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넘은 엄마도 빠진 '당근마켓'…"쉽게 만든 앱 통했죠"

[안희정의 사심가득 인터뷰] MAU 1천만 곧 돌파…지역 커뮤니티로 발전

인터넷입력 :2020/07/10 14:06    수정: 2020/10/23 08:55

인터넷 쇼핑 심부름을 수도 없이 했던 기자가 아무런 도움 없이 '당근'하는 어머니를 봤을 때 '이건 되겠다'고 생각했다. 가입이 쉽고 직관적인 당근마켓 앱은 60대가 사용하기 무리가 없었다.

육아휴직 중인 지인은 "당근마켓 없이 어떻게 아이를 키웠을까"라는 말을 했다. 장난감은 말할 것도 없고 기저귀 등 시급하게 필요했던 육아용품도 당근마켓에서 구했다고 한다. 배송이 빠를 필요도 없다. 직접 가지러 가면 되니까.

링피트 판매 게시물을 당근마켓에 올리자마자 1분 만에 팔렸다. 거래 중 거파(거래 파기의 줄임말)되면 연락 달라는 문의도 이어졌다. 구매자가 집 앞으로 찾아왔다. 두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최종 거래가 성사됐다.

월 이용자 수(MAU) 1천만명 돌파를 앞둔 당근마켓(당신의 근처 마켓)은 지역 주민과 중고 거래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플랫폼이다. 이용자의 거주 지역 반경 6km 내 동네 이웃과 교류할 수 있는 마켓 서비스로 시작해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 2015년 7월 판교와 용인을 시작으로 서비스를 확대했고, 2018년 1월엔 전 국민이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타 중고거래 서비스를 위협 중이다.

당근마켓은 철저한 대면 중심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시대에도 오히려 사용자 수가 늘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고 있지만, 이웃들은 서로 ‘당근’ 했다. 김재현 당근마켓 공동대표를 만나 회사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 들어봤다.

당근마켓 김재현 공동대표

■ 가까운 사람에게 싸게 넘기고 싶은 마음이 바로 '당근'

김재현 대표는 카카오 재직 당시 중고 상품을 거래하는 사내 장터가 잘되는 모습을 보고 서비스의 가능성을 점쳤다고 한다. 모르는 사람이지만, 같은 회사 혹은 같은 동네 주민 등 비교적 가까운 사람과 거래할 때 존재하는 따뜻함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서다.

회사 이메일 계정으로 이용할 수 있었던 중고 장터는 입소문을 타고 주민들에게도 오픈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득템 가능한 IT 기기가 많이 올라오는 서비스라는 얘기도 돌았다. 판교라는 지역 특성상 가능했다. 이메일 기반 서비스가 동네 기반이 돼 ‘판교장터’가 탄생했다. 이후 판교장터는 당근마켓으로 탈바꿈했다. 어느 동네라도 ‘당근’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이면 서비스를 열었다.

"가까운 사람과 거래를 하면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넘기고 싶은 마음이 있다. 또 같은 동네에 살기에 언제든지 마주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거래가 좀 더 따뜻하게 느껴 지기도 한다. 과거에 거래했던 판매자와 또 다시 거래하는 사례도 많다. 매너 평가와 거래 후기 등을 반영한 매너 온도 시스템이 서로 간의 신뢰 척도로 작용해 거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그래서인지 당근마켓에서는 사용자 거래 만족도가 99.4%가 된다. 택배 거래로 중고 거래 사기를 당한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에 당근마켓은 되도록 직거래를 권유하고 있다. 물건을 보고 확인 후에 돈을 입금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선입금을 해야 물건을 살 수 있다는 메시지가 있으면, 상대방에게 조심하라는 알림도 보낸다.

"사용자 경험을 좋게 하기 위해 댓글도 최근 없앴다. 상품이나 판매자에 대한 비방 글 등 부정적인 댓글이나 광고 댓글이 빈번하게 보여서다. 1:1 채팅으로 구매자와 판매자가 부담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됐다."

당근마켓은 더 많은 사람이 앱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 3040이 주요 사용자층이지만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가입자가 있다. 최근에 그 범위가 더 넓어지고 있다.

"가입 절차를 간편하게 했다. 연령대를 폭넓게 하기 위해서. 다른 앱에 비해 메뉴가 정말 단순하다. 3040이 주요 사용자층이라고 할 수 있지만,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이용 중이다. 특히 최근에 그 범위가 더 넓어졌다. 가입은 쉽지만 사기 등의 이유로 이용정지 된 사용자의 재가입을 막으며 관리하고 있다."

