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는 e모빌리티 시장…"도로 3분화 바람직"

"안전기준 정비하고 인프라도 구축해야"

카테크입력 :2020/07/22 08:50

"지금의 도로는 자동차와 보행자로 '2분화' 돼 있죠. 앞으로는 전동킥보드와 같은 개인형 이동수단(PM)까지 고려해 '3분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명묘희 도로교통공단 교통공학연구처장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 제10간담회실에서 양정숙 의원(무소속) 주최로 열린 'e-모빌리티 발전방안' 토론회에 참석해 이 같이 밝혔다.

개인형 이동수단의 등장에 e-모빌리티가 차츰 대중화하고 있음에도, 자동차와 보행자의 이분법적 구조인 도로환경과 교통체계가 위험 요인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게 명묘희 연구처장의 견해다.

이는 단순히 도로를 하나 더 만들자는 얘기가 아니다. 기기의 분류부터 등록·안전관리 기준, 인프라 구축에 이르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 e-모빌리티를 확실하게 제도권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 공유경제 확산에 성장하는 e-모빌리티

e-모빌리티는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모든 이동수단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초소형 전기차는 물론 전기이륜차와 전기자전거, 전동킥보드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환경오염과 대도시 교통 정체, 이동 거리·목적에 따른 효율적인 이동수단의 필요성 등 니즈와 맞물려 차세대 이동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당면 과제를 해결하려면 '소유'에서 '공유'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인식이 여러 교통수단을 나누는 시도로 이어졌고, 그 결과 e-모빌리티가 크게 성장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국스마트이모빌리티협회(KEMA)에 따르면 e-모빌리티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다. 일례로 개인형 이동수단은 글로벌 시장 규모가 71조6천억원(2019년)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역시 2천386억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돼 있다.

■ "안전기준 미흡…인프라 구축 필요"

문제는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음에도 e-모빌리티 운행을 위한 제도적 기반은 완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의 경우 지난 2월 전동킥보드와 전동이륜평행차(세그웨이)에 대한 안전기준(배터리 등)을 강화했으며, 12월부터는 이들의 자전거 도로 진입을 허용하고 이용 문턱도 만 13세 이상으로 낮추기로 한 바 있다.

그러나 도로주행 안전기준이나 통행제한구간, 이용자 안전 문제 등에 대해선 조금 더 검토가 필요한 실정이다. 개인형 이동수단을 자전거와 자동차 중 어느 범주에 포함시켜야 하느냐는 이슈는 여전한 논쟁거리며,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 여부도 아직 방향이 잡히지 않았다.

다른 나라에서도 운행 규제를 놓고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개인형 이동수단이 자전거와 자동차 중 어디에 속하느냐가 쟁점이다. 싱가포르에선 앞서 이들을 자전거로 간주해 보도 진입을 허용했으나, 보행자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방향을 틀어 통행을 금지시키기도 했다.

이에 명묘희 연구처장은 "개인형 이동수단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해야 한다"면서 "현재 이용하고 있으나 제도화되지 않은 수단, 새롭게 도입되는 수단 등을 포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전용도로와 같은 저속의 개인형 이동수단 전용공간을 확충해야 한다"면서 "도심 밀집지역 일부를 시범공간으로 지정해 운영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국내 실정 맞춘 안전기준 내놔야"

이날 토론회에선 국내 e-모빌리티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각종 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일정 KEMA 사무국장은 "현재 제품 대부분이 중국에서 수입되는데, 지금으로서는 국내 업체가 이들의 가격 경쟁력을 이길 수 없는 상황"이라며 "우리나라의 환경을 반영한 제품 안전 기준을 추가하면 산업 생태계 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령 국내 배터리 산업이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인 만큼 e-모빌리티의 배터리 교환 안전기준을 우리나라에 맞게끔 설정하면 국내 업체가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울러 하일정 사무국장은 공유 전동킥보드에 해외 유심칩과 통신 모듈이 탑재되는 것에도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보니 해외 유심칩과 통신 모듈을 사용하는 회사가 많은데, 따져보면 이용 데이터를 외국으로 유출시키는 셈"이라며 "이를 국산화할 수 있도록 법적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 "e-모빌리티 활성화?…스마트시티에 해답"

끝으로 김종배 KST일렉트릭 대표는 국내 e-모빌리티 산업이 도약하려면 스마트시티에서 그 쓰임새를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파편화된 교통수단을 통합하고, 교통네트워크를 집에서 사무실 앞까지 확장하는 등 새 도시에 어울리는 서비스로 시민이 행복한 삶을 누리도록 도와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서울연구원이 2018년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서울 시민은 스마트 기술로 해결해야 할 최우선 도시문제로 '교통문제'를 지목한 바 있다.

김종배 대표는 "스마트 시티의 핵심은 교통"이라며 "개인형 이동수단과 같은 e-모빌리티로 도시의 구성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산업단지의 경우 인근에 전철이 다니고 있지만 단지 내 대중교통은 불편한데, 출퇴근 카풀이나 카셰어링, 공유자전거, 전동킥보드 등을 통해 이를 해결해보자는 얘기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ICT가 접목된 공유경제를 도입하면 환경과 안전 교통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나아가 근로자 삶의 질도 높일 수 있다"고 기대했다.

토론을 주관한 양정숙 의원은 "e-모빌리티는 환경개선과 교통사각지대 해소 등 우리사회의 근본을 변화시킬 새로운 의제"라며 "국내 산업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원을 늘리는 방향을 고민해보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