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서 킬한 기사, 유튜브로 한 풀었죠”

[지디의 CARTALK] 전직 기자서 30만 구독 과학유튜버 된 ‘과학드림’

인터넷입력 :2020/07/22 14:04    수정: 2020/07/23 11:17

백봉삼, 안희정, 조재환 기자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인물과 지디넷코리아 기자(ZD's)들이 만나 본격 '카톡'(CarTalk)을 시작합니다. 차량 내에서 진행되는 '지디의 카톡'은 일반 인터뷰보다는 좀 더 격식을 내려놓은, '솔직담백' 토크를 지향합니다. 또 '나의 첫차', '내가 갖고 싶은 차', '시승기' 등 차에 관한 생각과 경험 등도 들어보는 코너입니다. [편집자 주]

어렵고 생소해 보이는 과학 콘텐츠로, 그것도 생물 분야로 약 1년 반 만에 30만이 넘는 구독자를 끌어 모은 유튜버가 있다. ‘과학드림’(김정훈, 36)이 그 주인공이다.

과학드림은 A 과학잡지 기자 출신이다. 기자 일과 유튜브 채널 운영을 병행하다 유튜버로 전업했다. 기자로 일할 당시 편집장한테 발제했다 킬 당했던 주제를 잘 모아놓은 뒤, 자기만의 유튜브 콘텐츠로 만들었다. 기자 시절 '까였던' 주제가 지금의 인기를 얻는 중요한 무기가 된 셈이다.

“발제했는데 편집장님이 잘랐던 주제들이 있거든요. 특히 공룡 주제가 그랬어요. 이 주제들이 유튜브에서 잘 터졌던 것 같아요. 유튜브 영상 소재를 찾을 때 제 노하우는 익숙한데 낯선 거를 찾아요. 예를 들면 사람들이 많이 들어는 봤지만 공룡만큼 궁금해 하지 않았던 삼엽충 같은 거 말이죠.”

과학유튜버 '과학드림'

100만 조회 넘는 영상 펑펑...학부모들도 반한 과학드림

현재까지 60개 넘는 콘텐츠를 올렸는데 대중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제로 100만 조회수가 넘는 영상들이 탄생했다. 특히 ▲초거대 상아 메갈로돈은 왜 멸종했을까? ▲사람을 먹으면 안 되는 매우 과학적인 이유 ▲인간은 고양이를 어떻게 길들였을까? ▲왼손잡이는 왜 오른손잡이보다 적을까? 등이 100만 조회수를 넘기며 히트를 쳤다.

과학드림이 유튜브를 시작할 당시 주 타깃층은 중고등학생이었다. 초등학생들이 볼 수 있는 과학책이나 관련 정보들은 많은 반면, 중고등학생들은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현재는 과학에 대한 관심이 있는 폭 넓은 독자들이 과학드림 채널을 찾는다. 심지어 유튜브에 빠진 자녀 때문에 고민인 학부모들도 “과학드림님 유튜브 영상은 보여주고 싶다”고 할 만큼 팬층이 더 확대됐다.

“처음에는 학부모님들의 응원에 뿌듯했어요. 그런데 구독자가 20만명을 넘어가는 시점에서는 책임 의심이 강해지더라고요.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내레이션을 쓸 때 기존에는 한 번 생각했다면, 이제는 거의 3번 4번 더 꼼꼼히 보고 있습니다.”

“유튜브, 회사거 아닌 내거 만들어야겠다고 시작

과학드림 유튜브 채널(인기순 정렬)

과학드림이 직장 생활을 하면서 유튜브 콘텐츠 제작을 시작한 이유는 자신의 경력 때문이다. 회사를 위한 창작활동이 아닌, 자기의 경력이 될 수 있는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유튜버 전업을 결심하게 만들었다.

“처음 얘기하는 건데,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는 제 커리어용이었어요. 기자로 9~10년 일했는데, 그 동안 만든 콘텐츠는 회사거지, 제 것이 아니잖아요. 실질적인 내 건 없는 거죠. 그래서 내 걸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발제했는데 (까여서) 못 했던 주제, 내가 재미있어하는 생물 분야를 다뤄보고 싶어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거예요.”

“사실 외롭고 불안해요...아내가 큰 힘”

거의 반년 만에 유튜브 실버 버튼을 획득하고, 3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끌어 모아 마냥 행복할 것만 같은 과학드림은 뜻밖의 고민을 털어놨다.

