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데이터 전송' 경로 막혔다

유럽 최고법원 "프라이버시 쉴드는 무효" 판결…페북 등 직격탄

인터넷입력 :2020/07/17 08:52    수정: 2020/07/17 09:44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유럽인의 개인정보를 미국으로 전송할 수 있도록 해줬던 중요한 보호막 하나가 사라졌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미국 거대 IT 기업들의 유럽 영업이 직접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유럽연합(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는 16일(현지시간) EU와 미국 간 데이터 전송 합의인 ‘프라이버시 쉴드(Privacy Shield)’는 무효라는 판결을 했다고 테크크런치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ECJ는 이날 “(양쪽 합의는) 미국의 국가 안보, 공공이익 등을 우선시하고 있어, 제3국으로 정보가 이전되는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을 묵인할 우려가 있다”면서 “프라이버시 쉴드는 이런 부분에서 EU법률이 요구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결했다.

유럽사법재판소. (사진=ECJ)

'프라이버시 쉴드'는 미국과 EU가 2016년 체결한 새로운 데이터 전송 협약이다. 이 협약은 ECJ가 2015년 ‘세이프 하버’를 무력화하자 양측이 새롭게 만든 조약이다.

‘세이프 하버’는 당시 오스트리아 법과대학생이던 막스 슈렘스가 페이스북 데이터 처리 문제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쟁점이 됐다. 2013년 시작된 이 소송은 2015년 ECJ가 슈렘스의 손을 들어주면서 ‘세이프 하버’ 자체가 효력을 잃게 됐다.

그러자 미국과 EU는 ‘프라이버시 쉴드'란 새로운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에 따라 페이스북을 비롯해 미국 IT 기업들은 유럽인들의 개인 정보를 미국 내 본사로 전송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ECJ의 이번 판결로 협약 자체가 효력을 잃게 됨에 따라 미국 거대 IT 기업들의 유럽내 비즈니스가 직접 타격을 받게 됐다. 이번 판결은 유럽 최고 재판소에서 내려진 결정이어서 항소도 할 수 없다.

프라이버시 쉴드, 세이프 하버와는 어떻게 달랐나 

프라이버시 쉴드는 종전 협약인 ‘세이프 하버'에 비해 기업들의 개인정보 보호 의무를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또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유럽인의 개인정보에 접근하는 것도 일정 부분 제한했다. 또 개인정보 침해 구제 수단으로 독립적 지위를 갖는 옴부즈만 제도를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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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화된 세이프 하버를 보완하면서도 ‘개인정보 전송’이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ECJ가 ‘세이프 하버’의 약점을 보완한 프라이버시 쉴드도 무력화함에 따라 미국과 EU 간의 개인정보 전송 길이 막히게 됐다. 그 길을 뚫기 위해선 또 다시 협상을 통해 ECJ의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협약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