당근마켓

■ 사용자가 많아지니 AI가 바빠졌다

당근마켓은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부적합한 게시글이나 거래금지 품목들을 걸러내고 있다. 일일이 직원들이 다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기술의 힘이 절실하다.

기본적으로 현행 법상 판매가 허용되지 않는 불법상품이나 유해 상품을 판매하는 행위는 제한된다. 주류나 담배, 반려동물, 짝퉁 거래도 막았다. 판매 요건을 갖춘 전문판매업자라도 당근마켓에서는 활동할 수 없다.

"당근마켓은 주변 이웃과 필요 없는 물품을 저렴하게 판매하거나 나눔 하자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법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해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품은 막았다. 머신러닝을 이용해 불법 판매 게시물을 분석하고 걸러내고 있다. 대화 내용에 따라 안내나 경고 메시지들을 보내기도 한다. 자주 이용하는 사용자들이 많아지면서 자정 작용도 일어나고 있다. 웬만하면 AI로 막으려고 노력 중이다."

김 대표는 코로나19와 JTBC의 유랑마켓의 영향으로 고객문의(CS)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앱 내 고객센터의 자주 묻는 질문 등을 마련해 소비자가 직접 내용을 찾을 수 있게 했다. 고객센터 관련 채용은 코로나19로 미뤄지다가 최근 진행됐다. 당근마켓 현재 직원은 70명. 작년 이맘때는 30명 정도였다. 올해 안에 100명까지 채용할 계획이다.

"트래픽이 폭증하면서 서버 관리를 하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고객 문의에 다 대응을 하지 못했다. 고객센터도 코로나19로 다소 늦게 만들어졌다. 사용자가 늘면서 문의량도 많았었지만, 수월해졌다."

■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지 생각해 보셨나요?"

김 대표도 당근마켓을 자주 이용한다. 최근엔 노트북을 내놨었다. 아들의 축구화를 사보기도 했고, 책이나 책장은 나눔을 하기도 했다. 아무리 멀쩡한 가구라도 돈을 내며 버려야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이럴 경우 나눔을 추천했다.

“당근마켓 거래가 많이 이뤄지면 환경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아파트 분리수거 하는 날에 이 쓰레기가 다 어디로 갈까 생각했다. 환경에 대해 평소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당근 가계부를 만들고 재활용한 자원의 가치를 사용자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작은 나눔들이 모여 재활용한 자원의 가치가 얼마나 되고, 온실가스를 얼마나 줄였는지 매달 알려준다. 누가 쓰던 물건을 받는 것을 꺼려하는 것을 바꿔보고, 더 쓸 수 있는 물건들은 더 쓰게 하려고 매월 11일 나눔의 날도 진행한다."

■ 중고거래 수수료는 끝까지 안 받을 것…밥 줄 수 있는 회사 만들고파

"나중에 거래금액의 일부를 수수료로 챙기려나?"

당근마켓 이용자들은 이 회사가 도대체 뭘 해서 돈을 버나 생각한다. 당근마켓에 투자한 벤쳐 캐피털(VC)도 같은 질문을 한다고 한다. 그러나 김재현 대표는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는 중고거래 수수료를 받을 생각은 없다고 했다. 당근마켓은 좀 더 큰 크림을 그리고 있었다.

먼저 당근마켓은 지역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단순히 중고거래만 발생하는 플랫폼이 아닌, 지역 기반 커뮤니티 역할까지 할 허브 역할 말이다. 때문에 수익은 지역 광고를 통해 낼 예정이다.

"중고거래 수수료는 끝까지 안 받을 거라고 얘기하고 있다. 소소한 광고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광고 비용은 5천원부터 시작하는데, 대형 광고주들은 받지 않는다. 대신 OO자동차 OO지점 등 지역 광고는 받는다. 동네 반찬가게, 빵집, 세탁소 등 소소한 광고주들이 많다. 최근 문의가 더 많이 늘었다."

당근마켓은 지난해 영국에서 '캐롯마켓'이라는 이름으로 진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원격으로 업무를 하고 있지만, 해외 진출의 첫 도전장이다.

"지역 기반 중고거래에 대한 니즈가 분명 있는데, 모바일에 특화된 서비스로 도전장을 내미는 상황이다. 도시화 정도와 국내총생산(GDP)을 고려해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자 한다."

김 대표는 ▲동네 생활과 취미 공유, 재능 기부를 할 수 있는 플랫폼 ▲지역 맘카페를 대신할 수 있는 플랫폼 ▲동네를 더 많이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밥을 마음껏 줄 수 있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