“외로워요. 진짜 외로워요. 대부분의 지식 콘텐츠를 다루는 분들은 대부분 외롭다고 느끼실 거라 생각해요. 말할 사람도 없고, 밥도 혼자 먹고, 편집도 혼자하고, 새벽까지 혼자 갇혀서 묵묵히 일할 때도 많거든요. 중견기업에서 대기업 중간 정도의 돈을 벌고 있긴 하지만, 사실 늘 불안해요. 왜냐하면 롤러코스터처럼 수익의 업다운이 크기 때문이에요. 내가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늘 하게 돼요.”

성실하게 다니던 직장을 뛰쳐나와 유튜버가 되기까지 과학드림에게 큰 힘이 된 건 그의 아내였다. 잘 되면 큰 수익을 거둘 수는 있어도 유튜브의 알고리즘에 따라, 또 정책에 따라 하루 아침에 바닥을 칠 수 있는 분야로의 도전에 전적인 응원을 보내줬기 때문이다.

“아내는 항상 제 편이었어요. 고맙죠. 아직도 기억나는 장면이 있는데 아내가 입덧이 굉장히 심했어요. 아내가 토하고 있을 때 등을 두드려 주고 다시 바로 영상편집 하러 방에 들어갔었는데 아직도 이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너무 미안해요 그게... 아내가 출산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서 일종의 의리, 정 같은 게 강하게 생기는 거 같아요. 이 사람은 진짜 내 전우다, 끝까지 함께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1분과학·과학쿠키는 유튜버들의 유튜버”

평소 좋아하는 과학유튜버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과학드림은 주저 없이 ‘1분과학’과 ‘과학쿠키’를 꼽았다. 또 교류하는 유튜버로는 ‘지식인미나니’, ‘에스오디(SOD)’를 말했다.

“모든 과학 유튜버가 그렇겠지만, 1분과학님이랑 과학쿠키님이요. 이 분들은 유튜버들의 유튜버에요. 얼마 전에 이 분들과 라이브 스트리밍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영광이었어요. 얼마 전에 에스오디님에게 메일이 왔는데 정말 반가웠어요. 말씀드렸잖아요. 유튜버들은 외롭다고요.”

"한 때 빠른 은퇴가 꿈...과학 문화 사업 기획자 되고파"

'지디의 카톡'에 참여 중인 과학드림(왼쪽), 안희정 기자

과학드림에게 개인적인 꿈을 물어봤다. 과거에는 ‘빠른 은퇴’도 있었고, ‘30만 유튜브 구독자 달성’도 있었는데, 오래 전부터 장기적인 목표로 과학문화 사업을 하는 기업에서 일하는 일원이 되고 싶었다고 답했다.

“사실 제 꿈은 빠른 은퇴였어요. 유튜브를 시작하고 조금 잘 되기 시작한 시점부터는 구독자 30만이 목표였고요. 그런데 생각보다 30만 구독 달성이 빨리 돼서 새롭게 고민할 시점인 것 같아요. 제 장기적인 목표는 과학 문화 사업을 꾸려가는 회사에서 대표는 아니어도 일원이 되고 싶어요. 한 회사에서 과학을 주제로 팟캐스트도 하고, 영상이나 연극도 만들고, 서적도 출판하는 회사가 생겨서 기획자로 일하고 싶습니다.”

관련기사

과학드림은 자기만의 책을 만드는 출간 작업도 진행 중이다. 또 인스타그램을 열고 팬들과의 소통을 최근 시작했다. 과학을 매개로 다른 이와 소통함으로써 과학이 대중들에게 친숙한 주제로 여겨지길 바라면서, 현재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에 만족하고 감사해 한다고 말했다.

“제가 회사에 재직했다면 겪어 보지 못할 것들, 저한테 오지 않았을 기회들이 지금 오고 있다고 생각해요. 한 번도 못 잡아 봤을, 한 번도 안 왔을 그런 기회들이니까, 이게 그냥 올해에 끝난다고 하더라도 저는 만족해요... 일상에서 ‘우리 심심한데 과학관 한 번 갈까?’ 라고 사람들이 말할 만큼 과학 문화가 정착되길 바라며, 앞으로 팬들과의 소통도 더 늘려가겠습니다.”

백봉삼, 안희정, 조재환 기자paikshow@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