냐는 질문에 "개발중"이라 했고, 미국에 진출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있다"고 답했다.

AI 기반 정관 모니터링 서비스가 변호사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실제 로펌에서는 이런 서비스에 대해 사용 및 지불 의사가 어느 정도 되는 지를 묻는 질문에  조 대표변호사는 "완전히 고도화를 하기에는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고, 그전까지는 비용을 받지 않으려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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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걸 테크 활성화를 위한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규제 완화를 묻는 질문에는 "변호사법"이라면서 "변호사법이 만들어진 지 오래됐는데, 어디까지를 법률 서비스로 볼 것인지가 논란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한편 디라이트와 코메이크는 이날 AI에 이어 앞으로 데이터와 바이오 등 하이테크 분야 중요 이슈에 대해 계속 웨비나를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